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이 현대미술의 힘…韓 작품 직접 만날 기대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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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시스 모리스 英 테이트모던 명예관장
소외된 非서구·여성 작가 발굴
미술관 역사상 첫 여성 관장
"작품의 시간성·기술 중요해질 것"
프랜시스 모리스 英 테이트모던 명예관장
소외된 非서구·여성 작가 발굴
미술관 역사상 첫 여성 관장
"작품의 시간성·기술 중요해질 것"
“그동안 세계 미술은 서구·남성 중심이었습니다. 소외됐던 비(非)서구·여성 작가를 발굴해 미술계의 오랜 불균형을 깨야 했습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와 아프리카·중동을 누비며 확보한 국제적인 감각이 제가 유리천장에 균열을 내는 데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프랜시스 모리스 영국 테이트모던 명예관장(사진)은 1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모리스는 획기적인 시도와 도전으로 세계 미술계를 선도한 인물이다. 영국 대표 미술관인 테이트갤러리에서 1987년부터 큐레이터로 활동한 그는 2000년 영국 최초 현대미술관인 테이트모던의 개관을 주도했다.
테이트모던에서 모리스의 활동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다양성 확대다. 2006년부터 10년간 국제 예술컬렉션 디렉터로 활약하며 서구 작가 중심이던 테이트모던의 소장품 ‘국적’을 다양화했다. 테이트모던의 컬렉션에 포함된 작가의 인종, 출신지, 성별 등이 당시 런던의 인구 구조와도 동떨어져 있다는 반성에 따른 것이다. 테이트모던의 컬렉션에 포함할 작품을 찾기 위해 한국을 수차례 방문하며 인연을 맺은 것도 이때다.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 초빙석좌교수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 또한 이의 연장선상이다. 그는 이번 학기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현장비평I: 예술과 비평’을 강의하고 9월에 열리는 국제미디어아트 페스티벌 이마프(EMAP·Ewha Media Art Presentation)의 좌장으로 참여한다. 그는 “런던에서는 영국 갤러리스트와 아트딜러가 ‘필터링’한 한국 작품을 주로 접했는데, 한국에 와서 미술가 및 그들의 작업을 직접 다양하게 접할 수 있어 기대가 크다”고 했다.
격변하는 현대미술의 중심에서 부침도 겪었다. 당시 주류이던 연대기(시간 순서 배열) 전시 방식을 깨고 비연대기적 방식을 적용했다가 불같은 반발에 부딪힌 것. 낯선 시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주류는 비연대기 방식이다. 그는 “아침에 눈을 뜨면 비판을 마주쳐야 한다는 게 끔찍했지만, 비평가들만 불만이었을 뿐 작가나 관람객은 비연대기적 방식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며 “역동적·도발적이고 예측하기 어려운 전시를 대중은 원했던 것”이라고 했다.
모리스는 테이트모던에서 루이스 부르주아, 구사마 야요이, 아그네스 마틴 등 여성 미술가 전시를 기획해 큰 성공을 거뒀다. 그는 “테이트모던 전시를 통해 부르주아와 구사마는 유명 작가에서 슈퍼스타로 자리매김했고, 유명세를 감당하면서 왕성한 창작력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며 “젊은 여성 작가들의 역할모델을 제시했다는 의미도 크다”고 했다.
2016년에는 테이트모던 역사상 첫 여성 관장이 돼 화제를 모았고, 지난해 4월까지 7년간 미술관을 이끌었다. 모리스는 “모든 사회 영역에서 변화가 느리듯, 여성 큐레이터가 대다수인 영국 미술계에도 유리천장이 있다”며 “우리 세대가 유리천장을 깨진 못했지만 약화시켰으니 다음 세대는 크게 도약하길 바란다”고 했다.
모리스는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현대미술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사진의 발명 이후 최대 패러다임 전환일 것”이라며 “현대미술에서 시간성을 지닌 영상 작업, 기술을 활용하고 관객의 체험을 끌어내는 작품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프랜시스 모리스 영국 테이트모던 명예관장(사진)은 1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모리스는 획기적인 시도와 도전으로 세계 미술계를 선도한 인물이다. 영국 대표 미술관인 테이트갤러리에서 1987년부터 큐레이터로 활동한 그는 2000년 영국 최초 현대미술관인 테이트모던의 개관을 주도했다.
테이트모던에서 모리스의 활동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다양성 확대다. 2006년부터 10년간 국제 예술컬렉션 디렉터로 활약하며 서구 작가 중심이던 테이트모던의 소장품 ‘국적’을 다양화했다. 테이트모던의 컬렉션에 포함된 작가의 인종, 출신지, 성별 등이 당시 런던의 인구 구조와도 동떨어져 있다는 반성에 따른 것이다. 테이트모던의 컬렉션에 포함할 작품을 찾기 위해 한국을 수차례 방문하며 인연을 맺은 것도 이때다.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 초빙석좌교수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 또한 이의 연장선상이다. 그는 이번 학기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현장비평I: 예술과 비평’을 강의하고 9월에 열리는 국제미디어아트 페스티벌 이마프(EMAP·Ewha Media Art Presentation)의 좌장으로 참여한다. 그는 “런던에서는 영국 갤러리스트와 아트딜러가 ‘필터링’한 한국 작품을 주로 접했는데, 한국에 와서 미술가 및 그들의 작업을 직접 다양하게 접할 수 있어 기대가 크다”고 했다.
격변하는 현대미술의 중심에서 부침도 겪었다. 당시 주류이던 연대기(시간 순서 배열) 전시 방식을 깨고 비연대기적 방식을 적용했다가 불같은 반발에 부딪힌 것. 낯선 시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주류는 비연대기 방식이다. 그는 “아침에 눈을 뜨면 비판을 마주쳐야 한다는 게 끔찍했지만, 비평가들만 불만이었을 뿐 작가나 관람객은 비연대기적 방식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며 “역동적·도발적이고 예측하기 어려운 전시를 대중은 원했던 것”이라고 했다.
모리스는 테이트모던에서 루이스 부르주아, 구사마 야요이, 아그네스 마틴 등 여성 미술가 전시를 기획해 큰 성공을 거뒀다. 그는 “테이트모던 전시를 통해 부르주아와 구사마는 유명 작가에서 슈퍼스타로 자리매김했고, 유명세를 감당하면서 왕성한 창작력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며 “젊은 여성 작가들의 역할모델을 제시했다는 의미도 크다”고 했다.
2016년에는 테이트모던 역사상 첫 여성 관장이 돼 화제를 모았고, 지난해 4월까지 7년간 미술관을 이끌었다. 모리스는 “모든 사회 영역에서 변화가 느리듯, 여성 큐레이터가 대다수인 영국 미술계에도 유리천장이 있다”며 “우리 세대가 유리천장을 깨진 못했지만 약화시켰으니 다음 세대는 크게 도약하길 바란다”고 했다.
모리스는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현대미술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사진의 발명 이후 최대 패러다임 전환일 것”이라며 “현대미술에서 시간성을 지닌 영상 작업, 기술을 활용하고 관객의 체험을 끌어내는 작품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