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심포니 대표 "韓 연주자 테크닉 경이로워…조성진 또 만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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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캐스린 맥다월 LSO 대표
LSO, 120년 역사의 영국 명문 악단
리히터·아바도·래틀 등 명지휘자 거쳐
“매일 특별한 재능 발견되는 경이로운 악단”
정통 클래식 외에도 게임·영화음악 등 연주
“기존 형식에 얽매이는 순간 소통 기회 사라져”
사이먼 래틀 후임으로 안토니오 파파노 취임 예정
“파파노, 본능적이면서 직관적…매우 신선할 것”
LSO, 120년 역사의 영국 명문 악단
리히터·아바도·래틀 등 명지휘자 거쳐
“매일 특별한 재능 발견되는 경이로운 악단”
정통 클래식 외에도 게임·영화음악 등 연주
“기존 형식에 얽매이는 순간 소통 기회 사라져”
사이먼 래틀 후임으로 안토니오 파파노 취임 예정
“파파노, 본능적이면서 직관적…매우 신선할 것”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잘 빚은 레드 와인이라면,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LSO)는 화사한 맛이 일품인 화이트 와인이다.”
현존 최고의 지휘자로 꼽히는 명장 사이먼 래틀이 남긴 말이다. 굳이 래틀의 찬사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LSO가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란 걸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스 리히터, 에드워드 엘가, 클라우디오 아바도, 발레리 게르기예프 등 이름만 대면 다 알만한 전설적 지휘자들의 손을 거쳐 온 120년 역사의 명문 악단이라서다. 영국에선 자랑거리로 통한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당시 개막식과 폐막식을 모두 장식했을 정도다.
2005년부터 19년째 LSO를 이끌고 있는 캐스린 맥다월(65) 대표가 한국경제신문을 만났다. 그는 최근 영국 런던 바비칸센터 내 사무실에서 진행한 한경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LSO는 매일 지휘자와 단원들의 특별한 재능이 발견되는 경이로운 악단”이라며 “이들의 소리엔 한계(限界)가 없다”고 했다.
“연주를 들을 때마다 깜짝 놀라요. 작품의 성격에 따라 반짝이는 소리를 내기도 하고, 풍부하면서도 무거운 소리로 청중을 압도하기도 합니다. 제가 10대 시절에 LSO의 공연을 처음 봤는데, 마치 불꽃이 튀는 듯한 강렬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어요. 지금까지도 눈감으면 그날이 생생하게 기억날 정도로요. 저뿐만 아니라 많은 유럽인들에게 LSO는 그저 하나의 악단이 아닙니다. 명장들의 정신을 이어가면서 새로운 영감을 빚어내는 ‘살아있는 유산’ 그 이상이라 생각하죠.” 유럽 클래식 음악계에서도 유서 깊은 악단으로 손꼽히는 만큼 정통 클래식을 고집할 것 같지만, LSO는 혁신에도 방점을 찍는다. 모차르트, 베토벤, 차이콥스키 등 고전·낭만주의 음악부터 ‘해리포터’ ‘트와일라잇’ ‘스타워즈’ ‘슈퍼 마리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 게임·영화음악까지 전부 무대에 올린다.
새로운 작품을 발굴하고 세계 초연하는 일에도 적극적이다. 엘가의 첼로 협주곡과 ‘위풍당당 행진곡’ 3·5번, 펜데레츠키 교향곡 1번, 진은숙 바이올린 협주곡 2번 등이 전부 LSO를 통해 처음 연주된 작품들이다. 맥다월 대표는 “우리의 강력한 무기 가운데 하나가 바로 도전적인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특정 장르, 특정 시대 등 기존 형식에 얽매이는 순간 새로운 청중과 소통할 기회는 사라진다고 생각해요. 조금이라도 더 발전적이고 흥미로운 프로그램이라야 우리의 연주를 들어볼 테니까요. 중요한 건 어떤 연주를 보여주느냐입니다. 아무리 난해한 현대음악이라도 설득력 있는 연주를 들려준다면 청중은 어떤 방향으로든 반응하게 될 겁니다. 저흰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완벽하게 소화해낼 자신이 있어요. 이렇게 쌓인 신뢰감은 그 어떤 악단도 따라올 수 없지요. 그게 우리가 모험을 즐기는 이유입니다.” 40년간 유럽 클래식 음악계에 몸담아 온 그는 “한국 음악가들의 성장 속도는 믿기 어려울 만큼 빠르다”며 “한국 연주자들의 테크닉은 경이로울 정도로 탁월하고, 음악성은 나이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깊다”고 감탄했다.
기억에 남는 연주자로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을 꼽았다. LSO는 2022년 사이먼 래틀 지휘로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내한 공연을 올린 바 있다. 그는 “조성진은 실력이 너무나 뛰어난 피아니스트”라며 “그와 연주한 건 LSO에게 큰 기쁨이었다”고 했다. 이어 맥다월은 “앞으로도 조성진과 더 많은 작업을 함께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맥다월은 작곡가 진은숙, 신동훈을 직접 거론하며 “특별한 재능을 가진 두 작곡가의 작품은 매우 어렵고 복잡하지만, 연주할 때 큰 보람이 느껴질 정도로 예술성이 뛰어나다”고도 했다.
맥다월은 15년간 베를린 필하모닉을 이끈 명지휘자 사이먼 래틀을 LSO 음악감독으로 데려온 주역으로도 유명하다. 사이먼 래틀이 부임한 해인 2017년 LSO의 캐치프레이즈가 ‘래틀이 돌아왔다’란 문구였을 정도다. 지난해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음악감독으로 자리를 옮긴 래틀은 현재 LSO 명예지휘자를 맡고 있다. 맥다월은 “사이먼 래틀은 LSO 고유의 소리를 만들고, 새로운 레퍼토리를 개발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지휘자”라며 “창의적인 작품 해석과 넘치는 카리스마로 LSO의 정체성을 강화한 인물인 만큼, 앞으로도 계속 인연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맥다월은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한 이후 영국 문화 예술위원회 대표, 웨일스 밀레니엄 센터 대표, 시티 오브 런던 페스티벌 감독 등을 두루 거친 예술경영 전문가다. 사이먼 래틀의 후임자는 이탈리아 산타 세칠리아 오케스트라, 영국 코벤트가든 로열 오페라하우스 등에서 음악감독을 지낸 지휘자 안토니오 파파노다. 파파노는 오는 10월 LSO와 함께 한국을 찾는다. 맥다월은 “파파노는 래틀과는 완전히 다른 유형의 지휘자”라며 “오랫동안 오페라계에 능력을 키워온 그가 LSO와 보여줄 음악은 매우 신선할 것”이라고 했다.
“파파노는 아주 본능적이고 직관적인 지휘자예요. 오페라계에서 인정받은 탁월한 스토리텔러인 만큼 청중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어떤 색깔의 음향을 표현해야 할지 정확히 알고 악단을 이끕니다. 하루빨리 열정적인 한국 청중에게 우리의 새로운 호흡을 선보이고 그 반응을 확인해보고 싶어요.”
런던=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현존 최고의 지휘자로 꼽히는 명장 사이먼 래틀이 남긴 말이다. 굳이 래틀의 찬사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LSO가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란 걸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스 리히터, 에드워드 엘가, 클라우디오 아바도, 발레리 게르기예프 등 이름만 대면 다 알만한 전설적 지휘자들의 손을 거쳐 온 120년 역사의 명문 악단이라서다. 영국에선 자랑거리로 통한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당시 개막식과 폐막식을 모두 장식했을 정도다.
2005년부터 19년째 LSO를 이끌고 있는 캐스린 맥다월(65) 대표가 한국경제신문을 만났다. 그는 최근 영국 런던 바비칸센터 내 사무실에서 진행한 한경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LSO는 매일 지휘자와 단원들의 특별한 재능이 발견되는 경이로운 악단”이라며 “이들의 소리엔 한계(限界)가 없다”고 했다.
“연주를 들을 때마다 깜짝 놀라요. 작품의 성격에 따라 반짝이는 소리를 내기도 하고, 풍부하면서도 무거운 소리로 청중을 압도하기도 합니다. 제가 10대 시절에 LSO의 공연을 처음 봤는데, 마치 불꽃이 튀는 듯한 강렬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어요. 지금까지도 눈감으면 그날이 생생하게 기억날 정도로요. 저뿐만 아니라 많은 유럽인들에게 LSO는 그저 하나의 악단이 아닙니다. 명장들의 정신을 이어가면서 새로운 영감을 빚어내는 ‘살아있는 유산’ 그 이상이라 생각하죠.” 유럽 클래식 음악계에서도 유서 깊은 악단으로 손꼽히는 만큼 정통 클래식을 고집할 것 같지만, LSO는 혁신에도 방점을 찍는다. 모차르트, 베토벤, 차이콥스키 등 고전·낭만주의 음악부터 ‘해리포터’ ‘트와일라잇’ ‘스타워즈’ ‘슈퍼 마리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 게임·영화음악까지 전부 무대에 올린다.
새로운 작품을 발굴하고 세계 초연하는 일에도 적극적이다. 엘가의 첼로 협주곡과 ‘위풍당당 행진곡’ 3·5번, 펜데레츠키 교향곡 1번, 진은숙 바이올린 협주곡 2번 등이 전부 LSO를 통해 처음 연주된 작품들이다. 맥다월 대표는 “우리의 강력한 무기 가운데 하나가 바로 도전적인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특정 장르, 특정 시대 등 기존 형식에 얽매이는 순간 새로운 청중과 소통할 기회는 사라진다고 생각해요. 조금이라도 더 발전적이고 흥미로운 프로그램이라야 우리의 연주를 들어볼 테니까요. 중요한 건 어떤 연주를 보여주느냐입니다. 아무리 난해한 현대음악이라도 설득력 있는 연주를 들려준다면 청중은 어떤 방향으로든 반응하게 될 겁니다. 저흰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완벽하게 소화해낼 자신이 있어요. 이렇게 쌓인 신뢰감은 그 어떤 악단도 따라올 수 없지요. 그게 우리가 모험을 즐기는 이유입니다.” 40년간 유럽 클래식 음악계에 몸담아 온 그는 “한국 음악가들의 성장 속도는 믿기 어려울 만큼 빠르다”며 “한국 연주자들의 테크닉은 경이로울 정도로 탁월하고, 음악성은 나이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깊다”고 감탄했다.
기억에 남는 연주자로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을 꼽았다. LSO는 2022년 사이먼 래틀 지휘로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내한 공연을 올린 바 있다. 그는 “조성진은 실력이 너무나 뛰어난 피아니스트”라며 “그와 연주한 건 LSO에게 큰 기쁨이었다”고 했다. 이어 맥다월은 “앞으로도 조성진과 더 많은 작업을 함께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맥다월은 작곡가 진은숙, 신동훈을 직접 거론하며 “특별한 재능을 가진 두 작곡가의 작품은 매우 어렵고 복잡하지만, 연주할 때 큰 보람이 느껴질 정도로 예술성이 뛰어나다”고도 했다.
맥다월은 15년간 베를린 필하모닉을 이끈 명지휘자 사이먼 래틀을 LSO 음악감독으로 데려온 주역으로도 유명하다. 사이먼 래틀이 부임한 해인 2017년 LSO의 캐치프레이즈가 ‘래틀이 돌아왔다’란 문구였을 정도다. 지난해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음악감독으로 자리를 옮긴 래틀은 현재 LSO 명예지휘자를 맡고 있다. 맥다월은 “사이먼 래틀은 LSO 고유의 소리를 만들고, 새로운 레퍼토리를 개발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지휘자”라며 “창의적인 작품 해석과 넘치는 카리스마로 LSO의 정체성을 강화한 인물인 만큼, 앞으로도 계속 인연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맥다월은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한 이후 영국 문화 예술위원회 대표, 웨일스 밀레니엄 센터 대표, 시티 오브 런던 페스티벌 감독 등을 두루 거친 예술경영 전문가다. 사이먼 래틀의 후임자는 이탈리아 산타 세칠리아 오케스트라, 영국 코벤트가든 로열 오페라하우스 등에서 음악감독을 지낸 지휘자 안토니오 파파노다. 파파노는 오는 10월 LSO와 함께 한국을 찾는다. 맥다월은 “파파노는 래틀과는 완전히 다른 유형의 지휘자”라며 “오랫동안 오페라계에 능력을 키워온 그가 LSO와 보여줄 음악은 매우 신선할 것”이라고 했다.
“파파노는 아주 본능적이고 직관적인 지휘자예요. 오페라계에서 인정받은 탁월한 스토리텔러인 만큼 청중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어떤 색깔의 음향을 표현해야 할지 정확히 알고 악단을 이끕니다. 하루빨리 열정적인 한국 청중에게 우리의 새로운 호흡을 선보이고 그 반응을 확인해보고 싶어요.”
런던=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