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를 공격하는 T세포 모식도. 게티이미지뱅크
암세포를 공격하는 T세포 모식도.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연구진이 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의 수명을 조절하는 ‘마스터 키’ 단백질을 찾았다. CAR-T 치료제의 높은 재발률 한계를 극복할 단초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할 수 있어 ‘기적의 항암제’로 불리는 CAR-T 치료제는 재발률이 높다는 한계가 있다. 혈액암의 경우 최대 80%의 완치율을 보이지만 일년 안에 절반 이상이 재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료제의 핵심인 T세포의 활성이 떨어지며 암세포가 다시 증식하기 때문이다.

미국 필라델피아 아동병원(CHOP)과 스탠퍼드대 의대 등 공동연구진은 CAR-T세포의 수명을 조절하는 핵심 단백질을 찾아 국제학술지 ‘네이처’ 4월 10일자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환자에게 효과가 좋았던 혈액암 CAR-T세포가 가지는 유전적 차이를 분석해 41개 유전자에서 차이를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 유전자 세트는 FOXO1 단백질이 조절했다. FOXO1는 암세포 증식 억제를 유도한다고 알려진 단백질이다.

FOXO1 단백질을 과발현하도록 유도한 CAR-T세포는 마치 줄기세포와 같은 상태로 변했다. 기존 CAR-T세포와 비교해 세포증식능과 분화능이 뛰어났고 체내에서 더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FOXO1 단백질을 제거하자 CAR-T 치료제의 항암 능력이 사라졌다.

이번 성과는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는 고형암 CAR-T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CAR-T세포의 수명은 고형암 대상 CAR-T 치료제를 개발하는데 가장 큰 난관으로 꼽힌다. 고형암의 종양미세환경(TME)이 T세포 진입을 물리적으로 막고 있는데 이를 극복하려면 오랫동안 활성을 유지하는 T세포가 필요해서다. 아직 전 세계적으로 고형암 CAR-T 치료제는 전무할뿐 아니라 임상에서 효과를 증명한 사례도 거의 없다.

이번 연구성과는 세계 첫 CAR-T 치료제 ‘킴리아’를 개발한 CAR-T 명가에서 나왔다는 점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필라델피아 아동병원은 당시 임상 중이던 CAR-T 치료제로 소아 백혈병이 두 번이나 재발한 6세 에밀리 화이트헤드를 치료하는데 성공해 암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에밀리는 12년이 지난 지금까지 재발 없이 건강한 삶을 누리고 있다. 공동 교신저자인 크리스탈 맥콜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CAR-T 관련 논문 활동이 가장 활발한 석학으로 꼽힌다.

같은날 호주 연구진도 비슷한 결론의 논문을 ‘네이처’에 발표했다. 호주 피터 맥칼룸 암센터 연구진은 면역 조절 물질인 인터류킨(IL)-15가 FOXO1 관련 유전자를 활성화시키면 CAR-T세포가 지치지 않고 암세포와 싸울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고형암 환자 6명에서 얻은 T세포에 FOXO1를 과발현해 CAR-T 치료제를 제작한 결과 일반 CAR-T 치료제보다 체내에서 T세포가 빠르게 증식했고 지치는 현상도 없었다.

맥콜 교수는 “쥐(비임상)와 인간에서 FOXO1가 같은 방식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며 “어떤 유형의 암에서 가장 잘 반응하는지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 연구진은 2년 안에 관련 임상 연구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