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3 콘테스트는 최고의 메이저 대회 마스터스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사전 행사다. 대회 개막 전날인 수요일에 대회 장소인 오거스타 내셔널 GC 내 파3 9개홀로 이뤄진 코스를 도는 행사로, 가족이나 지인이 캐디로 나선다. 샷이나 퍼트를 대타로 뛸 수도 있다. 때문에 선수 가족들이 함께하는 축제 성격이 강하다. 김주형은 한국 남자골프의 간판 스타다. 이번이 두번째 마스터스 출전으로, 지난해 첫 출전에서 공동 16위를 기록하며 세계 골프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류준열이 김주형의 가방을 멜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것은 약 한달 전이다. 류준열은 골프애호가로 유명하다. 골프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싱글 수준의 스코어를 치는 실력자다. 교회를 통해 친분을 쌓은 김주형의 부탁으로 파3 콘테스트 참가를 결정했다고 한다. 그는 이 행사를 위해 클럽을 새로 피팅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주형은 이날 현지시간 오후 1시 10분 스코티 셰플러(미국), 샘 번스(미국)와 같은 조로 경기를 시작했다. 류준열은 경기 시작이 거의 임박한 오후 1시께에 김주형과 함께 클럽하우스를 나섰다. 오거스타 내셔널GC의 전통적인 캐디 복장인 하얀 점프수트에 초록 모자를 쓰고 나온 그는 최근의 논란을 의식한듯 말을 아낀 채 연습그린으로 향했다. 김주형의 클럽을 메고 1번홀 티잉구역으로 향한 그는 같은 조에서 경기하는 셰플러, 번, 그의 가족들과 인사했다.
류준열은 분위기 메이커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1번홀에서 셰플러는 티샷을 물에 빠뜨렸고, 번스의 티샷은 왼쪽 러프에 떨어졌다. 마지막 주자로 나선 김주형이 온그린에 성공하자 류준열은 환하게 웃으며 하이파이브를 했다. 이어 그린으로 이동하면서도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김주형의 사기를 북돋웠다.
류준열은 이날 9번홀에서 직접 플레이에 나섰다. 전장 135야드, 티잉 구역에서 그린 사이에는 커다란 '아이크의 연못'이 가로지르고 있다. 그린 바로 뒤편에는 커다란 벙커가 자리잡고 있어 정확한 거리감각이 중요한 홀이다. 먼저 김주형과 셰플러, 번스가 동시에 티샷했고, 세 선수 모두 공을 1m 안쪽으로 붙여 환호를 받았다.
티잉구역에 선 류준열은 몇차례 빈 스윙으로 몸을 푼 뒤 티샷을 했다. 공은 핀에서 약8m 떨어진 지점에 떨어져 온그린에 성공했다. 롱 퍼트를 앞두고 파트너 김주형은 퍼팅 라인을 직접 봐주고 방향을 코칭했다. 류준열의 첫번째 퍼트는 가파른 내리막을 타고 핀에서 약 2m를 지나 그린 프린지에 멈췄다. 공이 홀을 빠르게 지나치자 류준열은 그린에 무릎을 꿇고 털썩 주저앉으며 안타까워했다.
그래도 오르막 경사를 앞두고 시도한 두번째 퍼팅이 홀 안으로 들어갔다. 멀리건을 받고 원온 투퍼트, 파였다. 이날 '일일캐디'를 마친 류준열은 기자들의 질문에 말을 아꼈다. 9번홀에서 사용한 클럽에 대해서는 "김주형이 권했다"며 46도 웨지를 들어보였다. 행사 뒤 류준열은 소속사를 통해 "김주형의 초대로 마스터즈 전통을 경험하는 잊지못할 추억을 만들었다"며 "김주형 선수가 내일 부터 열리는 마스터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길 응원 하겠다"고 전했다.
국내 연예인이 파3 콘테스트에 캐디로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11년 가수 이승철이 양용은의 캐디로 나섰고, 2015년에는 배우 배용준이 배상문의 가방을 들었다.
오거스타=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