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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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채용문을 더 좁게 만들 것 같아 무섭네요."

서울 주요 대학 컴퓨터공학과 졸업 후 1년6개월째 취업 준비 중인 A씨(25)는 "개발자 수요가 확 늘었던 시기가 지나간 것도 있지만 개발 직군 채용 자체가 확실히 줄었다"며 "과거 신입 채용을 활발하게 하던 기업들도 이번 분기에는 경력직만 뽑거나 아예 뽑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단순히 웹페이지 개발 도구 한 가지만 부트캠프나 국비로 배운 경우에는 사람보다 AI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온 것 같다"며 "지금 당장 국내에서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외국에선 이미 AI로 인한 해고가 일어나고 있어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덧붙였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AI 열풍이 불면서 정보기술(IT) 직군 종사자들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AI가 수준이 높지 않은 개발자 업무까지 이들의 업무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 같은 우려는 수치로도 나타났다. 지난해 1월 발표된 원티드랩의 국내 개발자 인식과 기술 트렌드를 담은 '원티드 리포트'에 따르면 응답자의 83.6%는 "생성 AI가 프로그래머 업무를 일부 대체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실제로 IT 직군 일자리도 감소하는 추세다. 올해 1월 커리어 플랫폼 사람인이 발표한 2022년 대비 2023년 직무별 공고 증감 분석 결과에 따르면 IT 개발·데이터 직무 수요는 7.4% 감소했다. IT 개발·데이터 직무는 지난해 '채용시장 공급과 수요 현황 조사' 당시 41.8%의 비율로 가장 인력이 부족한 직무로 꼽혔었다. 공급부족으로 구인난을 겪었지만 불과 1년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인용한 메릴랜드대의 'AI 일자리 지도'에 따르면 올 1월 AI 관련 채용 공고는 2022년 말 대비 42% 증가했으나 IT 직군 일자리는 31%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IT 대기업 개발자 B씨(26)는 "최근 회사 대표로 취업박람회 지원을 나갔었는데 확실히 개발 직군 취업 문이 좁아진 걸 느꼈다. 우리 회사 공채만 해도 2년 전보다 30% 정도 줄었다"며 "예전엔 IT 회사들이 개발자를 많이 뽑았지만, 지금은 일반 산업 회사의 IT 직군보다 적게 뽑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비대면'이 늘어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시기 개발자 수요가 폭발해 모셔오기 경쟁을 벌이던 IT 기업들은 최근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카카오는 2020년 상·하반기로 나눠 세 자릿수 규모 공채를 진행했지만 지난해는 하반기 두 자릿수의 채용 연계형 인턴십만 진행했다.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는 2021년 6개 계열사에 340명 1000명으로 인력을 확장했으나 지난해 개발자 공채 프로그램을 50여명 규모로 대폭 축소했다. 당근마켓도 2021년 300여명 수준의 인력을 채용했지만 지난해 60여명 규모로 채용을 줄였다. 현재 네이버는 채용을 진행 중이나 예상 채용 인원을 별도로 고지하지 않았다.

코로나19 이후 업황 자체가 둔화한 데다 AI 발달 등으로 과거처럼 대규모 인재를 채용해야 할 필요성이 떨어지는 추세다.

프리랜서 개발자 C씨(32)는 "프리랜서 개발자는 주로 프로젝트 단위로 일하고 이직하는데 요즘 프로젝트 자체가 잘 없다"며 "직접 계약이 아니면 보통 한 다리 건너서 이직하다 보니 기존 연봉보다 몸값을 낮춰서 가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했다. 그는 중간에 하청업체를 끼고 취업해 이전 직장보다 연봉이 다소 낮아졌다고 덧붙였다.

한 IT 스타트업 관계자는 "업계 불황이기도 하고 인력이 포화상태라 신규 인력을 채용해도 보통 신입보단 경력 위주로 뽑고 있다"며 "프로젝트 단위로 활동하는 경력자들은 연차를 깎고 일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는데 물가 상승 등 여러가지를 고려하면 사실상 연봉이 줄어든 셈"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개발 붐이 불었을 때 쏟아져 나온 인력이 많아 중소기업이라도 경쟁률이 몇백 대 1까지 경쟁이 치솟는 경우도 많았다"며 "IT 업종 가운데 주로 외주를 받아 하거나 개발 외적인 업무를 맡아서 한다는 인식이 있는 시스템통합(SI) 업체를 기피하는 분위기도 있었는데 최근엔 취업이 힘들다 보니 결국 가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