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상습적인 임금 체불을 근절하기 위해 반의사불벌죄 폐지 등 형사처벌 강화 방안을 검토한다. 상습 체불 사업주 단속을 강화했음에도 임금체불 규모가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르자 정부가 임금체불 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섰다는 평가다.

"임금 체불하면 피해자가 원치 않아도 형사처벌 검토"
1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용부는 지난달 말 ‘임금체불 감소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에 관한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고용부는 연구 계획서에서 “임금체불 발생을 원천적으로 줄이기 위한 형사 처벌의 실효성 제고 요구가 많다”며 형사처벌 강화, 반의사불벌죄 개선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이번 용역을 발주한 배경에는 증가하는 임금체불이 있다. 2019년 1조7217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임금체불액은 2020년 1조5830억원, 2021년 1조3505억원, 2022년 1조3472억원으로 감소하는 추세였다. 하지만 지난해 건설경기 침체, 금리 인상 여파 등으로 체불 총액이 전년 대비 32.5% 증가한 1조7845억원으로 치솟았다.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대 규모다. 체불 피해 근로자도 27만5432명으로 전년(23만7501명) 대비 16.0% 증가했다. 정부는 지난해 5월 당정 현안 간담회를 여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상습 체불 사업주 신용제재, 악의적 체불에 대한 즉시 강제수사 등 후속 대책도 내놨다. 하지만 임금체불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자 ‘처벌 강화’ 카드까지 꺼내든 것이다.

고용부는 임금체불 형사 처벌을 반의사불벌죄로 규율하는 조항을 집중 검토한다. 반의사불벌죄란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가해자를 형사 처벌할 수 없는 범죄를 말한다. 이 때문에 체불 사업주가 1심 선고 전까지 피해 근로자와 합의하거나 처벌 불원서를 받으면 처벌을 면할 수 있다. 밀린 임금을 빠르게 청산하도록 유도하는 차원에서 2005년 도입됐지만 실제로는 역효과만 낸다는 지적도 있다. 사업주들이 체불 임금을 볼모 삼아 근로자에게 밀린 임금의 일부만 주고 처벌 불원서를 내달라고 종용하면서다. 근로자들은 몇푼이 아쉬우니 울며 겨자 먹기로 불원서를 써주는 사례가 적지 않다.

고용부는 근로자가 임금체불을 겪는 경우 국가가 근로자에게 밀린 임금을 지급하고 사업주에게 대위 청구하는 대지급금 제도도 손볼 계획이다. 임금체불 사업주로부터 돈을 받아내는 회수율이 30%대에 그쳐 매년 심각한 적자를 내고 있어서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