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은, 구리,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최고점에 이르면서 원자재 선물에 기반한 상장지수증권(ETN)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이 임박했다는 소식에 원유와 해외 원자재 파생상품도 들썩이고 있다.
경기 회복 조짐…원자재 ETN '폭풍질주'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1개월(3월 4일~4월 8일)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N 중 상승률 1위는 53.2% 오른 ‘한투 레버리지 은 선물 ETN’이었다. 이 ETN은 국제 은 선물 지수의 수익률을 2배 추종한다. ‘QV 레버리지 은 선물 ETN(H)’(50.4%), ‘삼성 레버리지 은 선물 ETN(H)’(50.4%) 등도 같은 기간 50%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구리·원유 레버리지 ETN도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하나 S&P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은 최근 1개월간 21.7% 올랐고, ‘신한 레버리지 구리 선물 ETN’은 22.2% 뛰었다.

구리, 은, 원유는 경기 회복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표적인 원자재로 꼽힌다. 미국 경기 지표가 여전히 견조하고 중국 경기도 살아날 조짐을 보이면서 최근 글로벌 원자재 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월 대비 1.7 상승한 50.8을 기록했다. PMI가 50보다 높으면 경기 확장을 의미한다. 24개의 주요 원자재 선물 가격을 반영하는 블룸버그 원자재지수는 지난달 1일 97.22에서 지난 5일 102.9로 뛰었다.

중동 지역에서 이스라엘과 이란 간 갈등이 격화하자 원유 가격 상승에 베팅하는 투자자도 늘어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달 5일 기준 브렌트유 ‘콜-풋 스큐’는 작년 10월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콜-풋 스큐란 풋옵션 대비 콜옵션 계약 비율을 말한다. 그만큼 유가 강세를 예상하고 콜옵션에 베팅한 투자자가 많았다는 얘기다. 시카고상업거래소에 따르면 6월 만기가 돌아오는 브렌트유 선물 옵션 상품 중 행사가가 배럴당 92달러인 콜옵션 가격은 지난달 27일 0.36달러에 불과했지만 지난 5일엔 2.16달러까지 뛰었다. 행사가와 프리미엄을 합친 가격(배럴당 94.16달러)보다 시중 유가가 더 뛸 것이라고 예상한 투자자가 많았다는 것이다.

홍성기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지속된 감산 합의와 최근 미국 셰일오일 생산 둔화 등으로 공급 우려가 커지면서 유가가 상승하고 있다”며 “구리 가격도 광산 부문의 공급 차질이 결국 중국 내 제련소 감산으로 이어지며 상승세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