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논란에도 '투자 열풍'…기술주 버리고 산업주 담았다 [글로벌 ETF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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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ETF 트렌드
美 증시 과열 지적에도 주식형 ETF에 131조원 유입
기술주에서 산업, 소재, 에너지주로 전환
주식 시장이 과열됐다는 지적에도 글로벌 투자자들은 지난달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규모를 더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주 ETF에선 투자금이 유출됐고, 산업재와 소재, 에너지 등에 투자금이 몰렸다. 미국 경제가 견조한 모습을 보이자 경기순환주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투자 서한에 "워런 버핏이 선호하는 '버핏 지수'에서도 미국 증시의 거품이 드러나고 있다"며 "증시가 언제든 약세로 돌아설 수 있는 경고등이 켜졌다"고 강조했다. 버핏 지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가총액의 비율을 뜻한다. 경제 규모와 주식 시장의 가치를 비교하는 척도로 사용된다. 현재 버핏 지수는 190%다. 과대평가라는 평가다.
'거품론'이 확산했지만 투자자들은 매수를 멈추지 않았다. 런던증권거래소(LSEG)에 따르면 지난달 21일부터 27일까지 글로벌투자자들은 미국 주식형 펀드를 26억달러 순매수했다. 미국 경제가 예상 외로 강세를 유지하자 경기 순환주를 매수하는 투자자들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미국의 고용 건수는 30만 3000건으로 예상치(21만건)을 크게 웃돌았다. 실업률도 3.8%로 예상치(3.9%)를 밑돌았다.
산업재, 소재, 에너지 종목이 지난달 강세를 보였다. 산업재 ETF에는 14억달러가 순유입했고, 소재 ETF는 13억달러, 에너지 ETF에는 6억달러가 유입됐다. 로라 쿠퍼 블랙록 수석 매크로 전략가는 "투자자들이 경기 순환에 발맞춰 에너지, 소재 등 경기순환주 비중을 늘리고 있다"며 "고금리 상황에도 미국 경제가 회복하고 있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TF 리서치업체 베타파이에 따르면 지난달 산업재 대표 ETF인 '인더스트리얼 셀렉트섹터(XLI)'로 순유입된 투자금은 8억 2900만달러였다. 기초 소재 대표 ETF인 '머터리얼 셀렉트 섹터(XLB)'로는 5억 7400만달러가, 에너지 대표 ETF인 '에너지 셀렉트(XLE)'에는 4억 9400만달러가 순유입됐다. 반면 '헬스케어 셀렉트(XLV)'에선 1억 5000만달러가 순유출됐다.
실제 ETF 수익률에서도 격차가 벌어졌다. XLI의 지난 3개월 간 수익률(8일 종가 기준)은 11.9%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기초 소재 대표 ETF인 XLB 수익률은 10.9%였고, 에너지 대표 ETF인 XLE는 18.3%를 기록했다. 반면 XLV 수익률은 1.7%에 그쳤다.
선진국 시장만 추려낸 MSCI 선진국 지수 시가총액에서 10대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1.7%를 찍었다. 10대기업 모두 미국 기업이 차지했다. '매그니피센트 7'에 속하는 알파벳(구글) 등 기술주 7곳과 일라이 릴리, 브로드컴, JP모간으로 이뤄졌다. 사실상 미국 대기업이 지수의 향방을 좌우하는 셈이다.
케임브릿지대와 런던비즈니스스쿨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미국 10대 대기업의 시가총액이 글로벌 자본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5년 11.9%에서 올해 초 28.6%로 증가했다. 1966년 이후 최대치다.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ETF 대다수가 미국 대기업에 집중 투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젠블루스 리서치책임자는 "글로벌 ETF에 투자하더라도 사실상 미국 시장에 투자한 것과 같다"며 "미국의 거시경제 상황이 전 세계 투자 시장을 좌우하는 셈이다"라고 지적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美 증시 과열 지적에도 주식형 ETF에 131조원 유입
기술주에서 산업, 소재, 에너지주로 전환
주식 시장이 과열됐다는 지적에도 글로벌 투자자들은 지난달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규모를 더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주 ETF에선 투자금이 유출됐고, 산업재와 소재, 에너지 등에 투자금이 몰렸다. 미국 경제가 견조한 모습을 보이자 경기순환주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주식형 ETF에 131조원 유입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블랙록은 지난달 ETF 시장에 1265억달러 규모의 투자금이 유입됐다고 발표했다. 월간 기준으로 2021년 이후 세 번째로 많은 수치다. 이 중 966억달러가 주식형 ETF에 흘러들었다. 지난달 주식 매수세가 더 가팔라졌다는 평가다. 시장 흐름과 달리 전문가들은 주식 시장이 과열됐다고 지속해서 경고해왔다. 미국 투자은행(IB) 지난달 27일 골드만삭스는 미국 증시의 벨류에이션(가치평가)에서 상승 여력이 제한됐다고 지적했다.골드만삭스는 투자 서한에 "워런 버핏이 선호하는 '버핏 지수'에서도 미국 증시의 거품이 드러나고 있다"며 "증시가 언제든 약세로 돌아설 수 있는 경고등이 켜졌다"고 강조했다. 버핏 지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가총액의 비율을 뜻한다. 경제 규모와 주식 시장의 가치를 비교하는 척도로 사용된다. 현재 버핏 지수는 190%다. 과대평가라는 평가다.
'거품론'이 확산했지만 투자자들은 매수를 멈추지 않았다. 런던증권거래소(LSEG)에 따르면 지난달 21일부터 27일까지 글로벌투자자들은 미국 주식형 펀드를 26억달러 순매수했다. 미국 경제가 예상 외로 강세를 유지하자 경기 순환주를 매수하는 투자자들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미국의 고용 건수는 30만 3000건으로 예상치(21만건)을 크게 웃돌았다. 실업률도 3.8%로 예상치(3.9%)를 밑돌았다.
IT주에서 산업,소재, 에너지주로
산업군 별로 투자 흐름은 엇갈렸다. 블랙록에 따르면 기술주 ETF에선 지난달 6억달러가 빠져나왔다. 기술주 ETF에서 투자금이 순유출한 것은 작년 6월 이후 처음이다. 비만치료제 경쟁으로 투자 심리가 커졌던 헬스케어 ETF에서도 지난달 7억달러가 유출됐다.산업재, 소재, 에너지 종목이 지난달 강세를 보였다. 산업재 ETF에는 14억달러가 순유입했고, 소재 ETF는 13억달러, 에너지 ETF에는 6억달러가 유입됐다. 로라 쿠퍼 블랙록 수석 매크로 전략가는 "투자자들이 경기 순환에 발맞춰 에너지, 소재 등 경기순환주 비중을 늘리고 있다"며 "고금리 상황에도 미국 경제가 회복하고 있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TF 리서치업체 베타파이에 따르면 지난달 산업재 대표 ETF인 '인더스트리얼 셀렉트섹터(XLI)'로 순유입된 투자금은 8억 2900만달러였다. 기초 소재 대표 ETF인 '머터리얼 셀렉트 섹터(XLB)'로는 5억 7400만달러가, 에너지 대표 ETF인 '에너지 셀렉트(XLE)'에는 4억 9400만달러가 순유입됐다. 반면 '헬스케어 셀렉트(XLV)'에선 1억 5000만달러가 순유출됐다.
실제 ETF 수익률에서도 격차가 벌어졌다. XLI의 지난 3개월 간 수익률(8일 종가 기준)은 11.9%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기초 소재 대표 ETF인 XLB 수익률은 10.9%였고, 에너지 대표 ETF인 XLE는 18.3%를 기록했다. 반면 XLV 수익률은 1.7%에 그쳤다.
美 IT주 비중 역대 최대치
베타파이의 리서치 책임자인 토드 로젠블루스는 "최근 들어 기술주를 제외한 다른 산업군에 대한 투자 심리가 강해지고 있다"며 "미국 경제에 자신감이 붙으며 경기 순환주 매수세도 가팔라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기술주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과도하게 커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선진국 23개국과 개발도상국 24개의 주요 종목으로 구성된 MSCI 세계 지수에서 상위 10대 기업의 비중은 19.5%를 기록했다. '닷컴 버블'이 절정이던 2000년 3월(16.2%)를 훌쩍 넘는 수치다.선진국 시장만 추려낸 MSCI 선진국 지수 시가총액에서 10대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1.7%를 찍었다. 10대기업 모두 미국 기업이 차지했다. '매그니피센트 7'에 속하는 알파벳(구글) 등 기술주 7곳과 일라이 릴리, 브로드컴, JP모간으로 이뤄졌다. 사실상 미국 대기업이 지수의 향방을 좌우하는 셈이다.
케임브릿지대와 런던비즈니스스쿨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미국 10대 대기업의 시가총액이 글로벌 자본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5년 11.9%에서 올해 초 28.6%로 증가했다. 1966년 이후 최대치다.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ETF 대다수가 미국 대기업에 집중 투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젠블루스 리서치책임자는 "글로벌 ETF에 투자하더라도 사실상 미국 시장에 투자한 것과 같다"며 "미국의 거시경제 상황이 전 세계 투자 시장을 좌우하는 셈이다"라고 지적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