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확 올려버릴까요?"

12일 오전 한국은행 본관 16층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실에서 조윤제 한은 금융통화위원이 기준금리에 관해 뼈있는 발언을 남겼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4월 중 임기 만료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금통위에 참석한 조 위원과 서영경 위원에게 소감을 묻는 과정에서다.

이 총재는 이날 금통위 개회 전 두 위원에게 감사를 표하면서 소감을 물었다. 두 위원이 별다른 대답이 없자 "이럴 때 금리 얘기를 하시면 다들 좋아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조 위원의 발언은 그 직후에 나왔다. 이 총재가 잘 듣지 못하고 다시 묻자 조 위원은 "확 올려버릴까요?"라고 재차 말했다.


조 위원의 발언은 농담조였다. 이 말을 들은 회의 참석자들 사이에서도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마지막 금통위에서까지 그의 평소 지론을 드러낸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조 위원은 금통위의 대표적인 '매파(통화긴축 선호)' 성향 위원으로 꼽힌다. 평소 가계부채 확대 우려 등을 강경한 어조로 언급하며 긴축적 금리 기조를 이어나가야한다는 의견을 주로 피력했다. 4년간의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통화 긴축에 무게를 두는 소수의견도 다수 냈다.

최근에는 한은의 금융중개대출 확대를 의결하는 과정에서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대출 확대를 통한 유동성 공급이 "물가안정을 강조하고 통화긴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정책과 다른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총재가 통방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조윤제 위원이 반대 소수의견을 냈다"고 이례적으로 금통위원의 이름을 거명하며 소개했을 정도다.

한은은 이날 금통위에서 연 3.5%인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월 이후 10회 연속 동결이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3.1%로 나타나면서 물가 불안이 다시 고개를 드는 상황에서 금리를 먼저 내리기는 어렵다고 본 것으로 파악된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