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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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경제학자들은 오는 7월 출범하는 22대 국회가 당면한 최우선 경제 과제로 ‘민생경제 회복’을 꼽았다. 고물가·고금리 여파로 침체에 빠진 내수를 살리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여야가 협치에 나서야 한다고 일제히 강조했다. 압도적 의석을 차지한 범야권도 정부가 추진하는 연금·노동·교육 등 3대 개혁과 저출산·고령화 등 중장기 추진과제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野 승리로 입법과제 추진 난항

"3대 구조개혁 마지막 골든타임…정치적 유불리 떠나 속도내야"
11일 한국경제신문이 전화 인터뷰를 한 국내 주요 경제학자 10명은 “총선 이후 국회 역할이 여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이라고 일제히 지적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내수를 회복시켜 민생경제를 먼저 살려야 한다”며 “거대 야당도 정부·여당과 협력해 물가와 민생을 챙겨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범야권이 192석을 확보하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경제·투자 활성화 및 민생 대책이 국회에서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최인 서강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금투세 폐지는 결국 모든 국민을 부자로 만들기 위한 정책”이라며 “야당이 반대하더라도 여당이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정부가 제시한 민생과제의 조속한 국회 통과가 필요하다”며 “총선 이후 원전 생태계 복원을 위한 논의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선빈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내세운 과제는 향후 10~20년까지 영향을 미칠 중장기 프로젝트로 논의가 더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도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야당이 ‘부자 감세’라며 반대하는 상속세 개편 논의를 본격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속세 부담 완화는 기업 활성화와 부의 재분배 측면에서 국민들이 용납할 때가 됐는지 논의에 부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사회 경제구조 대전환 필요”

경제학자들은 여야가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구조개혁 속도를 올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가장 급한 것은 연금개혁”이라며 “60대 이상 고령자는 자녀가 있는 경우가 많아 개혁에 공감하지만 10년만 지나도 자식 없는 세대가 많아져 반발이 심해질 것”이라고 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20년 후에도 성장하기 위해선 산업구조 개혁을 최우선적으로 시작해야 한다”며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제조업 등 어떤 산업을 어떻게 주력으로 키울지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총선 과정에서 여당이 제시한 국회의 완전한 세종 이전은 야당도 동의한 거의 유일한 공약”이라며 “반드시 이를 현실화해 서울 부동산 가격 안정화, 여의도의 효율적 개발 및 행정 비효율 개선 등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경제는 저출산, 디지털 전환, 글로벌 공급망의 블록화 등 복합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사회 경제구조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총선 후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재정 건전성은 국가안보이며 과거 문재인 정부처럼 폭발적으로 부채를 늘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며 “세금을 늘릴 수 없으니 방만하게 운영됐던 것을 정비하는 세출 구조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용/허세민/이광식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