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작가 우고 론디노네가 이야기하는 '세상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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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뮤지엄 산에서 개인전…'수녀와 수도승' 조각 등 40여점 전시
"창밖으로 보는 주변의 정원, 계절이 가는 것을 보면서 하는 매일의 성찰(명상. meditation)은 태초부터 인간의 DNA에 새겨진 열망입니다.
저는 이런 자연을 성찰하려는 열망이 지속되기를 원합니다.
우리가 가진 아름다움이 얼마나 큰지, 이 자연을 볼 수 있어 얼마나 행운인지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가진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데 집중합니다.
제 작품으로 세상의 아름다움에 빛을 비춤으로써 아름다움을 더 강조하고 싶습니다.
"
스위스 출신의 작가 우고 론디노네(60)의 개인전이 강원도 원주의 뮤지엄 산에서 열리고 있다.
미술관 전시장 3곳과 백남준관, 야외 스톤가든, 라운지 공간을 이용해 색색의 돌을 쌓아 올린 듯한 형상의 '수녀와 수도승' 조각과 말 조각 연작, 회화 연작 '매티턱', 영상 작업까지 40여점을 통해 그의 작품 세계를 고루 소개한다.
전시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 삶의 순환, 성찰, 시간 같은 것들이다.
전시의 제목이기도 한 영상 작업 '번 투 샤인'(burn to shine. 빛나기 위해 타오르다)도 삶의 순환을 주제로 한다.
아프리카 마그레브 지역의 전통 의식과 현대 무용을 결합한 퍼포먼스 영상이 암실 속 6개 스크린을 통해 상영된다.
모닥불을 중심으로 춤을 추는 남성과 여성 무용가 18명, 그리고 이들을 다시 타악기 연주자 12명이 둘러싼 세 개의 원 형상으로 퍼포먼스가 진행된다.
북소리에 맞춰 무아지경에 빠진 듯 춤을 추는 영상은 일몰 순간 시작돼 해가 뜨는 순간 끝나는 구성으로 반복 재생되며 삶의 순환을 이야기한다.
론디노네는 8일 전시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작업이 "팬데믹 기간 만든 것"이라면서 "팬데믹 기간에 재생(rebirth)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다시 태어나는 하나의 순환을 영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렇게 보여주는 삶의 순환이 전시 전체에 녹아 있는 개념"이라고 덧붙였다.
푸른색 유리로 만들어진 말 조각 연작은 세계 각지의 바다 이름을 제목으로 삼았다.
11점 말 조각 중 한 점에는 '황해'라는 이름도 붙었다.
하부와 상부에서 각각 바다와 그 위의 하늘을 형상화한 말 조각은 유리의 원료인 규소가 들어있는 흙, 흙을 가공하는 데 쓰이는 불, 유리의 형태를 잡기 위해 불어넣는 공기, 유리가 굳기 전 액체 상태 같은 물 등 공기, 불, 흙, 물이라는 세상을 구성하는 4원소 개념을 형상화한 것이기도 하다.
말 조각이 놓인 전시장 벽에는 수채화 연작 '매티턱' 12점이 걸렸다.
작가가 작업하는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 지역의 이름을 딴 연작으로, 역시 팬데믹 기간 시작된 작업이다.
(반)원과 직선만으로 이뤄진 단순한 구성의 그림은 일몰과 월출의 풍경을 묘사한 것이고 작품의 제목은 제작한 날짜다.
제목으로 시간을, 그림의 이미지로 공간을 표현한 작품은 작가 삶의 순환을 일기처럼 기록한 것이기도 하다.
작가는 "매일 저녁 보는 아름다운 일몰을 가장 단순하게 표현한다면 무엇일까를 고민했다"면서 "이 작업에는 나 자신에 대한 성찰의 의미도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론디노네 하면 떠오르는 색색의 조각 작업도 여러 점 전시된다.
2016년 미국 네바다 사막에 설치돼 관광명소가 된 '세븐 매직 마운틴스'는 방탄소년단 RM이 인증사진을 남기면서 국내에서도 널리 알려졌다.
원래 백남준 작품을 전시하던 백남준 관에는 4m 높이의 '노란색과 빨간색 수도승'이 놓였다.
원형의 유리 천장으로 들어오는 자연광 속에서 전시장 돌벽과 작품이 조화를 이루는 이 공간을 두고 작가는 "자연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이 같이 존재해 좋아하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야외 스톤가든에는 3m 높이의 '수녀와 수도승' 조각 6점이 자리 잡았다.
수도자의 복장을 한 듯한 인체 형상으로 작은 규모의 석회암 모형을 제작한 뒤 이를 청동으로 크게 주조하고 론디노네 특유의 형광 원색으로 마무리한 작업이다.
작가는 "수도승은 성찰하는 자의 상징"이라면서 "수도승은 자기 내면으로 들어가며 성찰하지만 동시에 외부의 자연을 보면서 자연과의 관계를 형성하기도 하기 때문에 자연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론디노네는 전시가 열리는 지역의 어린이들을 초대해 이들이 그린 드로잉을 보여주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이번에도 전시장이 있는 원주의 3∼12세 어린이 1천명이 해와 달을 주제로 그린 드로잉 2천장을 선보인다.
성인 관람객은 지상에서 80cm 정도 높이로 떠 있는 큐브 안에 전시된 드로잉을 보기 위해서 아래로 몸을 굽혀 들어가야 한다.
해와 달이란 주제 역시 낮과 밤의 순환 의미를 담고 있다.
작가는 "아이들을 예술의 일부로 참여시킬 수 있어서 기쁘다"라면서 "아이들이 곧 미래"라고 말했다.
그는 "미술관이 아이들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공간으로 머물러서는 안 되고 편안하게 와서 작품을 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이번 작업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고 덧붙였다.
자연을 주요한 주제로 삼는 론디노네의 작품은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자연 속에 자리 잡은 뮤지엄 산의 주변 환경, 그리고 안도 다다오의 노출 콘크리트 건축물과 만나 더욱 빛을 발하는 듯하다.
작가는 "도시의 소음 없이, 뮤지엄 산처럼 매일 만나는 자연을 볼 수 있는 장소에서 전시할 수 있어 이상적인 환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두드러지고 견고한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 안에 작품을 얹는 것은 상당히 도전적이었다"면서 "그 결과물로 나온 이번 전시를 최대한 즐겨달라"고 덧붙였다.
전시는 9월18일까지. 유료 관람. /연합뉴스
저는 이런 자연을 성찰하려는 열망이 지속되기를 원합니다.
우리가 가진 아름다움이 얼마나 큰지, 이 자연을 볼 수 있어 얼마나 행운인지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가진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데 집중합니다.
제 작품으로 세상의 아름다움에 빛을 비춤으로써 아름다움을 더 강조하고 싶습니다.
"
스위스 출신의 작가 우고 론디노네(60)의 개인전이 강원도 원주의 뮤지엄 산에서 열리고 있다.
미술관 전시장 3곳과 백남준관, 야외 스톤가든, 라운지 공간을 이용해 색색의 돌을 쌓아 올린 듯한 형상의 '수녀와 수도승' 조각과 말 조각 연작, 회화 연작 '매티턱', 영상 작업까지 40여점을 통해 그의 작품 세계를 고루 소개한다.
전시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 삶의 순환, 성찰, 시간 같은 것들이다.
전시의 제목이기도 한 영상 작업 '번 투 샤인'(burn to shine. 빛나기 위해 타오르다)도 삶의 순환을 주제로 한다.
아프리카 마그레브 지역의 전통 의식과 현대 무용을 결합한 퍼포먼스 영상이 암실 속 6개 스크린을 통해 상영된다.
모닥불을 중심으로 춤을 추는 남성과 여성 무용가 18명, 그리고 이들을 다시 타악기 연주자 12명이 둘러싼 세 개의 원 형상으로 퍼포먼스가 진행된다.
북소리에 맞춰 무아지경에 빠진 듯 춤을 추는 영상은 일몰 순간 시작돼 해가 뜨는 순간 끝나는 구성으로 반복 재생되며 삶의 순환을 이야기한다.
론디노네는 8일 전시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작업이 "팬데믹 기간 만든 것"이라면서 "팬데믹 기간에 재생(rebirth)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다시 태어나는 하나의 순환을 영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렇게 보여주는 삶의 순환이 전시 전체에 녹아 있는 개념"이라고 덧붙였다.
푸른색 유리로 만들어진 말 조각 연작은 세계 각지의 바다 이름을 제목으로 삼았다.
11점 말 조각 중 한 점에는 '황해'라는 이름도 붙었다.
하부와 상부에서 각각 바다와 그 위의 하늘을 형상화한 말 조각은 유리의 원료인 규소가 들어있는 흙, 흙을 가공하는 데 쓰이는 불, 유리의 형태를 잡기 위해 불어넣는 공기, 유리가 굳기 전 액체 상태 같은 물 등 공기, 불, 흙, 물이라는 세상을 구성하는 4원소 개념을 형상화한 것이기도 하다.
말 조각이 놓인 전시장 벽에는 수채화 연작 '매티턱' 12점이 걸렸다.
작가가 작업하는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 지역의 이름을 딴 연작으로, 역시 팬데믹 기간 시작된 작업이다.
(반)원과 직선만으로 이뤄진 단순한 구성의 그림은 일몰과 월출의 풍경을 묘사한 것이고 작품의 제목은 제작한 날짜다.
제목으로 시간을, 그림의 이미지로 공간을 표현한 작품은 작가 삶의 순환을 일기처럼 기록한 것이기도 하다.
작가는 "매일 저녁 보는 아름다운 일몰을 가장 단순하게 표현한다면 무엇일까를 고민했다"면서 "이 작업에는 나 자신에 대한 성찰의 의미도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론디노네 하면 떠오르는 색색의 조각 작업도 여러 점 전시된다.
2016년 미국 네바다 사막에 설치돼 관광명소가 된 '세븐 매직 마운틴스'는 방탄소년단 RM이 인증사진을 남기면서 국내에서도 널리 알려졌다.
원래 백남준 작품을 전시하던 백남준 관에는 4m 높이의 '노란색과 빨간색 수도승'이 놓였다.
원형의 유리 천장으로 들어오는 자연광 속에서 전시장 돌벽과 작품이 조화를 이루는 이 공간을 두고 작가는 "자연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이 같이 존재해 좋아하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야외 스톤가든에는 3m 높이의 '수녀와 수도승' 조각 6점이 자리 잡았다.
수도자의 복장을 한 듯한 인체 형상으로 작은 규모의 석회암 모형을 제작한 뒤 이를 청동으로 크게 주조하고 론디노네 특유의 형광 원색으로 마무리한 작업이다.
작가는 "수도승은 성찰하는 자의 상징"이라면서 "수도승은 자기 내면으로 들어가며 성찰하지만 동시에 외부의 자연을 보면서 자연과의 관계를 형성하기도 하기 때문에 자연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론디노네는 전시가 열리는 지역의 어린이들을 초대해 이들이 그린 드로잉을 보여주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이번에도 전시장이 있는 원주의 3∼12세 어린이 1천명이 해와 달을 주제로 그린 드로잉 2천장을 선보인다.
성인 관람객은 지상에서 80cm 정도 높이로 떠 있는 큐브 안에 전시된 드로잉을 보기 위해서 아래로 몸을 굽혀 들어가야 한다.
해와 달이란 주제 역시 낮과 밤의 순환 의미를 담고 있다.
작가는 "아이들을 예술의 일부로 참여시킬 수 있어서 기쁘다"라면서 "아이들이 곧 미래"라고 말했다.
그는 "미술관이 아이들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공간으로 머물러서는 안 되고 편안하게 와서 작품을 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이번 작업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고 덧붙였다.
자연을 주요한 주제로 삼는 론디노네의 작품은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자연 속에 자리 잡은 뮤지엄 산의 주변 환경, 그리고 안도 다다오의 노출 콘크리트 건축물과 만나 더욱 빛을 발하는 듯하다.
작가는 "도시의 소음 없이, 뮤지엄 산처럼 매일 만나는 자연을 볼 수 있는 장소에서 전시할 수 있어 이상적인 환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두드러지고 견고한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 안에 작품을 얹는 것은 상당히 도전적이었다"면서 "그 결과물로 나온 이번 전시를 최대한 즐겨달라"고 덧붙였다.
전시는 9월18일까지. 유료 관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