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결산] 나라살림 87조 적자, GDP 4% 육박…재정준칙 '공염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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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결산, 이례적 4월10일 넘겨 공개…총선 악재 피하기 '꼼수' 지적
지난해 역대급 세수 감소 영향으로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가 당초 계획보다 크게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정부 출범과 동시에 건전재정 원칙을 강조하며 법제화를 추진한 재정준칙도 스스로 지키지 못한 꼴이 됐다.
내수 부진, 저출산·고령화 등 중장기 현안에 더해 산적한 민생토론회 정책들은 향후 재정을 더 압박할 수 있는 요인이다.
윤석열 정부의 일관된 감세 기조로 재정 건전성은 요원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코로나19 재정지원 종료에도 재정수지 악화…세수감수 영향
정부는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2023 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를 심의·의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87조원 적자로 집계됐다.
전년 결산보다 30조원 줄었지만 지난해 예산안 발표 당시 예산안(58조2천억원)보다는 약 29조원 많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3.9%였다.
지난해 예산안(2.6%)보다 1.3%포인트(p) 높다.
코로나19 팬데믹 과정에서 한시적으로 늘었던 지원 조치가 종료되면서 전년 결산 때보다는 적자 폭이 줄었지만 작년 예산안과 비교하면 오히려 크게 악화한 셈이다.
지난해 경기 불황에 따른 역대급 세수 감소 영향이다.
관리재정수지는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 수지를 차감한 것으로 당해 연도 재정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된다.
지난해 총수입(573조9천억원)에서 총지출(610조7천억원)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36조8천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폭은 전년보다 27조8천억원 줄었지만 지난해 예산(13조1천억원)보다는 약 23조원 많았다.
GDP 대비 적자 비율은 1.6%로 작년 예산안(0.6%)보다 1.0%포인트(p) 확대됐다.
총수입·지출은 총세입·세출에 기금 수입·지출을 반영한 것으로 전년보다 각각 43조9천억원, 71조7천억원 줄었다.
◇ 올해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 4% 넘길 수도
지난해 관리재정수지가 당초 계획보다 크게 악화하면서 윤 대통령이 공언한 재정준칙은 결국 지키지 못하게 됐다.
재정준칙은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매년 GDP의 3%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김명중 기획재정부 재정성과심의관은 "민생회복·경제활력 지원을 위해서 재정이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로 볼 수 있다"라며 "세수 감소만큼 지출도 같이 줄이면 관리재정수지를 지킬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물가·내수부진 등 현안에 더해 저출산·고령화 등 정부 지원이 시급한 과제까지 산적한 현실을 고려하면 당장 올해 재정수지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총선을 앞두고 민생토론회에서 쏟아낸 감세 정책과 각종 지원 정책도 재정 부담 요인이다.
당장 올해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4%를 넘길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올해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9%, 내년부터는 3% 이내로 관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세수감소 여파로 총세입·세출 모두 '뚝'
지난해 총세입은 497조원으로 전년 결산보다 77조원(13.4%) 줄었다.
경기 불황에 따른 세수 감소 영향이 컸다.
이중 국세 수입은 51조9천억원 줄어든 344조1천억원이었다.
세외수입은 152조9천억원으로 공자기금예수금이 줄면서 전년보다 25조1천억원 감소했다.
지출도 세수 감소 여파로 쪼그라들었다.
작년 총세출은 490조4천억원으로 전년보다 69조3천억원(12.4%) 감소했다.
예산 대비 실제 세출 액을 뜻하는 집행률은 90.8%에 그쳤다.
총세입에서 총세출과 '다음 해 이월액'(3조9천억원)을 뺀 세계잉여금은 2조7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은 364억원, 나머지는 모두 특별회계 세계잉여금이다.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은 채무상환이나 공적자금상환기금 출연 등에 사용될 수 있지만 이번에는 모두 교육교부금 정산에만 사용됐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은 지방교부세를 먼저 정산한 뒤 남은 자금에 한해 공적자금상환기금 출연, 채무 상환에 차례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잉여금이 채무 상환에 한 푼도 사용되지 못한 것은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 4월 10일 뒤로 밀린 결산 국무회의…'총선 의식' 지적도
올해 국가결산은 이례적으로 국가재정법이 명시한 '4월 10일'을 넘겨 발표되면서 정부가 총선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논란도 불거졌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정부는 매년 4월 10일까지 전년도 국가결산보고서를 국무회의에서 의결해 감사원에 제출해야 한다.
정부는 통상 4월 첫째 주 화요일 국무회의를 열어 국가결산 안건을 의결해왔다.
10일이 휴일인 경우 그 전 국무회의를 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올해는 이례적으로 총선일(10일) 하루 뒤에서야 결산보고서가 공개됐다.
10일이 공휴일일 경우 민법을 준용하도록 한 행정기본법에 근거해 11일까지 국가결산보고서를 제출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총선을 의식한 결정이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굳이 민법·행정기본법 조항을 꺼내 들 것까지 없이 미리 의결하는 게 상식적이지 않으냐는 것이다.
예상보다 악화한 결산보고서가 공개되면 윤 대통령과 여당에 악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총선 뒤로 발표를 미룬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국가결산을 이미 마무리해놓고도 굳이 10일을 넘겨 발표해야 했는지에 대해 정부는 납득할만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김명중 재정성과심의관은 "국무회의 일정은 국무총리실에서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해 정한 것으로 안다"라며 "화요일이 아닌 다른 요일에 개최한 적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출범과 동시에 건전재정 원칙을 강조하며 법제화를 추진한 재정준칙도 스스로 지키지 못한 꼴이 됐다.
내수 부진, 저출산·고령화 등 중장기 현안에 더해 산적한 민생토론회 정책들은 향후 재정을 더 압박할 수 있는 요인이다.
윤석열 정부의 일관된 감세 기조로 재정 건전성은 요원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코로나19 재정지원 종료에도 재정수지 악화…세수감수 영향
정부는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2023 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를 심의·의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87조원 적자로 집계됐다.
전년 결산보다 30조원 줄었지만 지난해 예산안 발표 당시 예산안(58조2천억원)보다는 약 29조원 많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3.9%였다.
지난해 예산안(2.6%)보다 1.3%포인트(p) 높다.
코로나19 팬데믹 과정에서 한시적으로 늘었던 지원 조치가 종료되면서 전년 결산 때보다는 적자 폭이 줄었지만 작년 예산안과 비교하면 오히려 크게 악화한 셈이다.
지난해 경기 불황에 따른 역대급 세수 감소 영향이다.
관리재정수지는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 수지를 차감한 것으로 당해 연도 재정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된다.
지난해 총수입(573조9천억원)에서 총지출(610조7천억원)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36조8천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폭은 전년보다 27조8천억원 줄었지만 지난해 예산(13조1천억원)보다는 약 23조원 많았다.
GDP 대비 적자 비율은 1.6%로 작년 예산안(0.6%)보다 1.0%포인트(p) 확대됐다.
총수입·지출은 총세입·세출에 기금 수입·지출을 반영한 것으로 전년보다 각각 43조9천억원, 71조7천억원 줄었다.
◇ 올해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 4% 넘길 수도
지난해 관리재정수지가 당초 계획보다 크게 악화하면서 윤 대통령이 공언한 재정준칙은 결국 지키지 못하게 됐다.
재정준칙은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매년 GDP의 3%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김명중 기획재정부 재정성과심의관은 "민생회복·경제활력 지원을 위해서 재정이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로 볼 수 있다"라며 "세수 감소만큼 지출도 같이 줄이면 관리재정수지를 지킬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물가·내수부진 등 현안에 더해 저출산·고령화 등 정부 지원이 시급한 과제까지 산적한 현실을 고려하면 당장 올해 재정수지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총선을 앞두고 민생토론회에서 쏟아낸 감세 정책과 각종 지원 정책도 재정 부담 요인이다.
당장 올해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4%를 넘길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올해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9%, 내년부터는 3% 이내로 관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세수감소 여파로 총세입·세출 모두 '뚝'
지난해 총세입은 497조원으로 전년 결산보다 77조원(13.4%) 줄었다.
경기 불황에 따른 세수 감소 영향이 컸다.
이중 국세 수입은 51조9천억원 줄어든 344조1천억원이었다.
세외수입은 152조9천억원으로 공자기금예수금이 줄면서 전년보다 25조1천억원 감소했다.
지출도 세수 감소 여파로 쪼그라들었다.
작년 총세출은 490조4천억원으로 전년보다 69조3천억원(12.4%) 감소했다.
예산 대비 실제 세출 액을 뜻하는 집행률은 90.8%에 그쳤다.
총세입에서 총세출과 '다음 해 이월액'(3조9천억원)을 뺀 세계잉여금은 2조7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은 364억원, 나머지는 모두 특별회계 세계잉여금이다.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은 채무상환이나 공적자금상환기금 출연 등에 사용될 수 있지만 이번에는 모두 교육교부금 정산에만 사용됐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은 지방교부세를 먼저 정산한 뒤 남은 자금에 한해 공적자금상환기금 출연, 채무 상환에 차례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잉여금이 채무 상환에 한 푼도 사용되지 못한 것은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 4월 10일 뒤로 밀린 결산 국무회의…'총선 의식' 지적도
올해 국가결산은 이례적으로 국가재정법이 명시한 '4월 10일'을 넘겨 발표되면서 정부가 총선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논란도 불거졌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정부는 매년 4월 10일까지 전년도 국가결산보고서를 국무회의에서 의결해 감사원에 제출해야 한다.
정부는 통상 4월 첫째 주 화요일 국무회의를 열어 국가결산 안건을 의결해왔다.
10일이 휴일인 경우 그 전 국무회의를 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올해는 이례적으로 총선일(10일) 하루 뒤에서야 결산보고서가 공개됐다.
10일이 공휴일일 경우 민법을 준용하도록 한 행정기본법에 근거해 11일까지 국가결산보고서를 제출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총선을 의식한 결정이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굳이 민법·행정기본법 조항을 꺼내 들 것까지 없이 미리 의결하는 게 상식적이지 않으냐는 것이다.
예상보다 악화한 결산보고서가 공개되면 윤 대통령과 여당에 악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총선 뒤로 발표를 미룬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국가결산을 이미 마무리해놓고도 굳이 10일을 넘겨 발표해야 했는지에 대해 정부는 납득할만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김명중 재정성과심의관은 "국무회의 일정은 국무총리실에서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해 정한 것으로 안다"라며 "화요일이 아닌 다른 요일에 개최한 적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