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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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에서 범야권이 190석이 넘는 의석을 확보하면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이 그동안 공언해온 특검법들이 줄줄이 발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신속안건처리(패스트트랙) 절차 등을 통해 마음만 먹으면 입법을 강행할 수 있다. 야권이 김건희·한동훈 특검법 등을 강행 처리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국회 재의결 과정에서 법안이 폐기되는 과정이 재연되면서 '무한 갈등'의 굴레에 빠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11일 조국당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국혁신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건희 특검법을 예고한 것이다.

조 대표는 전날 출구조사 발표 직후에도 기자들과 만나 "한동훈 특검법을 즉시 발의하겠다. 법안 내용이 준비돼 있다"며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당연히 동의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한동훈 특검법에 담길 주요 내용은 △손준성 검사 고발사주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취소소송 상고 포기 △딸 논문 대필 등 세 가지 의혹이다.

민주당도 선거운동 과정에서 다양한 특검을 언급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종섭 전 주호주 대사 출국 논란과 관련해 윤 대통령을 겨냥한 국정조사 및 특검법 추진 가능성 등을 열어둔 상태다. 민주당은 이외에도 △이태원 참사 △채상병 의혹 △양평고속도로 △김건희 여사 명품백 △김 여사 주가조작 의혹 등 각각에 대한 특검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채상병 사망 사건 특검법은 이 대표가 22대 국회에서 꼭 처리할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이번 선거로 야권은 ‘선진화법 무력화’라는 무기를 획득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반대해도 범야권 단독으로 처리 가능하다.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및 손준성·이정섭 검사 탄핵소추안 등을 일제히 통과시켰다. 이런 일이 22대 국회에서 반복될 수 있다는 얘기다. 윤 대통령이 지난 국회 때처럼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국회가 '무한 갈등'의 굴레를 빠질 가능성도 있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이 계속 특검만 올리면서 도돌이표처럼 반복하면 국민들이 (민주당에 대한) 기대를 철회할 것"이라고 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장 특검 정국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민생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정치권이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서 '정권 심판' 여론이 확인된만큼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쉽게 쓰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날 라디오에서 "야권이 단독으로 패스트트랙으로 특검 발의할 수 있는 의석 수가 된다"며 "그러면 또 특검들이 막 발의되고 법이 입안될 텐데 그러면 대통령이 거부권 쓰실 수 있겠느냐"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