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으로 재판에 넘겨진 사업주에게 실형을 인정한 법원의 두 번째 판단이 나왔다. 앞선 ‘1호 실형’보다 높은 형량이 나오면서 상급심 판단에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울산지방법원 형사3단독 이재욱 부장판사는 지난 4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경남 양산시의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대표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법인에는 벌금 1억5000만원이, 함께 기소된 안전관리 담당 총괄이사 B씨에겐 금고 1년6개월이 선고됐다. 다만 A씨는 법정 구속되지는 않았다.

2022년 7월 A씨의 업체에서는 네팔 국적의 노동자가 다이캐스팅(주조) 기계 내부를 청소하던 중 금형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기계의 상·하단 안전문 방호장치가 파손되고, 인터록(안전 중단 장치)도 설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안전문을 열어도 기계가 멈추지 않는 상황이 된 것이다.

사고 발생 전 업체로부터 안전 점검을 위탁받은 대한산업안전협회는 기계 상태를 두고 ‘일부 장치가 파손돼 사고 위험성이 높다’는 보고를 여러 차례 회사 측에 전달했다. A씨는 기계 상태와 관련해 별도의 조처를 하지 않았고, 사고에 대비한 매뉴얼도 마련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사고 발생 열흘 전까지 협회로부터 구체적인 사고 위험성을 지적받았음에도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며 “적절한 조치가 있었다면 피해자가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법원은 A씨와 유족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집행유예 등으로 선처할 수 없다”고 했다.

이번 사건은 중대재해법으로 기소된 사건 중 두 번째 실형 사례다. 이 사건에 앞서 2022년 1월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이후 14건의 유죄가 선고됐지만 실형이 나온 사례는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을 확정받은 한국제강 사건이 유일했다.

법조계에서는 다소 이례적인 판결이란 평가가 나온다. 동종 전과로 벌금형을 여러 차례 선고받았던 한국제강 사건을 제외하면 모두 집행유예가 나왔던 데다 형량 또한 조항에 명시된 형량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한 중대재해 전문 변호사는 “개선 요구를 보고받고 조처하지 않았고, 중대재해법과 산안법이 함께 적용돼 죄질이 나쁘다고 본 것 같다”면서도 “유족과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징역 2년이 나온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