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韓 압축 성장 비결은 기업·정부의 공생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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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에서 고래로
라몬 파체코 파르도 지음 / 박세연 옮김
열린책들 / 416쪽|2만2000원
스페인 학자의 '코리아 안내서'
킹스칼리지런던 국제관계 교수
국제외교 무대 '고래'로 성장한
대한민국 발자취 70여년 조명
"30년 전 '시민 민족주의' 태동
전통·세계시민 의식 조화이뤄"
라몬 파체코 파르도 지음 / 박세연 옮김
열린책들 / 416쪽|2만2000원
스페인 학자의 '코리아 안내서'
킹스칼리지런던 국제관계 교수
국제외교 무대 '고래'로 성장한
대한민국 발자취 70여년 조명
"30년 전 '시민 민족주의' 태동
전통·세계시민 의식 조화이뤄"

몇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사람이 외국인을 만날 때 으레 쏟아내는 질문이 자조의 대상이 되곤 했다. 자부심의 표현인 것과 동시에 남들로부터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의 상징이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만에 비슷한 질문을 하기 민망할 정도로 수많은 K팝과 콘텐츠, 기업 등이 세계 주류 시장에서 대세가 됐다.
![[책마을] "韓 압축 성장 비결은 기업·정부의 공생관계"](https://img.hankyung.com/photo/202404/AA.36404089.1.jpg)
2022년 영국에서 먼저 출간된 이 책은 1948년부터 현재까지 연대기 순으로 한국 근·현대사를 정치·사회·문화·경제 등 전 분야에서 개괄한다. 책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국제사회에서 더 이상 약한 새우가 아니라 당당한 고래 위치에 올라선 한국의 변화를 외부자 시선으로 분석했다.
저자는 책을 쓰기 전 1988년 서울 올림픽 개막식 영상을 수차례 돌려봤다고 한다. 한국 사회 변화와 발전의 핵심 원동력이 된 민족주의를 상징하는 장면이라서다. 당시 개막식에선 과거 일제강점기 일장기를 달고 뛰어야 했던 마라토너 손기정이 66세의 노장이 돼 성화를 들고 달리는 모습이 감동을 줬다. 단군 시대부터 일찍이 자리 잡은 한민족이란 개념은 각종 수난의 역사를 거치며 강화됐다. 때때로 민족이란 강력한 구심점은 독재 정권의 도구로 이용됐다.
저자가 국내 경제 발전의 역사를 분석하는 시각도 상당히 정확하다. 서구 국가들이 100년, 200년 동안 이룩한 발전을 한국이 불과 20~30년 만에 완성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부와 기업의 협력이 있다. 저자는 개발국가 시절 급성장한 대기업뿐 아니라 2000년대 들어 정부 지원을 통해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확장한 정보기술(IT) 및 바이오 기업 등의 사례에 주목한다.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갖춘 사업가와 그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은 정부 간 공생 관계가 한국 경제의 특징”이라는 설명이다.
책에선 한국 사회 여성과 성소수자 문제도 꽤 비중 있게 다룬다. 국내 최초로 이화여대에 여성학 과정을 개설한 이효재 교수부터 호주제 폐지, <82년생 김지영>의 유행까지 국내 여성 인권사의 주요 변곡점을 충실히 담았다. 여기에 초기 성소수자 단체 활동과 방송인 홍석천의 커밍아웃 등 퀴어 운동도 놓치지 않고 언급한다. 저자는 변화에 열린 개방성이 곧 한국인의 중요한 특징이라고 강조한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