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이란의 드론·미사일을 요격한 이스라엘 공군 F-15 전투기.  로이터연합뉴스
14일 이란의 드론·미사일을 요격한 이스라엘 공군 F-15 전투기. 로이터연합뉴스
이란이 13일(현지시간) 수백 대의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해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했다. 이스라엘이 시리아 내 이란 영사관 건물을 공격한 지 12일 만의 보복 조치다. 이스라엘이 즉각 전시 내각회의를 소집해 보복을 검토하고 나서면서 중동이 일촉즉발의 확전 위기에 놓였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란은 이날 밤 드론 185대, 순항미사일 36발, 지대지미사일 110발을 동원해 이스라엘을 공격했다.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국영TV를 통해 “이스라엘 내 목표를 타격하기 위해 수십 대의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전투기 수십 대를 출격시키고 미사일 방어 시스템 ‘아이언돔’을 가동했다.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은 당국자를 인용해 IDF가 이란 드론·미사일 중 99%를 요격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공군도 인근 기지에서 전투기를 출격시켜 이란 단방향 공격 드론 70대, 탄도미사일 3기 이상을 격추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다니엘 하가리 IDF 대변인은 피해 상황에 대해 “소년 한 명이 다치고 남부 군기지가 타격당해 가벼운 손상을 입었다는 것이 파악됐다”고 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4일 전시 내각 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우리를 해치는 자들은 누구든 해칠 것”이라며 재보복을 예고했다.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직접 타격한 것은 1979년 이슬람혁명을 기점으로 양국이 적대 관계로 돌아선 뒤 처음이다. 이란이 헤즈볼라 등 대리 세력을 내세워 이스라엘과 수십 년간 이어온 ‘그림자 전쟁’이 전면전으로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이스라엘의 어떤 반격에도 반대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중동 전쟁으로 확전 시 유가 급등과 인근 해상 물류망 마비 등으로 세계 경제가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세 번째로 생산량이 많은 산유국인 동시에 세계 석유 생산량의 6분의 1이 지나는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소식에 위험 자산인 비트코인은 13일 한때 7% 이상 급락했다. 국제 금 가격은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을 앞둔 지난 12일 사상 처음으로 트로이온스당 2400달러를 넘었다.

에너지 컨설팅 회사 래피던에너지의 밥 맥널리 사장은 “호르무즈해협에 차질이 생기면 (현재 배럴당 90달러대인) 브렌트유 가격이 120~130달러로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인엽 기자/뉴욕=박신영 특파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