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코리아' 집필진이 두 번째 펴낸 '대한민국 외식업 트렌드'
'푸드 밸런스' 추구·한 끼 '식사 격차' 커져…'이슈 푸드' 계속 변화
찐맛집 선별해 먹킷리스트 여행…10대·중년은 '식스틸러'
1인 가구인 대학생 A씨는 배달앱으로 떡볶이를 주문할 생각이다.

앱에 올라온 리뷰를 보는 건 기본. 리뷰 개수, 별점, 사장님 댓글만 살펴선 안 된다.

블로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검색도 필수다.

광고성 리뷰를 거르려고 식당 이름과 함께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다는 뜻) 등을 넣어본다.

떡볶이 마니아로서 '찐맛집'을 찾아야 해서다.

회사원 B씨는 최근 안국역 인근의 소금빵 전문점을 찾았다.

'핫플'로 유명한 베이글 전문점 대표가 새롭게 선보여 검증된 곳이라 여긴다.

막 문을 연 베이커리지만 이미 주말이나 특정 시간대엔 대기 줄이 생겼다.

이 업체 대표는 맛은 물론 '나다움을 지키자'는 철학을 매장에 반영해 사업을 잇달아 성공시켰다.

찐맛집 선별해 먹킷리스트 여행…10대·중년은 '식스틸러'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등 '트렌드코리아' 집필진이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 실무진과 함께 두 번째로 펴낸 '대한민국 외식업 트렌드 Vol 2'(미래의창)는 날이 갈수록 똑똑해지는 소비 패턴과 외식 시장 변화, 트렌디한 맛집 노하우를 조명한 책이다.

집필진은 요즘 소비자들에 대해 "근사한 식사에 대한 열망은 커졌고, 꼭 가보고 싶은 식당이 있다면 어떻게든 방문하며 먹킷리스트를 만든다"라며 '나만의 먹킷리스트를 찾아서'를 부제로 붙였다.

이런 트렌드에 맞춰 음식점 사장이 실천해볼 수 있는 아이디어도 책에 추가했다.

찐맛집 선별해 먹킷리스트 여행…10대·중년은 '식스틸러'
소비자들은 다양한 정보를 활용해 맛집을 판별해내고, 배달 앱 간 비교와 배달료·쿠폰 혜택까지 최대한 저렴한 가격인지 따져본다.

집필진은 이러한 소비 트렌드를 '식별력'이라 칭한다.

'노포는 근본 있는 맛집'처럼 검증을 추구하는 식문화는 각종 콘텐츠에서도 잘 나타난다.

한동안 '먹방'(먹는 방송)이 유행하다가 예능 프로그램 '줄 서는 식당'과 유튜브의 '또간집', '성시경의 먹을텐데' 같은 콘텐츠가 인기다.

심지어 온라인에선 '백종원 반응 유형별 맛집 구별법'까지 떠돈다.

유명 외식 사업가 백종원의 반응이 "오 독특한데요"이면 '맛없음', "내가 하면 왜 이 맛이 안 나지?"는 '진짜 맛있는 집'으로 구별하는 식이다.

코로나19 이후 여행 열기가 다시 일며 소비자들은 여행하듯이 이국적인 식당을 찾거나, 대구 뭉티기·강릉 꾹저구탕 등 로컬 맛집을 찾아다닌다.

색다른 경험이 식사의 핵심으로 식당은 취식에서 체험 공간이 됐다.

지구를 여행하는 듯한 경험에 무게를 두는 한 끼 식사 과정을 집필진은 '지구마블 한입여행'이라 명명했다.

인기 여행 프로그램 '지구마불 세계여행'을 패러디했다.

찐맛집 선별해 먹킷리스트 여행…10대·중년은 '식스틸러'
또한 소비자들은 음식점 사장과의 상호작용까지 외식 경험으로 여긴다.

사장의 개성과 철학, 서비스와 소통이 식당을 방문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됐다.

손님과 교감하는 일본 드라마 속 '심야식당' 주인장이나, SNS 등에 널리 알려 멀리서도 찾아오게 하는 셀럽형 주인장에 끌려 식당을 찾는 경향을 집필진은 '주인장 브랜딩'이라 일컫는다.

먹는 즐거움과 건강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경향도 나타난다.

마라탕이나 탕후루 같은 자극적인 음식을 먹었으면, 다음 날은 샐러드를 챙겨 먹는 식이다.

치킨을 먹으며 제로 콜라를 마시고, 술을 마시며 숙취 해소제를 준비한다.

하루 최대 섭취 칼로리와 과당, 카페인을 정해놓고 총량의 균형도 유지하려 한다.

제로 간식, 디카페인 커피, 무알코올 맥주가 유행하는 건 '푸드 밸런스'에 신경 쓰는 흐름 때문이다.

찐맛집 선별해 먹킷리스트 여행…10대·중년은 '식스틸러'
미식 시장의 유행 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작은 유행 사이를 넘나들며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에 의의를 둔다.

먹태 과자 품절 대란에 후발 주자들이 '미투 제품'을 만들어내는 등 신상 '먹템'의 화제성은 계속 변화한다.

이러한 '이슈 푸드'는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빨리 대충 해결하는 한 끼와 제대로 먹고 싶은 한 끼를 확실하게 구분하는 경향도 생겨났다.

외식 같은 집밥과 집밥 같은 외식이 뒤섞이며 소비자들은 공간보다 식사 한 끼의 목적에 무게를 둔다.

시간과 돈, 노력을 선택적, 집중적으로 사용해 끼니의 차이가 큰 폭으로 넓어지는 '식사 격차'가 나타난다.

외식업에서 주목하지 않던 10대와 50~60대는 '식스틸러'로 떠올랐다.

입맛에 맞는 음식을 주도적으로 정하는 익사이팅한 10대인 '익사이틴', 시간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미식을 추구하는 '미식 중년'들이다.

조연으로 치부됐던 이들은 영화 속 신스틸러(시선을 사로잡는 조연)처럼 외식산업 틈새에서 떠올랐다.

집필진은 이들 일곱 가지 외식업 트렌드 키워드를 관통하는 흐름에 대해 "소비자들이 똑똑해지고, 자기 취향을 중요시하며, 선택과 집중을 강하게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64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