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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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메이슨캐피탈이 우리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ISDS)에서 한국 정부가 3203만달러(약 438억원)를 지급해야 한다는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이 나왔다. 앞서 정부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 간 분쟁에서 7%가 인정된 것보다는 늘어난 비율이다.

11일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중재판정부는 메이슨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중재 신청에서 메이슨의 청구를 일부 인용했다. 판정부는 “한국 정부가 메이슨에 3203만 달러(약 438억원)를 배상하라”고 했다.

메이슨이 제기한 손해배상금 약 2억 달러(2737억원 상당) 중 16%가 인정됐다. 중재판정부는 우리 정부가 메이슨에게 법률비용 1031만달러(약 141억원) 및 중재 비용 63만유로(약 9억2500만원)를 지급하라고 밝혔다.

○"한국 정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개입해"

메이슨은 2018년 9월 한국 정부를 상대로 당시 기준 약 2258억원의 손해배상금과 연 복리 5%의 지연이자를 배상하라며 ISDS를 제기했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의 합병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한 비율로 이뤄졌는데,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 큰 손해를 봤다는 것이 메이슨의 주장이다. 당시 메이슨은 삼성물산의 지분 2.18%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해 5월 양 사는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의 주식을 전량 매입하는 방식으로 합병을 추진했다. 합병 비율은 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35주로 정해졌다. 삼성물산의 지분 11.21%를 들고 있던 국민연금은 같은 해 7월 10일 투자위원회를 열고 합병을 결정했다. 같은 달 17일 삼성물산이 열었던 임시 주주총회에서는 9202만3660주(총 주식의 58.91%)가 찬성 의견을 냈다. 특별결의 요건이었던 56.48%보다 2.43포인트 많은 수치였다.

메이슨은 국민연금이 박근혜 정부의 압박을 받고 이 합병에 찬성했다고 봤다. 메이슨을 비롯한 외국인 기관투자자들은 합병에 반대표를 냈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 국정농단 특검'이 청와대와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에 압력을 넣어 합병 과정에 개입했다는 정황을 포착해 관련자들을 재판에 넘겼다. 결국 2022년 4월 문형보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모두 징역 2년 6개월의 유죄를 선고받았다.

○'7%' 엘리엇 때보다 인정 비율 늘어

이번 ISDS 결과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와 우리 정부 간의 ISDS 사례와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됐다. 엘리엇은 메이슨과 유사한 쟁점으로 ISDS를 제기해 지난해 6월 중재판정부로부터 일부 승소 판정을 받아냈다. 판정부는 엘리엇이 청구한 7억7000만달러(약 9917억원) 중 7%인 5358만달러(약 690억원)를 배상하라는 판정을 내린 바 있다.

법무부 역시 '닮은꼴' 사건인 엘리엇 사례보다 유리한 방향으로 판정이 나오는 것을 기대했다. 다만 메이슨 사례에서 엘리엇보다 높은 16%가 배상액으로 인정되면서 추후 대응 방침에 이목이 쏠린다. 법무부는 엘리엇 판정에 불복해 영국 법원에서 판정 취소 소송을 진행 중이다.

법무부는 판정문을 면밀히 분석해 대응에 들어갈 방침이다. 엘리엇 사례와의 판정 논리 차이가 취소 소송 제기 여부에 중요한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국제중재 전문 변호사는 "판정부가 어떤 논리로 메이슨의 청구를 받아들였는지가 중요하다"며 "엘리엇 때 인정된 사정들과 유사하다면 정부도 취소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