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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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영국이 러시아산 알루미늄과 구리 등의 수입을 금지하고 자국 거래소에서의 거래도 금지한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 전쟁을 2년 넘게 끌고 있는 러시아의 자금줄을 압박하는 차원이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12일 "미국과 영국 정부의 공동 조치로 시카고상업거래소(CME)와 런던금속거래소(LME)가 러시아산 알루미늄, 구리, 니켈의 4월 13일 이후 신규 생산 물량을 취급하는 것을 금지했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각 거래소가 보유한 재고 물량은 이번 규제 대상의 예외로 삼았다. 양국은 또한 러시아산 알루미늄, 구리, 니켈에 대해 자국으로의 수입을 각각 금지했다.

러시아산 금속에 대한 보증 서비스 제공을 금지하고, 파생상품 계약의 실물 결제의 일부로 러시아산 금속을 인수하는 서비스도 막힌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우리의 파트너인 영국과의 공조 하에 이뤄지는 핵심 광물에 대한 새로운 제재는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잔인한 전쟁을 계속하는 데 쓸 러시아의 재정 수입을 계속 겨냥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 조치는 정밀하고, 책임있게 시행함으로써 원치않는 파급효과로부터 우리 파트너와 동맹들을 보호해가면서 러시아의 수입을 감소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 정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우 지난 2년동안 금속 판매 대금으로 400억달러에 달하는 수익을 거둔 것으로 보고 있다. 컨설팅 업체 CRU 그룹에 따르면 러시아는 전 세계 알루미늄의 6%, 구리의 4%, 니켈의 5%를 각각 생산하고 있다.

양국은 이미 다수의 개별 러시아 금속 생산업체를 겨냥한 제재를 가한 바 있지만, 거래소에서의 거래 전면 금지라는 초강수는 이번에 처음 꺼내들었다. 개전 이후 세계 원자재 시장의 혼란을 우려해 러시아의 금속 부문에 대한 제재 도입을 경계했기 때문이다. 서방 정부는 특히 러시아가 자국의 자동차 산업에 중요한 팔라듐 공급을 차단해 보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우려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까지 전 세계 팔라듐 공급량의 약 40%를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런던금속거래소 등에 러시아산 금속이 과도하게 비축되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오히려 "과잉 공급이 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3월 말 기준 LME 창고의 니켈 재고 중 36%, 구리 재고 중 62%, 알루미늄 재고 중 91%가 러시아산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미 재부부 관계자는 "시장 참여자들과의 협의 결과 금속 대부분이 잉여 상태라는 점을 파악했다"며 "이번 조치가 금속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나 생산자에게 타격을 입히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