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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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이 지난 10일 치러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공약 중 '인기 1위'로 꼽힌 주 4일 근무제 도입 기업 지원 공약이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일자리 창출을 유도한다는 취지지만 기대한 효과를 내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평가다.

앞서 민주당이 총선을 앞두고 발표한 정책 가운데 국민들이 뽑은 '최애 공약'은 '주 4일(4.5일) 도입 기업 지원'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26~29일 만 18세 이상 국민과 기업인 6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이 정책은 응답자 5.9%의 선택을 받아 인기 공약 1위에 올랐다.

최근 미국 등 해외에서 주 4일 근무제 관련 법안이 발의된 데다 국내에서도 도입 사례가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주4일제 기업 지원"…국내 기업 사례는?

민주당의 총선 공약집을 보면 이 공약은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하는 기업을 지원해 2030년까지 노동시간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이하로 낮추는 것이 골자다. 주 4일 근무제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을 지원 대상으로 삼는다.

국내 주요 기업들도 이미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한 사례는 없지 않다. 단 근로시간 자체를 줄이는 방식은 아니다. 하루를 쉬는 대신 주당 평균 근로시간을 기존과 같이 40시간으로 맞출 수 있도록 다른 날에 더 일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6월 시행한다고 발표한 '월 1회, 주 4일 근무제'가 대표적. 삼성전자는 월 필수 근무시간을 모두 채우면 월급 지급일이 낀 주의 금요일에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방식으로 주 4일 근무제를 운영하고 있다. 해당 주의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하루 2시간씩 더 일하고 금요일에 쉬는 식이다.

SK하이닉스·SK㈜·SK텔레콤 등도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주 4일 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주당 평균 근로시간 40시간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다른 날에 더 일하고 금요일은 쉬곤 한다.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한 곳에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30대 직장인 A씨는 "직장에 격주 4일제가 도입된 후 일과 삶의 균형이 크게 개선됐다"며 "하루 한 시간씩 더 근무하고 격주 금요일을 쉬니 일할 때 일하고 쉴 때는 확실히 쉬는 문화가 정착됐다"고 말했다.

해외선 실패 사례도…"관건은 생산성 향상"

물론 실패 사례도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에 따르면 스페인 통신회사 텔레포니카는 주 4일 근무를 원하는 직원들의 신청을 받았지만 2만여명 중 단 150명 정도만 지원했다. 주 4일 근무자의 임금을 15% 삭감한다는 조건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프랑스도 정부 차원에서 주 40시간보다 근로시간을 낮추는 방안을 도입하다 실패한 사례로 꼽힌다. 프랑스는 1998년 근무시간을 주 39시간에서 35시간으로 단축하는 정책을 시행했었다.

조성일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프랑스의) 실패 원인은 기업 생산성 확대라는 목적과 달리 국가 차원에서 당시 10%에 달했던 실업률을 낮추고자 하는 데 초점을 뒀기 때문"이라며 "주 4일 근무제로 근무시간이 줄면 기업이 추가 고용을 하게 된다는 어설픈 가정에서 출발했는데 당시 프랑스 직장인의 주 평균 근무시간은 39.5시간으로 근무시간이 단축되지 못했고 실업률도 개선되지 않아 시간제 계약직이 늘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공약 역시 '주 4일 근무제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향후 추진 과정에서 구체적 정책 목표와 대상·운영 방식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

주 4일 근무제의 구체적 설계 과정에서도 이견이 예상된다. 삼성·SK처럼 주 40시간 근무를 유지하는 방식 대신 근로시간 자체를 줄이는 형태로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서다.

노동계에서는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방식의 주 4일 근무제를 관철시키려는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다. 네이버 노조는 설립 이후 처음 주 4일 근무제 도입을 올해 단체교섭 의제로 들고 나왔다. 정확하게는 '주 32시간 근무' 도입을 요구한 것으로 근로시간 단축이 핵심이다.

주 4일 근무제의 관건은 노동계가 주목하는 근로시간보다 '업무 생산성 향상'에 달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 수석연구원은 "주 5일 근무제 도입 당시에도 근무시간 축소로 인한 손실을 업무 효율성으로 복구하기 위해 일하는 방식 개선에 초점을 두고 운영했다"며 "줄어든 (근로) 시간의 분량만큼 생산성을 높이는 것보다 현재 만연한 비효율을 줄이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일하는 방식에 대한 혁신에 지속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