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현이 14일 KPGA투어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 최종 4라운드 1번홀 그린에서 버디 퍼트 실패 후 아쉬워하고 있다. KPGA제공
박상현이 14일 KPGA투어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 최종 4라운드 1번홀 그린에서 버디 퍼트 실패 후 아쉬워하고 있다. KPGA제공
"그린이 빨라도 너무 빠른 것 같아요."

14일 강원 춘천의 라비에벨CC 올드코스(파71)에서 끝난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2024시즌 개막전인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 대회 나흘 내내 선수들의 불평불만이 빗발쳤다.

단단하고 빠른 그린 스피드에 일부 선수들이 애를 먹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대회 3~4라운드의 그린 스피드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토너먼트 코스에 필적하는 3.8m에 달했다. 특히 시그니처홀이자 핸디캡 1번홀인 15번 홀(파5)에서는 나흘간 최다인 26개의 더블보기가 쏟아졌다. 트리플보기도 5개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실력자들에게는 젼혀 문제 될 게 없는 코스였다. 이 홀에서 나온 버디는 137개(18홀 중 3위)에 달했다. 2022년 이 대회 우승자이자 2년 연속 준우승을 차지한 박상현(41)은 “라비에벨의 그린을 좋아한다”며 “그린 상태는 PGA투어 대회 코스 그린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그 역시 최종 4라운드 1번 홀(파5)에서 약 2m 거리의 버디 퍼트를 놓친 뒤 허탈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선수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그린 관리가 잘 된 비결은 무엇일까. 14일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 최종 4라운드가 진행된 현장에서 만난 원석진 라비에벨CC 운영팀장은 “지난해 10월 중순부터 대회 전까지 18홀 전체의 그린을 덮어서 보호했다”며 “적정한 환기를 위해 그린 피복지를 덮었다가 벗겼다가 반복해 작업했다”고 말했다.
프로골퍼들 식겁하게 한 '3.8m 유리알 그린' 비결은
페어웨이 상태도 흠잡을 데 없었다. 원 팀장은 그 비결에 대해 “겨우내 눈이 왔을 때 검은 피복지를 덮어서 눈을 녹였다”며 “장비를 이용하면 훨씬 빠르게 제설작업을 할 수 있지만 코스의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꼼꼼한 잔디 관리로 정평이 나 있는 라비에벨CC 올드코스는 자연스럽게 프로골프대회의 러브콜을 가장 많이 받는 골프장 중 하나가 됐다. 올해도 이번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데 이어 오는 11월에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시즌 최종전인 SK쉴더스·SK텔레콤 챔피언십을 연다. 한국 골프의 시작과 끝을 책임지는 셈이다.

나흘 내내 맑은 날씨로 확인되지 않은 숨은 노력도 있었다. 라비에벨CC 올드코스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3월까지 약 2억8000만원을 들여 123개의 벙커에 대한 모래 교체 작업을 진행했다. 비가 올 때 배수 문제를 개선해 대회 운영에 차질을 줄이기 위함이었다. 코스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4번(파3·202야드)과 18번 홀(파5·457야드)에 신설티를 만들어 전장을 늘리기도 했다.

원 팀장은 “우정힐스(천안)와 라비에벨를 운영하는 코오롱은 1부 투어 대회의 코스 세팅과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 노하우가 있다”며 “앞으로도 계속 노력해 더 나은 코스를 만들겠다”고 했다.

춘천=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