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에 도전장을 낸 노동계 출신 인사들이 정권 심판론 분위기를 타고 대거 원내에 진입했다. 기업인 출신들이 이번 선거에서 고전한 것과 대조적이다.

노사 관계를 둘러싼 국회 지형이 한쪽으로 크게 기울어지자 ‘노란봉투법’ 등 기업이 가슴을 졸이는 입법안들이 앞다퉈 추진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노동계 출신 배지 역대 최다

노조 출신 당선자 16명 '역대 최다'…노동시장 유연화 물 건너갈 듯
11일 노동계에 따르면 22대 총선에서 원내 입성한 노동계 출신은 총 16명으로 집계됐다. 21대 국회보다 1명 늘었고 노동계 출신이 가장 많이 당선된 20대 국회와 동수다. 이들 중 상당수는 선거 직전까지 노동조합 활동을 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위원장 출신인 박해철 당선자(경기 안산병)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을 지낸 김현정 당선자(경기 평택병)가 국회로 들어왔다. 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소속으로 전종덕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과 박홍배 전 한국노총 금융노조 위원장이 국회에 입성했다. 전 당선자는 현 정부와 날을 세워온 양경수 민주노총 집행부 출신이다.

한노총 위원장 출신인 김주영 의원(경기 김포갑)과 한노총 의료산업노련 위원장 출신인 이수진 의원(경기 성남중원)은 재선에 성공했다. 민주당 소속 한준호 의원(경기 고양을)과 어기구 의원(충남 당진)도 각각 재선과 3선 의원이 됐다. 노동계 인사 중에선 4선에 성공한 한정애 민주당 의원이 가장 선수가 높다.

국민의힘 비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에선 김위상 전 한국노총 대구지역본부장이 국회로 입성했다.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경북 안동·예천)과 임이자 의원(경북 상주·문경)은 각각 재선과 3선에 성공했다.

최고경영자(CEO) 등 기업을 직접 경영해본 사람은 총 7명에 그쳤다. 삼성전자 CEO 출신인 고동진 당선자(서울 강남병)와 CJ제일제당 대표를 지낸 최은석 당선자(대구 동·군위갑)가 지역구 의원으로 국회에 발을 들였다. 성일종 의원(충남 서산·태안)과 안철수 의원(경기 분당갑)은 각각 3선과 4선 고지를 밟았다.

기업인, 관료까지 포함한 경제통 의원은 20명 안팎으로 지난 21대(29명)에 못 미쳤다. 국민의힘에서는 현역인 추경호(대구 달성)·송언석(경북 김천)·송석준(경기 이천) 의원이, 민주당에서는 정일영(인천 연수을)·맹성규(인천 남동갑) 의원이 재입성에 성공했다.

○‘노란봉투법’ 재추진될 듯

22대 국회 노사 진용이 짜이며 윤석열 정부의 노동 개혁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이 가장 우려하는 법안은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다. 사용자 범위를 확대해 원청을 상대로 한 하청노조의 교섭권을 인정해 주는 내용이 골자다. 지난해 민주당이 본회의에서 통과시켰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입법이 무산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입법을 재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근로시간 개편 등 여당이 주도하는 쟁점 법안도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다. 야권이 노동 쟁점 법안 중 유리한 법안만 ‘체리피킹’(유리한 것만 취사 선택)해 통과시킬 가능성도 높다.

곽용희/정소람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