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리한 쪽이 먼저 큰절?"…'큰절미터'로 보는 막판 판세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총선 D-2
"(국민의힘이) 단체로 잘못했다며 큰절하고 그럴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범죄자와 싸우는 데 왜 큰절을 하느냐. 서서 죽어야 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선거 막판 주요 읍소전략으로 꼽히는 '큰절'을 둘러싸고 여야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유권자들 사이에선 '깜깜이 기간'에 여론을 아는 데 '큰절미터'만한 게 없다는 말도 나온다. 큰절미터는 '큰절'과 '바로미터'의 합성어. 판세가 불리한 쪽에서 선거 막판에 "도와달라" "잘못했다"며 유권자들 앞에서 큰절 퍼포먼스를 하는데 이게 바로 지고 있다는 신호라는 것이다.
여야 후보들이 모두 단체로 큰절을 올린 건 그만큼 부산이 격전지여서다. 당초 지역 정가에선 국민의힘이 '전 지역' 우세일 것으로 내다봤으나 정권심판론으로 지역 민심이 요동치면서 부산 전역이 스윙보터(부동층) 지역으로 돌아섰다. 민주당은 부산 의석 18석 중 현재 3석보다 5석이 많은 8석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보수 험지인 광주에선 이날 8명의 국민의힘 후보들이 모여 광주 발전을 위해 단 1석만이라도 달라고 큰절로 호소했다. 이들은 5·18민주광장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40년간 민주당 일당독점 구도를 깨트려야 광주가 발전할 수 있다"고 바닥에 엎드려 지지를 호소했다. 역시 보수 험지인 전북 지역에 나서는 정운천 국민의힘 후보(전북전주을)는 소복을 입고 길거리에서 시민들에게 큰절을 올리고 있다. 일반 유세차량이 아닌 함거(죄인을 실어 나르던 수레)로 개조한 차를 타고 유세를 다닌다. 지난달 28일 선거운동 출정식에서 삭발 후 함거에 들어간 정 후보는 "정부에 대한 시민의 분노가 크다는 것을 알았고, 그 분노를 헤아리지 못한 책임이 너무 크다"며 바짝 엎드려 유권자들에게 읍소하고 있다.
박수현 민주당 후보(충남 공주·부여·청양)도 전날 공주시 유세에서 "부여와 청양에 보수적인 어르신들이 '박수현은 좋은데 민주당은 싫다'면서 (나를) 안 찍어줘서 두 번이나 떨어졌다. 얼마나 불쌍하냐"며 큰절을 했다. 충청 지역은 전통적인 캐스팅보트 지역으로, 충남 공주·부여·청양은 박 후보와 국민의힘 5선 중진 정진석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경쟁하고 있는 격전지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는 여야 모두 막판 큰절에 나섰다.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은 텃밭 대구에서, 야당인 민주당은 호남에서 각각 절을 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당시 새누리당은 공천 파동으로 대구에서 민심을 잃고 있던 상황이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당시 호남 격전지를 찾아 유권자들에게 큰절을 올렷다. 신생 국민의당에 텃밭 호남을 위협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2020년 총선 때도 마지막 주말에 여야는 서로 불리한 지역에서 큰절 작전을 폈다. 대구에서 출마한 민주당 후보 12명은 중구 국채보상운동공원에 모여 ‘대구시민에게 드리는 호소문’을 낭독하고 큰절을 했다. 서울 종로구에 출마했던 황교안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는 종로 선거구를 돌며 “도와달라”며 큰절을 반복했다. 황 대표는 결국 낙선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범죄자와 싸우는 데 왜 큰절을 하느냐. 서서 죽어야 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선거 막판 주요 읍소전략으로 꼽히는 '큰절'을 둘러싸고 여야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유권자들 사이에선 '깜깜이 기간'에 여론을 아는 데 '큰절미터'만한 게 없다는 말도 나온다. 큰절미터는 '큰절'과 '바로미터'의 합성어. 판세가 불리한 쪽에서 선거 막판에 "도와달라" "잘못했다"며 유권자들 앞에서 큰절 퍼포먼스를 하는데 이게 바로 지고 있다는 신호라는 것이다.
여야 모두 큰절나선 지역은
민주당 부산지역 총선 후보들은 8일 오전 부산항 하늘광장에 모여 바닥에 엎드렸다. 후보들은 "부산의 자부심으로, 높은 시민 의식으로, 역사적 책임감으로 부산 시민의 삶과 부산의 미래를 위해 더불어민주당에 투표해 주시기를 바란다"며 큰절했다. 특히 '엑스포 참패'나 '산업은행 부산 이전' 등 민감한 지역 이슈를 거론하며 표심을 자극했다. 부산은 지난 4일 국민의힘 부산지역 후보들이 단체로 큰절을 하며 "일할 기회를 달라"고 읍소했던 지역이다. 당시 서병수 국민의힘 부산 총괄선대위원장은 "남의 잘못에는 추상같은 잣대를 들이댔으면서 정작 내가 저지른 잘못에는 남 탓을 했다. 그렇게 쌓이고 쌓인 실망이 이제 분노가 되어서 (유권자들이) 국민의힘, 윤석열 정부에 엘로우 카드를 던지셨다. 반성한다"고 했다. 부산지역 후보들은 함께 모여 큰절을 올렸다.여야 후보들이 모두 단체로 큰절을 올린 건 그만큼 부산이 격전지여서다. 당초 지역 정가에선 국민의힘이 '전 지역' 우세일 것으로 내다봤으나 정권심판론으로 지역 민심이 요동치면서 부산 전역이 스윙보터(부동층) 지역으로 돌아섰다. 민주당은 부산 의석 18석 중 현재 3석보다 5석이 많은 8석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보수 험지인 광주에선 이날 8명의 국민의힘 후보들이 모여 광주 발전을 위해 단 1석만이라도 달라고 큰절로 호소했다. 이들은 5·18민주광장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40년간 민주당 일당독점 구도를 깨트려야 광주가 발전할 수 있다"고 바닥에 엎드려 지지를 호소했다. 역시 보수 험지인 전북 지역에 나서는 정운천 국민의힘 후보(전북전주을)는 소복을 입고 길거리에서 시민들에게 큰절을 올리고 있다. 일반 유세차량이 아닌 함거(죄인을 실어 나르던 수레)로 개조한 차를 타고 유세를 다닌다. 지난달 28일 선거운동 출정식에서 삭발 후 함거에 들어간 정 후보는 "정부에 대한 시민의 분노가 크다는 것을 알았고, 그 분노를 헤아리지 못한 책임이 너무 크다"며 바짝 엎드려 유권자들에게 읍소하고 있다.
박수현 민주당 후보(충남 공주·부여·청양)도 전날 공주시 유세에서 "부여와 청양에 보수적인 어르신들이 '박수현은 좋은데 민주당은 싫다'면서 (나를) 안 찍어줘서 두 번이나 떨어졌다. 얼마나 불쌍하냐"며 큰절을 했다. 충청 지역은 전통적인 캐스팅보트 지역으로, 충남 공주·부여·청양은 박 후보와 국민의힘 5선 중진 정진석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경쟁하고 있는 격전지다.
한동훈 "큰절 안해" 이재명 "악어의 눈물"
아직 각 당 지도부와 후보자들이 한꺼번에 모여 반성문을 읽으며 큰절 퍼포먼스를 벌이진 않았다. 한동훈 위원장은 지난 4일 충북 제천 유세 현장에서 “누가 저한테 ‘옛날에 국민의힘 계열(정당)이 계속했던 것처럼 선거 막판에 큰절을 하자’고 했다. 범죄자와 싸우는 데 왜 큰절을 하느냐. 서서 죽어야 한다”며 큰절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읍소하는 절을 하자는 사람들에게 저는 '시민들이 원하면 절이 아니라 뭐든지 할 수 있는데, 범죄자와 싸울 때는 절하는 것보다 서서 죽을 각오로 진흙밭에 구르며 끝까지 시민을 위해 싸우는 게 맞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표는 전날 서울 송파구 유세에서 “국민의힘 지도부가 드디어 눈물 흘리고 큰절하기 작전 시작했다. 악어의 눈물 아니냐”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부산지역 후보들이 지난 4일 단체로 큰절을 하며 “일할 기회를 달라”고 지지를 호소한 것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그들(국민의힘 후보)의 눈물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들이 한 행위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다수 국민의 아픔을 이용하는 악어의 눈물이다. 악어가 뭘 잡아먹을 때 쉽게 목구멍에서 넘어가라고 흘리는 눈물은 동정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이 대표는 “가짜 눈물을 연민한 대가로 그보다 더 고통스러운 눈물을 수십, 수백배 많이 흘리게 될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과거 '큰절미터'는 어땠나
큰절미터의 원조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다. 2004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민주당이 그해 4월 열린 총선에서 역풍을 맞은 게 계기였다. 당시 민주당 선대위원장이던 추미애 장관은 광주에서 2박3일간 삼보일배를 했다. 노 전 대통령 탄핵 찬성에 대한 반성의 의미였다.2016년 총선을 앞두고는 여야 모두 막판 큰절에 나섰다.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은 텃밭 대구에서, 야당인 민주당은 호남에서 각각 절을 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당시 새누리당은 공천 파동으로 대구에서 민심을 잃고 있던 상황이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당시 호남 격전지를 찾아 유권자들에게 큰절을 올렷다. 신생 국민의당에 텃밭 호남을 위협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2020년 총선 때도 마지막 주말에 여야는 서로 불리한 지역에서 큰절 작전을 폈다. 대구에서 출마한 민주당 후보 12명은 중구 국채보상운동공원에 모여 ‘대구시민에게 드리는 호소문’을 낭독하고 큰절을 했다. 서울 종로구에 출마했던 황교안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는 종로 선거구를 돌며 “도와달라”며 큰절을 반복했다. 황 대표는 결국 낙선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