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디도스…LoL e스포츠, 흔들리는 ‘공정’ [이주현의 로그인 e스포츠]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리그오브레전드(LoL, 이하 롤) e스포츠가 ‘공정성의 위기’에 직면했다. 라이엇게임즈가 개발한 리그오브레전드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임 중 하나다. 그만큼 e스포츠 종목 중에서도 큰 규모를 자랑한다. 일명 ‘롤드컵’이라고 불리는 국제 대회인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은 매년 수억 명에 달하는 시청자들이 지켜볼 정도다. 하지만 최근 베트남 롤 리그가 대규모 승부조작 사태에 휩싸이고, 한국 롤 리그인 LCK에선 디도스(DDoS, 분산 서비스 거부) 공격으로 인해 특정 팀이 연습에 방해를 받는 등 스포츠의 근간인 ‘공정성’이 위협받으며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베트남 롤 프로 리그인 VCS(Vietnam Championship Series)는 2024 스프링 시즌 도중 대형 승부 조작 스캔들에 휩싸였다. VCS 리그에 참여하는 8개 팀 모두에서 승부 조작에 가담한 관계자들이 적발된 것이다. VCS는 지난 3월 28일 공식 SNS를 통해 연루가 의심되는 총 32명의 선수 및 관계자 명단을 28일 발표했다. VCS는 이들 32명의 경기 및 경기 지휘 활동을 일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14일 열린 팀 웨일스와 MGN 블루 간 대결을 통해 촉발됐다. 해당 경기에서 MGN 블루 선수들은 매우 유리한 상황에도 상대 넥서스를 파괴하지 않고 경기를 의도적으로 지연시켰다. 해당 경기에 대한 의문이 커지자 VCS는 리그 운영을 일시 중단하고 자체적인 조사에 나섰다. 그 결과 VCS 리그 선수 중 절반이 넘는 선수들이 가담한 것으로 밝혀져 큰 충격을 줬다. VCS는 이후 플레이오프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은퇴했던 선수들이 복귀하는 등 큰 혼란을 겪고 있다. 국내 롤 프로 리그인 LCK는 승부 조작만큼은 아니지만 디도스(DDoS, 분산 서비스 거부) 사태의 여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디도스 공격으로 리그 중계가 차질을 빚었던 LCK는 서울 종로구 롤파크에 자체 오프라인 서버를 설치함으로써 지난달 20일부터 유관중 생중계를 재개했다. 이로써 디도스 사태가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리그가 아닌 특정 게임단을 상대로 한 디도스 공격이 계속되면서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롤드컵 우승 팀인 T1은 지난달 21일 공식 SNS를 통해 ‘롤 선수단의 인터넷 스트리밍 일시 중단’을 발표했다. 지속된 디도스 공격으로 인해 선수들의 개인 연습이 방해받자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이다. T1에 따르면 해당 디도스 공격은 지난해 말부터 수개월 동안 지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T1이 이달 4일 한화생명e스포츠와의 스프링 플레이오프 2라운드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 대 0으로 완패하며 해당 사태에 대한 논란이 커졌다. 경기 후 인터뷰에 참여한 김정균 T1 감독과 ‘페이커’ 이상혁이 디도스 공격으로 인한 연습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T1 선수들은 라이엇게임즈 측으로부터 새로운 슈퍼 계정을 제공받았으나 기존 계정과 다른 MMR(매치메이킹 레이팅)로 인해 한계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MMR이란 나와 비슷한 실력의 상대와 경기를 매칭해주는 기준 점수를 말한다. 슈퍼 계정은 롤 프로 리그에서 선수들의 연습을 위해 시작부터 랭크전에서 배치받는 랭크를 다이아몬드급 이상으로 주는 대회용 연습 계정이다. 정회윤 T1 단장은 지난 4일 경기 종료 후 진행한 인터넷 방송에서 “선수들의 연습은 크게 솔로 랭크와 스크림으로 나눌 수 있는데, 스프링 스플릿 정규리그 기간에는 개인 방송을 포함한 솔로 랭크와 스크림 모두 타격을 받았다”라며 “다행히 솔로 랭크 계정을 바꾼 이후 스크림은 지장 없이 진행되고 있지만 솔로 랭크는 (MMR 차이로 인한) 연습 퀄리티의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현재는 슈퍼 계정을 제공받아 솔로 랭크를 돌리고 있으니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는 것 아니냐”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특히 T1의 3 대 0 완패는 개인 연습 부족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프로 레벨에서는 사소한 차이도 큰 격차를 만든다”라며 “특히 챔피언 숙련도 측면에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관계자는 "다른 팀보다 혼란스러운 환경에서 연습하는 것 자체가 (선수들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LCK는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한 대책을 고심 중이다. LCK 관계자는 "T1 측과 문제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소통 중"이라며 "슈퍼 계정 제공 외에도 사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포츠에서 ‘공정’은 가장 중요한 가치다. 동일한 환경에서 경쟁이 이뤄진다는 믿음이 팬들을 열광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공정이 흔들린다면 해당 스포츠에 대한 팬들의 신뢰와 애정도 식을 수밖에 없다. 올해 여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세계 첫 e스포츠 월드컵이 개최되는 등 e스포츠의 위상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e스포츠 산업이 중요한 분기점을 맞이하는 상황에서 라이엇게임즈가 롤 e스포츠의 공정을 지키기 위해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에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
베트남 롤 프로 리그인 VCS(Vietnam Championship Series)는 2024 스프링 시즌 도중 대형 승부 조작 스캔들에 휩싸였다. VCS 리그에 참여하는 8개 팀 모두에서 승부 조작에 가담한 관계자들이 적발된 것이다. VCS는 지난 3월 28일 공식 SNS를 통해 연루가 의심되는 총 32명의 선수 및 관계자 명단을 28일 발표했다. VCS는 이들 32명의 경기 및 경기 지휘 활동을 일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14일 열린 팀 웨일스와 MGN 블루 간 대결을 통해 촉발됐다. 해당 경기에서 MGN 블루 선수들은 매우 유리한 상황에도 상대 넥서스를 파괴하지 않고 경기를 의도적으로 지연시켰다. 해당 경기에 대한 의문이 커지자 VCS는 리그 운영을 일시 중단하고 자체적인 조사에 나섰다. 그 결과 VCS 리그 선수 중 절반이 넘는 선수들이 가담한 것으로 밝혀져 큰 충격을 줬다. VCS는 이후 플레이오프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은퇴했던 선수들이 복귀하는 등 큰 혼란을 겪고 있다. 국내 롤 프로 리그인 LCK는 승부 조작만큼은 아니지만 디도스(DDoS, 분산 서비스 거부) 사태의 여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디도스 공격으로 리그 중계가 차질을 빚었던 LCK는 서울 종로구 롤파크에 자체 오프라인 서버를 설치함으로써 지난달 20일부터 유관중 생중계를 재개했다. 이로써 디도스 사태가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리그가 아닌 특정 게임단을 상대로 한 디도스 공격이 계속되면서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롤드컵 우승 팀인 T1은 지난달 21일 공식 SNS를 통해 ‘롤 선수단의 인터넷 스트리밍 일시 중단’을 발표했다. 지속된 디도스 공격으로 인해 선수들의 개인 연습이 방해받자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이다. T1에 따르면 해당 디도스 공격은 지난해 말부터 수개월 동안 지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T1이 이달 4일 한화생명e스포츠와의 스프링 플레이오프 2라운드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 대 0으로 완패하며 해당 사태에 대한 논란이 커졌다. 경기 후 인터뷰에 참여한 김정균 T1 감독과 ‘페이커’ 이상혁이 디도스 공격으로 인한 연습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T1 선수들은 라이엇게임즈 측으로부터 새로운 슈퍼 계정을 제공받았으나 기존 계정과 다른 MMR(매치메이킹 레이팅)로 인해 한계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MMR이란 나와 비슷한 실력의 상대와 경기를 매칭해주는 기준 점수를 말한다. 슈퍼 계정은 롤 프로 리그에서 선수들의 연습을 위해 시작부터 랭크전에서 배치받는 랭크를 다이아몬드급 이상으로 주는 대회용 연습 계정이다. 정회윤 T1 단장은 지난 4일 경기 종료 후 진행한 인터넷 방송에서 “선수들의 연습은 크게 솔로 랭크와 스크림으로 나눌 수 있는데, 스프링 스플릿 정규리그 기간에는 개인 방송을 포함한 솔로 랭크와 스크림 모두 타격을 받았다”라며 “다행히 솔로 랭크 계정을 바꾼 이후 스크림은 지장 없이 진행되고 있지만 솔로 랭크는 (MMR 차이로 인한) 연습 퀄리티의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현재는 슈퍼 계정을 제공받아 솔로 랭크를 돌리고 있으니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는 것 아니냐”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특히 T1의 3 대 0 완패는 개인 연습 부족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프로 레벨에서는 사소한 차이도 큰 격차를 만든다”라며 “특히 챔피언 숙련도 측면에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관계자는 "다른 팀보다 혼란스러운 환경에서 연습하는 것 자체가 (선수들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LCK는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한 대책을 고심 중이다. LCK 관계자는 "T1 측과 문제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소통 중"이라며 "슈퍼 계정 제공 외에도 사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포츠에서 ‘공정’은 가장 중요한 가치다. 동일한 환경에서 경쟁이 이뤄진다는 믿음이 팬들을 열광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공정이 흔들린다면 해당 스포츠에 대한 팬들의 신뢰와 애정도 식을 수밖에 없다. 올해 여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세계 첫 e스포츠 월드컵이 개최되는 등 e스포츠의 위상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e스포츠 산업이 중요한 분기점을 맞이하는 상황에서 라이엇게임즈가 롤 e스포츠의 공정을 지키기 위해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에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