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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강 변에 전용 59㎡ 타입조차 10억원 이하인 아파트는 사실상 찾기 어려워졌다. 서울 서쪽 끝자락인 강서구 가양동이나 등촌동, 염창동으로 가야 5~6개 단지가 있는 정도다. 그런데 아직 동남권에도 '한강 뷰' 단지 중 10억원 이하인 곳이 남아 있다.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한강 맞은편에 있는 강동구 암사동 선사현대아파트다. 이 단지는 전용 59㎡가 지난달 2일 8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서울 동쪽 경계에 있으니까 저렴한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더 동쪽에 있는 지하철 5호선 고덕역·상일동역 인근 대단지 같은 평형이 12억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더 멀리 경기 하남 미사까지 가야 비슷한 가격대가 나온다.
이 단지가 주목받는 이유는 또 있다. 지하철 8호선 암사역에서 걸어서 3분 거리인 데다 16개 동, 2938가구의 대단지라는 점 때문이다. 아파트 매수의 필요조건으로 꼽히는 '역세권 대단지'다. 거기다 소형평수 없이 전용 59~114㎡ 타입 중대형 평형으로만 이뤄져 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용적률이 394%에 달한다. 2000년에 지어져 재건축 연한은 한참 남았지만, 그 때가 돼도 사업성이 나올 수가 없다. 3종 주거지의 용적률 최대치(300%)를 이미 훌쩍 뛰어넘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재건축을 한다면 1대 1 재건축이 아니라 일부 집주인에게 현금을 주고 청산해야 할 수준이다. 이렇게 고(高)용적률로 지어진 건 1970년대 준공된 소형평수 위주 아파트를 재건축하기 위해 정부와 서울시는 1990년대 한시적으로 주거지의 용적률을 400%까지 풀었기 때문이다.
1976년 지은 암사시영아파트는 암사현대아파트로 재건축됐다. 기존 암사시영은 철거민을 위해 1976년 서울시가 전용 30㎡, 43㎡ 투룸 구조로만 지은 아파트였다. 1992년 재건축 판정을 받아 8년 만에 재건축을 끝냈다. 용적률 최대치가 400%에 달한 덕에 2260가구에서 2938가구로 가구 수가 대폭 늘어나면서도 집 면적도 중대형으로 키울 수 있었다. 그로부터 리모델링 연한인 20년이 지난 시점에 이렇게 높은 용적률로 지어진 게 장점이 되기도 했다. 재건축이냐, 리모델링이냐로 주민 의견이 나뉘지 않고 미련 없이 리모델링을 추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기존 : 아파트 2938가구, 용적률 393.53%. 변경 : 아파트 3238가구, 용적률 549.46%.'
지난달 27일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상정안건'이란 보도 참고자료에 담긴 내용이다. 이날 선사현대 리모델링은 위원회 심의를 통과해 도시계획이 확정됐다. 강동구 사업계획승인을 받으면 5부 능선인 건축심의에 오르게 된다. 선사현대는 이미 1차 안전진단에서 B등급을 받아 수직증축이 가능해졌다. 조합은 1층 필로티를 넣어 28층을 29층으로 올리는 선에서 층수를 계획했다. 가구 수는 2938가구에서 3238가구로 10%(약 300가구)만 늘리기로 했다.
주목할 건 용적률 증가 폭이다. 선사현대의 리모델링 후 용적률은 각종 특례를 적용받아 무려 549.46%에 달한다. 너무 빽빽해 '닭장', '감옥' 같다고 비판받는 송파구 문정동의 송파파크하비오푸르지오의 용적률이 599%다.
용적률 최대치가 300%인 3종 주거지에서 549%의 용적률이 가능한 것은 리모델링 특례 때문이다. 서울에서 친환경·개방형 단지 등 15가지에 달하는 인센티브 항목을 충족하면 리모델링 때 기존 용적률의 1.4배까지 올리는 게 가능하다. 기존 용적률이 높아서 오히려 혜택을 보게 된 셈이다. 건폐율이 22%로 규제 비율(50%) 대비 낮아 여유가 있다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서울시도 이 단지가 한강 조망을 완전히 차단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심의 때 '한강변 개방감 향상을 위한 한강 변 주동의 무리한 증축을 지양해달라'고 조건을 내건 이유다. 주민들의 리모델링 추진 의지는 강하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사들 설명이다. 선사현대는 2021년 조합설립 인가를 받아 2022년 시공사로 현대건설·롯데건설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그로부터 다시 2년 만에 사업의 윤곽이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용적률을 '영끌'한 탓에 다른 우려도 있다. 높은 분담금이다. 일반분양으로 내놓을 수 있는 가구 수가 300가구에 불과하다. 그러면서도 가구별 면적 확대를 위해 용적률을 549%까지 끌어다 쓰면 건축비가 증가해 분담금이 커지게 된다. 앞으로 남아있는 인허가 절차를 모두 마치려면 2030년까지는 기다려야 한다는 관측이 대부분인 만큼 분담금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한강 맞은편에 있는 강동구 암사동 선사현대아파트다. 이 단지는 전용 59㎡가 지난달 2일 8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서울 동쪽 경계에 있으니까 저렴한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더 동쪽에 있는 지하철 5호선 고덕역·상일동역 인근 대단지 같은 평형이 12억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더 멀리 경기 하남 미사까지 가야 비슷한 가격대가 나온다.
이 단지가 주목받는 이유는 또 있다. 지하철 8호선 암사역에서 걸어서 3분 거리인 데다 16개 동, 2938가구의 대단지라는 점 때문이다. 아파트 매수의 필요조건으로 꼽히는 '역세권 대단지'다. 거기다 소형평수 없이 전용 59~114㎡ 타입 중대형 평형으로만 이뤄져 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용적률이 394%에 달한다. 2000년에 지어져 재건축 연한은 한참 남았지만, 그 때가 돼도 사업성이 나올 수가 없다. 3종 주거지의 용적률 최대치(300%)를 이미 훌쩍 뛰어넘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재건축을 한다면 1대 1 재건축이 아니라 일부 집주인에게 현금을 주고 청산해야 할 수준이다. 이렇게 고(高)용적률로 지어진 건 1970년대 준공된 소형평수 위주 아파트를 재건축하기 위해 정부와 서울시는 1990년대 한시적으로 주거지의 용적률을 400%까지 풀었기 때문이다.
1976년 지은 암사시영아파트는 암사현대아파트로 재건축됐다. 기존 암사시영은 철거민을 위해 1976년 서울시가 전용 30㎡, 43㎡ 투룸 구조로만 지은 아파트였다. 1992년 재건축 판정을 받아 8년 만에 재건축을 끝냈다. 용적률 최대치가 400%에 달한 덕에 2260가구에서 2938가구로 가구 수가 대폭 늘어나면서도 집 면적도 중대형으로 키울 수 있었다. 그로부터 리모델링 연한인 20년이 지난 시점에 이렇게 높은 용적률로 지어진 게 장점이 되기도 했다. 재건축이냐, 리모델링이냐로 주민 의견이 나뉘지 않고 미련 없이 리모델링을 추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기존 : 아파트 2938가구, 용적률 393.53%. 변경 : 아파트 3238가구, 용적률 549.46%.'
지난달 27일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상정안건'이란 보도 참고자료에 담긴 내용이다. 이날 선사현대 리모델링은 위원회 심의를 통과해 도시계획이 확정됐다. 강동구 사업계획승인을 받으면 5부 능선인 건축심의에 오르게 된다. 선사현대는 이미 1차 안전진단에서 B등급을 받아 수직증축이 가능해졌다. 조합은 1층 필로티를 넣어 28층을 29층으로 올리는 선에서 층수를 계획했다. 가구 수는 2938가구에서 3238가구로 10%(약 300가구)만 늘리기로 했다.
주목할 건 용적률 증가 폭이다. 선사현대의 리모델링 후 용적률은 각종 특례를 적용받아 무려 549.46%에 달한다. 너무 빽빽해 '닭장', '감옥' 같다고 비판받는 송파구 문정동의 송파파크하비오푸르지오의 용적률이 599%다.
용적률 최대치가 300%인 3종 주거지에서 549%의 용적률이 가능한 것은 리모델링 특례 때문이다. 서울에서 친환경·개방형 단지 등 15가지에 달하는 인센티브 항목을 충족하면 리모델링 때 기존 용적률의 1.4배까지 올리는 게 가능하다. 기존 용적률이 높아서 오히려 혜택을 보게 된 셈이다. 건폐율이 22%로 규제 비율(50%) 대비 낮아 여유가 있다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서울시도 이 단지가 한강 조망을 완전히 차단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심의 때 '한강변 개방감 향상을 위한 한강 변 주동의 무리한 증축을 지양해달라'고 조건을 내건 이유다. 주민들의 리모델링 추진 의지는 강하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사들 설명이다. 선사현대는 2021년 조합설립 인가를 받아 2022년 시공사로 현대건설·롯데건설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그로부터 다시 2년 만에 사업의 윤곽이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용적률을 '영끌'한 탓에 다른 우려도 있다. 높은 분담금이다. 일반분양으로 내놓을 수 있는 가구 수가 300가구에 불과하다. 그러면서도 가구별 면적 확대를 위해 용적률을 549%까지 끌어다 쓰면 건축비가 증가해 분담금이 커지게 된다. 앞으로 남아있는 인허가 절차를 모두 마치려면 2030년까지는 기다려야 한다는 관측이 대부분인 만큼 분담금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