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최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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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통 장류가 K-푸드 글로벌 확산의 촉진제 역할을 할 겁니다.”

배우 류수영 씨가 1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대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표적인 한국 음식으로 불고기, 비빔밥, 잡채 등이 꼽히는데 비빔밥을 제외하면 외국인이 집에서 요리하기가 쉽지 않다”며 “K-푸드의 확산을 위해 전통 소스인 고추장·쌈장·된장·간장을 널리 알려 이를 활용한 쉽고 간편한 요리를 할 수 있도록 소개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류 씨는 이날 월터 쇼렌스틴 아시아태평양연구소(소장 신기욱 교수)와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개최한 ‘한국 음식 콘퍼런스’에 참가했다. 26년 차 배우로 수십편의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이날은 셰프로 강단에 올랐다. 이날 행사에는 150여명의 청중이 몰렸다. 그는 “지금도 연기를 할 때는 피가 끓어오른다”면서도 “방송에서 요리한 지 4년 됐는데 2년 전부터는 직업적 의무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요리 잘하는 배우’에서 시작해 셰프로 거듭나자 일종의 책임의식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는 “배우보다 셰프로 일할 때 책임감을 더 강하게 느낀다”며 “연기는 내 스타일대로 하면 되지만, 요리는 입으로 들어가니 레시피를 함부로 만들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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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제안한 레시피대로 많은 분이 음식을 만들어 가족, 친구, 연인과 식사합니다. 수없이 검증해보고 확인한 뒤 내놓아야 하는 이유죠.”

류 씨는 어릴 때부터 요리에 관심을 가졌다. 어린시절 만화책보다 요리책을 더 많이 봤을 정도다. 초등학교 때 직접 잡채를 만들 정도로 요리에 ‘진심’이었다고 한다. 그는 “방송에서 요리할 때 처음에는 취미의 확장판, 부업으로 생각했다”며 “지금은 레시피 하나를 만들 때 머리에 쥐가 날 정도로 고민하고 수없이 시도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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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씨는 TV 프로그램 ‘신창출시 편스토랑’에 출연하면서 요리 인플루언서가 됐다. 현재 자신의 본명을 딴 ‘어남선생’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요리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그의 아내인 배우 박하선씨와 딸은 류 씨가 닭갈비 레시피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만든 요리를 일주일간 먹어야 했다. 제육볶음은 한 달간 먹었다고 한다. 류 씨는 “현재까지 개발한 레시피가 290개”라며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하는 것도 굉장한 스트레스”라고 했다. 그는 이어 “김치의 종류가 300가지가 넘는다”며 “아직도 레시피의 확장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덧붙였다.

배우가 아닌 세프라는 수식어로 활동하는 횟수가 늘면서 부담감도 늘었다. 그는 “취미에서 직업으로 바뀌면 힘들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연기와 요리 모두 좋아서 하는 것이기에 ‘덕업일치’를 이뤘다고 볼 수 있으니 불평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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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 류수영’이 생각하는 ‘좋은 요리’에 대해 그는 “요리하는 사람도, 먹는 사람도 모두 행복한 것이 좋은 요리”라고 정의했다. 요리하는 사람은 힘들고, 먹는 사람만 행복하다면 좋은 요리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집에서 하는 요리는 하는 사람도 쉽고 간편하게 할 수 있고, 먹는 사람도 맛있게 즐길 수 있어야 한다”며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레시피를 개발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다음 달 해외에 가서 현지 식자재로 한식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촬영할 예정이다. 그는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 없지만, 험한 곳에 가서 식자재를 구해 한식을 만들 것”이라며 “고추장 등 전통 장류만 몇 가지 챙겨가서 요리를 만들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는 9월에는 ‘배우 류수영’으로 돌아가 드라마 촬영을 할 예정이다. 그는 ‘배우와 셰프 중 뭐가 더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이제 둘은 평행우주와 같다”며 “그 질문은 마치 엄마와 아빠 중 누가 더 좋냐는 것과 비슷하다. 답을 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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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욱 교수는 이날 “한식은 식자재와 색상의 다양성, 전통 장류의 배합을 통해 발현되는 풍미, 무엇보다 먹을수록 건강해지는 요리가 많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며 “K-컬처의 확산과 함께 외국인들의 관심을 받는 한식이 전 세계 곳곳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 관심 가져야 할 일을 논의해보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