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플레 우려 확산하자…주춤한 유가 상승세 [오늘의 유가]
중동 위기 완화 조짐에 유가 1% 하락
美 인플레 재발 우려도 유가 하락 이끌어
美 인플레 우려 확산하자…주춤한 유가 상승세 [오늘의 유가]
중동 지역에서 이란과 이스라엘 갈등이 심화 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무력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감소하며 국제유가가 소폭 하락했다. 다만 미국의 물가 상승세가 다시 가팔라지며 원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모양새다.

1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5월물) 가격이 전 거래일 대비 1.19달러(1.38%) 하락한 배럴당 85.0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4월 1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WTI는 이달 들어 2.22% 올랐고, 올해 들어서는 18.66% 상승했다.
美 인플레 우려 확산하자…주춤한 유가 상승세 [오늘의 유가]
같은 날 영국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6월물) 가격은 전일 대비 0.74달러(0.82%) 하락한 배럴당 89.74달러에 마감했다.

전날까지 국제 원유시장에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이 악영향을 미쳤다.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한다는 소식에 유가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하지만 실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줄어들며 유가 상승 폭이 제한되며 하락세로 전환했다.

다만 아직 지정학적 위험은 좀처럼 가시지 않은 상태다. 이란은 시리아 주재 영사관에 대한 이스라엘 공격 이후 원유의 주요 수송 경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까지 언급하면서 군사적 보복 의지를 내세웠다. 다만 실제 차단은 이란 입장에서도 부담이라는 분석이다.

프라이스 퓨처스 그룹의 필 플린 수석 시장 애널리스트는 CNBC에 "밤사이에 공격이 진행되지 않으면서 시장은 정말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며 "현재 시장은 무슨 일이 생길지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맥쿼리의 비카스 드위베디 에너지 전략가는 지정학적 사건과 관련된 실제 공급 중단 없이 하반기 브렌트유가 배럴당 90달러 수준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드위베디는 "비(非)OPEC의 원유 공급 증가와 OPEC+의 잠재적 생산 능력, 지속적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수요 둔화 가능성으로 올해 내내 석유는 약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물가 상승세가 다시 가팔라지면서 국제 유가가 떨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날 미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3.5% 상승했다.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에 미국 투자은행(IB)들은 CPI 발표 이후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 시점을 기존 6월에서 7월 이후로 수정했다. 올해 두 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도 한 차례로 축소되고 있다. 영국 IB 바클레이즈는 금리 인하 시점을 9월 한 차례로 전망했고, 12월 인하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Fed가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퍼지자 원유 수요도 덩달아 감소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자 비용 부담 때문에 소비 심리가 위축될 것이란 분석이다. 발렌데라 에너지 파트너스의 매니시 라즈 이사는 "원유 가격 움직임을 살펴보면 인플레이션 위험 때문에 수요가 감소하는 게 보인다"고 지적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