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티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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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잘되는 거? 다음이 없잖아요."

티빙의 올해 기세가 심상치 않다. '환승연애3', '피라미드게임' 등 오리지널 콘텐츠는 화제성과 완성도를 모두 인정받았고, 3년 동안 1350억원이라는 거액을 베팅한 한국프로야구(KBO) 온라인 중계 독점 효과로 유료 가입자 수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하지만 내외부적으로 티빙의 다음 행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다음이 없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야구팬들의 미친 화력

티빙은 올해 1분기 신규 유료 가입자 수가 약 430만명으로, 지난해 4분기 대비 50% 늘었다고 밝혔다. 티빙이 꼽은 폭발적인 유료 가입자 확대는 야구 중계였다. 티빙 측은 "리그 순위 싸움이 본격화하고 티빙 콘텐츠가 흥행을 이어간다면 구독자 500만 달성도 무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료 구독자 500만명 확보는 티빙이 올해 2월 진행된 CJ ENM 연간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밝힌 목표였다. 티빙은 이를 통해 올해 하반기 내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하겠다는 각오다. 티빙은 2022년 1192억원, 2023년 1420억원 등 2년 연속 1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다.

티빙은 국내를 대표하는 토종 OTT 플랫폼이다. 티빙은 앞서 넷플릭스를 필두로 OTT 대전이 펼쳐졌을 때 웨이브 등 다른 플랫폼과 마찬가지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매진했다. 하지만 지난해 후발주자인 쿠팡플레이가 스포츠 중계를 무기로 국내 OTT 점유율 2위까지 성장하면서 티빙도 스포츠 중계로 눈을 돌렸다.

1년에 450억원, 총 1350억원을 지불하고 KBO 중계권을 획득한 티빙은 시범 경기 중계 당시 미흡한 운영 방식으로 최주희 티빙 대표까지 나서서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 기본적인 야구 용어 실수는 물론 타순 대신 등번호로 선수를 소개하고, 메인 스폰서인 신한은행 로고를 가리는 등 초보적인 실수는 물론 하이라이트 영상 편집 포인트도 제대로 잡지 못해 댓글로 팬들이 하나하나 알려줄 정도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디어데이 생중계 중 방송이 끊기는가 하면, 개막 이후에는 롯데 자이언츠와 SSG랜더스가 6대 6으로 접전을 벌이던 9회 초에 중계가 약 1분간 중단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중계가 끊기는 부분은 서버, 트래픽 등의 오류뿐 아니라 송출사의 장비 세팅 과정에서도 발생한다. 티빙 측이 제대로 내부 점검한다고 하더라도, 송출사가 실수하면 방송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것. 문제는 반복되는 방송 사고에 티빙을 향한 야구팬들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논란이 불거지고, 비판이 커지는 상황에도 이용자 수는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모바일인덱스가 집계한 일일 이용자 수(DAU)에 따르면 KBO 리드 개막 전까지 안드로이드 DAU는 평균 100만명 선이었다. 하지만 KBO 리그가 개막한 지난 3월 23일 이후 티빙 DAU는 129만명 정도로 급증, 3월 31일에는 무려 206만5000명을 기록했다.

시범경기 중계가 시작된 3월 9일부터 19일까지 티빙 총사용 시간(2112만시간)은 국내 OTT 중 가장 많은 사용 시간을 기록했다. 신규 앱 설치 건수도 같은 기간 70% 증가한 26만5000건을 기록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야구 정규 리그 개막으로 티빙의 일간 활성 이용자(DAU)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 중"이라며 "올해 말 티빙 유료 가입자 수는 전년 대비 120만 명 증가한 520만 명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티빙에서 야구 말고 뭐 보나

/사진=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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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의 유료 가입자 증가에 야구 증가가 적지 않은 기여를 한 사실은 분명하지만, '환승연애3', '크라임씬 리턴즈', 'LTNS', '이재, 곧 죽습니다', '피라미드게임'까지 오리지널 콘텐츠들의 든든한 뒷받침이 있었다는 것에도 이견이 없다.

티빙의 대표 오리지널 콘텐츠인 '환승연애3'는 공개 첫 주 기준 티빙 유료가입기여자수 역대 1위를 경신한 데 이어 공개 12주 차에는 관련 클립 영상 누적 조회수가 2억회를 넘어섰다. '크라임씬 리턴즈'는 공개 첫 주 기준 티빙 유료가입기여자수 역대 2위에 올랐다. '이재, 곧 죽습니다'는 올해 1월 7일 플릭스패트롤 기준 프라임비디오 TV쇼 글로벌 종합 순위 2위를 차지했고, '피라미드 게임' 역시 영국 BBC·NME 등으로부터 호평을 끌어냈다.

여기에 고정 팬덤이 있는 '여고추리반3'를 비롯해 오리지널 시리즈 '나는 대놓고 신데렐라를 꿈꾼다', '우씨왕후', '좋거나 나쁜 동재' 등도 공개가 예정돼 있다. '나는 대놓고 신데렐라를 꿈꾼다'는 '힘센여자' 시리즈와 '마인' 등을 집필한 히트 메이커 백미경 작가가 크리에이터로 참여한 작품. 지창욱, 전종서 주연의 '우씨황후'는 고구려를 배경으로 왕이 죽자 남편의 동생 중 한명과 결혼해 가족과 부족을 지키려는 왕후의 이야기를 담는다. 이준혁 주연의 '좋거나 나쁜 동재'는 tvN '비밀의 숲' 시리즈의 스핀오프로 제작돼 기획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유의미한 성과를 얻는 작품들이 이어지고 있고, 기대작들 역시 연이어 선보여질 예정이지만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티빙은 이제 끝"이라는 다소 극단적인 진단까지 나오고 있다. 올해 공개되는 작품 이외에 기대할만한 기획안과 투자 계획이 없기 때문. 한 내부 관계자는 "콘텐츠 장사는 몇 년 후를 보고 기획하고, 제작해서 완성본을 선보이는 것"이라며 "지금은 (기획할 작품이 든) 곳간이 빈 상태"라고 귀띔했다.

CJ ENM은 매년 8000억원 대의 콘텐츠 제작비를 책정해왔다. 이 중 티빙 오리지널 작품 제작에 1400억원에서 1500억원 정도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져 왔다. 올해에도 제작비는 예년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3분의 1 정도를 야구 중계에만 투자하는 만큼,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엔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한 관계자는 "오리지널 콘텐츠 없인 티빙은 야구 중계 사이트, tvN 다시 보기 사이트 정도로 전락하지 않겠냐"며 "당장의 가입자 수 증가를 보고 웃는 게 아니라, 위기를 느껴야 한다"고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