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칼럼] 2000만원으로 경제적 자유 얻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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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가 이렇게 성공했다
당신도 나처럼 될 수 있다"
富욕망 자극하는 '유튜브 멘토'
성공이 그렇게 쉽게 얻어지던가
듣다보면 결국 "책·강의 팝니다"
또 누군가는 홀려 지갑을 연다
임현우 디지털라이브부 차장
당신도 나처럼 될 수 있다"
富욕망 자극하는 '유튜브 멘토'
성공이 그렇게 쉽게 얻어지던가
듣다보면 결국 "책·강의 팝니다"
또 누군가는 홀려 지갑을 연다
임현우 디지털라이브부 차장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이게 어떤 책에 나온 말인지는 모를 수 있어도, 이 문구 자체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영국 작가 새뮤얼 스마일스(1812~1904)가 쓴 <자조론(Self-Help)>의 문장이다. 출판업계에서는 1859년 출간된 이 책을 ‘자기계발서의 원조’로 본다고 한다. 역경을 이겨내는 성공 비결로 개인의 집요함, 근면성, 인내심 등을 강조해 대중적 반향을 일으켰다는 점에서다. 상업적으로도 큰 성과를 거뒀다. <자조론>은 영국에서 스마일스가 살아 있는 동안에만 25만 부 넘게 팔렸고, 여러 언어로 번역돼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후 155년 동안 쏟아진 수많은 자기계발서의 롤모델 격이라는 설명이다.
한국인이 특히 좋아하는 장르이기도 한 자기계발서. 이 시장의 생명력은 꽤 질기다. “알맹이가 없다” “식상하다”는 비판을 받으며 외면받았다가도, 경제가 어렵고 삶이 팍팍해지는 시기가 오면 다시 뜬다. 1990년대에는 <OO하는 사람들의 O가지 습관> 류의 윤리적 자기계발서가 인기를 누렸고, 2000년대에는 <시크릿> 같은 책이 대유행했다. 2010년대 들어서는 <아프니까 OO이다> 식의 힐링 콘셉트가 대세를 이뤘다. 시류에 따라 포장지를 바꿔가고 있지만, ‘성장’과 ‘성공’에 대한 욕망을 충족시킨다는 본질은 차이가 없다. 자기 계발 콘텐츠의 트렌드는 코로나 사태를 기점으로 또 한 번 변형됐다. 노동 대신 투자로 안정적인 부(富)를 누리는 방법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경제적 자유’가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종이책과 오프라인 강연을 벗어나 온라인이 본격 활용되기 시작한 점도 과거와 달라진 특징이다. 유튜브라는 동영상 플랫폼과 클래스101, 크몽, 탈잉 같은 멘토링 플랫폼을 기반으로 발돋움한 ‘성공 멘토’가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이들의 코스는 대부분 정형화돼 있다. 유튜브를 통해 “나는 흙수저 출신이지만 지금은 경제적 자유를 달성했다”는 점을 과시한다. 팬덤이 생기면 “나의 성공 비법을 특별히 공유하겠다”며 전자책, 강연 등을 판매한다. 이런 상품에는 수십만~수백만원에 이르는 가격표가 붙는 일이 흔하다. 인터넷에서 먼저 이름값을 높이고 종이책 시장으로 역진출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사례도 줄을 이었다.
급제동이 걸린 건 올해 들어 ‘성공팔이 검증’이 인터넷을 달구면서다. 유명해진 속도가 빨랐던 만큼 유명세도 빨리 찾아왔다. 스스로를 ‘장사에 통달한 신(神)’ ‘자수성가의 아이콘’ 등으로 포지셔닝하는 데 거침이 없던 대표 셀럽들이 경력을 부풀렸다는 의혹이 이어졌다. 잘나가는 기업인이라고 하는데 자산 규모, 창업 이력, 회사 실적 등이 투명하게 확인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부를 쌓아 유명해진 게 아니라 유명해져서 부를 쌓으려 했다는 의심이다. 당사자마다 일부는 시인, 일부는 부인하며 수습을 모색하는 중이지만 등 돌린 대중을 붙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유료로 팔리는 성공학 콘텐츠 중 함량 미달이 넘쳐난다는 불만도 폭발했다. 특별한 비법이라고 해서 결제했는데 “마인드를 바꿔라” “당신도 할 수 있다” 수준인 사례가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성공학·재테크 콘텐츠를 유통하는 멘토링 플랫폼은 국내에 서른 곳 이상이 영업 중이다. 지금 이 시각에도 ‘2000만원으로 경제적 자유 달성하는 법’ ‘챗GPT로 연 7억원 버는 사업 노하우’ ‘월 999만원 자동 수익 얻는 법’ 등이 판매 랭킹 상위를 장식하며 인기리에 거래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시장이 위축될까 봐 불안해한다고 한다. 대부분 중소 스타트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단기 수익에 매몰돼 성공팔이를 사실상 방조한 건 아닌지 돌아봤으면 한다. 절박한 생각에서 큰맘 먹고 거액을 지출한 청년이나 노년층이 적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성공(success)이라는 단어는 라틴어 수케데레(succedere)에서 왔다고 한다. ‘씨앗이 흙을 뚫고 나온다’는 뜻이다. 치열한 노력의 과정을 거쳤을 때 뒤따라오는 결과물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수강료 결제로 손쉽게 체득할 수 있는 것이 성공이라면 어원부터 다르지 않았을까. 어느 ‘성공팔이 저격 전문’ 유튜버는 이렇게 되묻는다. “진짜 성공한 창업가가 자기 재력 자랑하는 것 보셨어요? 그 비법을 수십만원 받고 팔던가요?” 드라마틱하게 들리는 그들의 성공 스토리를 소위 ‘레거시 미디어’가 선뜻 소개하지 못한 이유를 유추해 보면 답이 더 쉽게 나올 것이다.
이게 어떤 책에 나온 말인지는 모를 수 있어도, 이 문구 자체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영국 작가 새뮤얼 스마일스(1812~1904)가 쓴 <자조론(Self-Help)>의 문장이다. 출판업계에서는 1859년 출간된 이 책을 ‘자기계발서의 원조’로 본다고 한다. 역경을 이겨내는 성공 비결로 개인의 집요함, 근면성, 인내심 등을 강조해 대중적 반향을 일으켰다는 점에서다. 상업적으로도 큰 성과를 거뒀다. <자조론>은 영국에서 스마일스가 살아 있는 동안에만 25만 부 넘게 팔렸고, 여러 언어로 번역돼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후 155년 동안 쏟아진 수많은 자기계발서의 롤모델 격이라는 설명이다.
한국인이 특히 좋아하는 장르이기도 한 자기계발서. 이 시장의 생명력은 꽤 질기다. “알맹이가 없다” “식상하다”는 비판을 받으며 외면받았다가도, 경제가 어렵고 삶이 팍팍해지는 시기가 오면 다시 뜬다. 1990년대에는 <OO하는 사람들의 O가지 습관> 류의 윤리적 자기계발서가 인기를 누렸고, 2000년대에는 <시크릿> 같은 책이 대유행했다. 2010년대 들어서는 <아프니까 OO이다> 식의 힐링 콘셉트가 대세를 이뤘다. 시류에 따라 포장지를 바꿔가고 있지만, ‘성장’과 ‘성공’에 대한 욕망을 충족시킨다는 본질은 차이가 없다. 자기 계발 콘텐츠의 트렌드는 코로나 사태를 기점으로 또 한 번 변형됐다. 노동 대신 투자로 안정적인 부(富)를 누리는 방법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경제적 자유’가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종이책과 오프라인 강연을 벗어나 온라인이 본격 활용되기 시작한 점도 과거와 달라진 특징이다. 유튜브라는 동영상 플랫폼과 클래스101, 크몽, 탈잉 같은 멘토링 플랫폼을 기반으로 발돋움한 ‘성공 멘토’가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이들의 코스는 대부분 정형화돼 있다. 유튜브를 통해 “나는 흙수저 출신이지만 지금은 경제적 자유를 달성했다”는 점을 과시한다. 팬덤이 생기면 “나의 성공 비법을 특별히 공유하겠다”며 전자책, 강연 등을 판매한다. 이런 상품에는 수십만~수백만원에 이르는 가격표가 붙는 일이 흔하다. 인터넷에서 먼저 이름값을 높이고 종이책 시장으로 역진출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사례도 줄을 이었다.
급제동이 걸린 건 올해 들어 ‘성공팔이 검증’이 인터넷을 달구면서다. 유명해진 속도가 빨랐던 만큼 유명세도 빨리 찾아왔다. 스스로를 ‘장사에 통달한 신(神)’ ‘자수성가의 아이콘’ 등으로 포지셔닝하는 데 거침이 없던 대표 셀럽들이 경력을 부풀렸다는 의혹이 이어졌다. 잘나가는 기업인이라고 하는데 자산 규모, 창업 이력, 회사 실적 등이 투명하게 확인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부를 쌓아 유명해진 게 아니라 유명해져서 부를 쌓으려 했다는 의심이다. 당사자마다 일부는 시인, 일부는 부인하며 수습을 모색하는 중이지만 등 돌린 대중을 붙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유료로 팔리는 성공학 콘텐츠 중 함량 미달이 넘쳐난다는 불만도 폭발했다. 특별한 비법이라고 해서 결제했는데 “마인드를 바꿔라” “당신도 할 수 있다” 수준인 사례가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성공학·재테크 콘텐츠를 유통하는 멘토링 플랫폼은 국내에 서른 곳 이상이 영업 중이다. 지금 이 시각에도 ‘2000만원으로 경제적 자유 달성하는 법’ ‘챗GPT로 연 7억원 버는 사업 노하우’ ‘월 999만원 자동 수익 얻는 법’ 등이 판매 랭킹 상위를 장식하며 인기리에 거래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시장이 위축될까 봐 불안해한다고 한다. 대부분 중소 스타트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단기 수익에 매몰돼 성공팔이를 사실상 방조한 건 아닌지 돌아봤으면 한다. 절박한 생각에서 큰맘 먹고 거액을 지출한 청년이나 노년층이 적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성공(success)이라는 단어는 라틴어 수케데레(succedere)에서 왔다고 한다. ‘씨앗이 흙을 뚫고 나온다’는 뜻이다. 치열한 노력의 과정을 거쳤을 때 뒤따라오는 결과물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수강료 결제로 손쉽게 체득할 수 있는 것이 성공이라면 어원부터 다르지 않았을까. 어느 ‘성공팔이 저격 전문’ 유튜버는 이렇게 되묻는다. “진짜 성공한 창업가가 자기 재력 자랑하는 것 보셨어요? 그 비법을 수십만원 받고 팔던가요?” 드라마틱하게 들리는 그들의 성공 스토리를 소위 ‘레거시 미디어’가 선뜻 소개하지 못한 이유를 유추해 보면 답이 더 쉽게 나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