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에반 핸슨'·'오즈' 등 관객 참여 유도하는 뮤지컬 인기
"무대 현장성은 어떤 매체로도 대체되기 힘든 독특한 성질"
관객은 앉아서 보기만 한다?…배우와 게임하고 춤도 추는 뮤지컬
"참 멋진 연설이에요.

끝까지 보세요.

이 얘길 들려주고 싶은 사람이 있어요.

"
지난 달 29일 개막한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에서 주인공의 진심을 담은 연설을 들은 사람들이 연설에 대한 반응을 영상에 담아 SNS로 공유하기 시작한다.

주인공을 격려하는 영상은 끊임없이 이어져 무대 뒤편에 설치된 스크린을 가득 채울 정도에 이른다.

이때 영상 속 사람들의 면면을 유심히 살펴보면 출연진보다 많은 수의 얼굴이 등장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작품에 사용한 동영상은 뮤지컬 관객들이 손수 녹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6일 공연계에 따르면 관객과 적극적인 소통을 내세운 뮤지컬 작품들이 호응을 얻고 있다.

관객이 직접 무대 영상 제작에 참여하고, 배우와 관객이 편을 이뤄 게임을 진행하는 장면이 작품의 일부가 되는 등 뮤지컬 무대에 참여하는 방식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와 같은 비대면 관람이 자리를 잡은 가운데 공연의 현장성을 살린 뮤지컬이 호응을 얻은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관객은 앉아서 보기만 한다?…배우와 게임하고 춤도 추는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 한국어 공연 제작을 맡은 에스앤코는 일찍이 뮤지컬 팬들의 영상으로 무대를 채우는 이벤트를 기획했다.

극 중 에반의 연설이 대중에게 퍼져나가는 장면에서 일반인의 영상을 활용하면 생생한 장면을 연출하는 동시에 팬들에게 추억을 만들어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가족, 반려동물과 찍은 영상이 작품의 일부가 된다는 소식에 팬들은 새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참가자를 모집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는 참여 방법을 문의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제작사 관계자는 "아시아 초연에 대한 특별한 기억을 만들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가지도록 하려고 기획한 이벤트였다"며 "선발한 50명보다 훨씬 많은 관객이 촬영에 지원했다"고 팬들의 호응을 전했다.

관객은 앉아서 보기만 한다?…배우와 게임하고 춤도 추는 뮤지컬
대학로에서 공연 중인 창작 뮤지컬 '오즈'는 온라인 게임이라는 소재를 살려 배우와 관객이 편을 이뤄 대결을 펼치는 장면을 삽입했다.

온라인 게임 유저가 된 관객은 배우와 팀을 이룬 뒤 주어지는 리듬에 맞춰 손뼉을 치며 점수를 획득한다.

객석을 반으로 나눠 관객끼리 대결을 펼치기 때문에 매 공연 결과가 달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배우들은 관객을 응원하고 때로는 농담을 던지며 관객의 몰입을 유도하기도 한다.

무대와 객석이 가깝다는 특징을 살릴 수 있는 아이디어를 구상하다 나오게 된 장면이었다.

지난해 초연부터 관객들의 반응이 좋아 작품을 상징하는 요소로 자리를 잡았다.

공연 관계자는 "초연 당시 첫 공연을 올릴 때 관객들이 손뼉을 칠까 걱정이 많았는데 다들 잘 따라오시고 웃어주셨다"며 "작품으로 들어가 참여하는 것을 좋아해 주시고 즐기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관객은 앉아서 보기만 한다?…배우와 게임하고 춤도 추는 뮤지컬
지난 시즌 공연 당시 코로나19로 인해 팬들과 소통이 제한됐던 '헤드윅'과 '그레이트 코멧'은 이번 시즌 소통을 한층 강화하며 호응을 얻고 있다.

'헤드윅'에서는 배우가 객석 의자를 밟고 올라가 엉덩이를 흔들며 춤추는 '카워시' 장면이 부활했다.

'그레이트 코멧'에서는 배우의 손에 이끌려 무대에 오른 관객이 즉석에서 춤사위를 선보이며 극장에 모인 모두를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작품이 공연의 현장성을 높이고 공연을 관람하는 새로운 재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비대면 관람 문화가 확대되는 상황에서도 무대만이 줄 수 있는 현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원종원 뮤지컬평론가는 "무대의 현장성은 다른 어떤 매체로도 구현되기 힘든 독특한 성질"이라며 "무대에 어울리는 상호작용 방식을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들이 등장하고 있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