"더 늦기 전에 각자 살길 찾아야"…신혼부부 '포기 속출' [돈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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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희망타운 사전청약…LH가 놓친 것들
드러난 문제 방치하다 뒤늦게 지연 결정
쉬쉬하다 본청약 직전 당첨자에 '일방통보'
지연기한도 불확실해…사전청약 당첨자들 포기
드러난 문제 방치하다 뒤늦게 지연 결정
쉬쉬하다 본청약 직전 당첨자에 '일방통보'
지연기한도 불확실해…사전청약 당첨자들 포기
지난 3월 27일 '전셋집 빼고 기다리다 '날벼락'…신혼부부 울린 LH' 기사가 보도된 이후 LH 상담센터 전화통에는 불이 났다고 합니다. 군포대야미 신혼희망타운 사전청약 당첨자들이 정확한 본청약 지연 기간을 확인하고자 전화를 걸었기 때문입니다. 기사에서 대부분 독자들이 공감하면서 문제로 지적한 부분은 '갑작스런 지연통보'였지만, 실제 당첨자들이 주목했던 부분은 '3년 이상 지연도 가능'이라는 부분이었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본청약을 2주 앞둔 사전청약 당첨자들에게 '3년 지연'을 통보했습니다. 하지만 <한경닷컴>의 취재 결과 지연 기간이 3년을 넘을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3년도 모자라 정확한 시일을 기약할 수 없으니 사전청약 당첨자들은 답답함을 호소하기 위해 항의 전화를 했던 겁니다.
이번 사전청약 지연은 LH 상담센터 직원들이 보기에도 상식적이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한 상담원은 "누구나 알고 있던 문제를 방치해 공사가 미뤄졌고, 공사 지연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사전에 공유되지 않았다"며 "자꾸 같은 문제가 벌어지니 저희(LH) 업무처리 방식이 근본부터 잘못된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토로했습니다. 사전청약 당첨자들은 허탈하기만 합니다. 2021년 사전청약을 받았는데, 입주까지 10년 이상 기다리게 됐기 때문입니다. 해당 부지에는 대형 송전탑이 있고, 이 송전탑을 옮기기 전까지 본청약과 공사가 미뤄지는 것이기에 입주도 그만큼 늦춰집니다. 2024년 4월 본청약, 2027년 1월 입주라는 계획이 사실상 좌초한 셈입니다.
입주 시점이 크게 밀리자 사전청약을 포기하겠다는 당첨자가 늘고 있습니다. 한 당첨자는 "2030년 입주 가능성도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며 "아이가 커가는 상황에서 언제까지고 기다릴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당첨자도 "더는 LH를 믿을 수 없다"며 "더 늦기 전에 당첨자들이 각자 살길을 찾아야 한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입주를 포기하겠다는 당첨자가 속출하면서 200명이 넘던 당첨자 메신저 방도 100명 초반까지 쪼그라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문제가 된 고압송전선은 문화재 발굴과 같이 예측하기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사전청약 공고문에도 관련 내용이 담겼을 만큼 LH도 잘 알고 있던 문제입니다. 부지를 선정할 때부터 발 빠르게 준비했다면 지금처럼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을 겁니다. 혹여 고압송전선 문제가 차질을 빚어 일정이 지연됐다면, 즉시 사전청약 당첨자들에게 알려 피해를 최소화할 수도 있었습니다. LH에는 두 번의 기회가 있던 것입니다. 더군다나 지난 1월 <"아이 낳을 생각 접었습니다"…악몽이 된 신혼희망타운> 기사 보도 이후 LH는 "간담회와 일정 추가 안내 등을 통해 입주예정자들의 혼선을 최소화하겠다"며 일정 지연이 발생하면 사전에 당첨자와 공유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본청약을 한 달도 남기지 않고 갑작스레 지연 통보문을 받은 당첨자들에겐 LH의 약속은 그저 빈 약속이었을 뿐입니다.
이와 관련해 LH 측은 "사전청약 당첨자와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면서도 "입주자협의회와 같이 대표성 있는 단체가 없는 탓에 소통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전청약 당첨자 개인정보를 보유한 기관은 LH뿐입니다. 한 당첨자는 "사전청약 당첨자들은 서로를 수소문해 찾아야 한다는 소리냐"며 "이럴 거면 LH는 당첨자 개인정보를 대체 왜 수집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일부 사전청약 당첨자들은 LH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낸다는 계획입니다. 사전청약은 계약이 아니기에 아무런 책임도 질 수 없다는 LH의 주장을 법정에서 따져보겠다는 취지입니다. 가계약의 효력을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반, LH에 대한 원망을 풀고 싶은 마음이 반으로 읽혔습니다.
현재 추가로 사전청약을 받는 신혼희망타운은 없습니다. 신혼희망타운이 뉴홈으로 옷을 갈아입었기 때문입니다. 뉴홈 사전청약이 앞으로도 순탄하게 추진될 수 있을까요. 사업 시행자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사전청약이라는 이유로 신혼희망타운과 똑같은 일이 반복될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현재 신혼희망타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간과해서는 안되리라고 봅니다.
전 정부의 어떤 장관이 얘기한 것처럼 집은 빵이 아닙니다. 어느날 갑자기 뚝딱 만들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더군다나 서민에게 공급하는 주택은 대상자들이 대안이 없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그렇기에 더욱 신중하고 장기적으로 정교하게 만들어져야 합니다. LH의 설립목적인 '국민 주거 생활의 향상'을 되짚어보는 봅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본청약을 2주 앞둔 사전청약 당첨자들에게 '3년 지연'을 통보했습니다. 하지만 <한경닷컴>의 취재 결과 지연 기간이 3년을 넘을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3년도 모자라 정확한 시일을 기약할 수 없으니 사전청약 당첨자들은 답답함을 호소하기 위해 항의 전화를 했던 겁니다.
이번 사전청약 지연은 LH 상담센터 직원들이 보기에도 상식적이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한 상담원은 "누구나 알고 있던 문제를 방치해 공사가 미뤄졌고, 공사 지연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사전에 공유되지 않았다"며 "자꾸 같은 문제가 벌어지니 저희(LH) 업무처리 방식이 근본부터 잘못된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토로했습니다. 사전청약 당첨자들은 허탈하기만 합니다. 2021년 사전청약을 받았는데, 입주까지 10년 이상 기다리게 됐기 때문입니다. 해당 부지에는 대형 송전탑이 있고, 이 송전탑을 옮기기 전까지 본청약과 공사가 미뤄지는 것이기에 입주도 그만큼 늦춰집니다. 2024년 4월 본청약, 2027년 1월 입주라는 계획이 사실상 좌초한 셈입니다.
입주 시점이 크게 밀리자 사전청약을 포기하겠다는 당첨자가 늘고 있습니다. 한 당첨자는 "2030년 입주 가능성도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며 "아이가 커가는 상황에서 언제까지고 기다릴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당첨자도 "더는 LH를 믿을 수 없다"며 "더 늦기 전에 당첨자들이 각자 살길을 찾아야 한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입주를 포기하겠다는 당첨자가 속출하면서 200명이 넘던 당첨자 메신저 방도 100명 초반까지 쪼그라들었습니다.
"LH 못 믿겠다"…사전청약 당첨자 포기 속출
더는 믿을 수 없다는 말이 LH에는 가장 아픈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사전청약 당첨자들에겐 LH가 일정 준수를 위해 노력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사전청약이 지연된 단지가 많았지만, 멸종위기 동물이 발견됐다거나 문화재가 발굴되는 등 예측하기 어려운 이유도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당첨자들은 다소 일정이 지연되더라도 LH만의 책임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하지만 이번에 문제가 된 고압송전선은 문화재 발굴과 같이 예측하기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사전청약 공고문에도 관련 내용이 담겼을 만큼 LH도 잘 알고 있던 문제입니다. 부지를 선정할 때부터 발 빠르게 준비했다면 지금처럼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을 겁니다. 혹여 고압송전선 문제가 차질을 빚어 일정이 지연됐다면, 즉시 사전청약 당첨자들에게 알려 피해를 최소화할 수도 있었습니다. LH에는 두 번의 기회가 있던 것입니다. 더군다나 지난 1월 <"아이 낳을 생각 접었습니다"…악몽이 된 신혼희망타운> 기사 보도 이후 LH는 "간담회와 일정 추가 안내 등을 통해 입주예정자들의 혼선을 최소화하겠다"며 일정 지연이 발생하면 사전에 당첨자와 공유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본청약을 한 달도 남기지 않고 갑작스레 지연 통보문을 받은 당첨자들에겐 LH의 약속은 그저 빈 약속이었을 뿐입니다.
이와 관련해 LH 측은 "사전청약 당첨자와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면서도 "입주자협의회와 같이 대표성 있는 단체가 없는 탓에 소통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전청약 당첨자 개인정보를 보유한 기관은 LH뿐입니다. 한 당첨자는 "사전청약 당첨자들은 서로를 수소문해 찾아야 한다는 소리냐"며 "이럴 거면 LH는 당첨자 개인정보를 대체 왜 수집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뉴홈으로 바뀐 신혼희망타운, 앞으로는?
기사에는 "LH가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 든다"는 댓글이 달려 많은 공감을 얻었습니다. "LH가 책임지고 예비 입주자들이 살 곳을 마련해줘야 한다" 등의 댓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전청약은 정식 계약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LH 입장에서는 사전청약 당첨자에 보상한다면 배임 소지가 있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습니다.일부 사전청약 당첨자들은 LH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낸다는 계획입니다. 사전청약은 계약이 아니기에 아무런 책임도 질 수 없다는 LH의 주장을 법정에서 따져보겠다는 취지입니다. 가계약의 효력을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반, LH에 대한 원망을 풀고 싶은 마음이 반으로 읽혔습니다.
현재 추가로 사전청약을 받는 신혼희망타운은 없습니다. 신혼희망타운이 뉴홈으로 옷을 갈아입었기 때문입니다. 뉴홈 사전청약이 앞으로도 순탄하게 추진될 수 있을까요. 사업 시행자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사전청약이라는 이유로 신혼희망타운과 똑같은 일이 반복될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현재 신혼희망타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간과해서는 안되리라고 봅니다.
전 정부의 어떤 장관이 얘기한 것처럼 집은 빵이 아닙니다. 어느날 갑자기 뚝딱 만들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더군다나 서민에게 공급하는 주택은 대상자들이 대안이 없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그렇기에 더욱 신중하고 장기적으로 정교하게 만들어져야 합니다. LH의 설립목적인 '국민 주거 생활의 향상'을 되짚어보는 봅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