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샤넬·디올…줄줄이 '강남 노른자 땅' 쓸어담은 이유 [안혜원의 명품의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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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원의 명품의세계] 40회
글로벌 명품의 재테크 전략은
맨해튼 5번가·샹젤리제·청담사거리 등
부동산 구입에 열올리는 브랜드들
글로벌 명품의 재테크 전략은
맨해튼 5번가·샹젤리제·청담사거리 등
부동산 구입에 열올리는 브랜드들
루이비통·샤넬·구찌·디올·프라다 등 글로벌 명품 그룹은 어떤 '재테크 수단'을 선호할까. 경기 침체와 부동산 시장 불황에도 주요 명품 기업은 부동산 투자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수년 간 명품 시장 호황기를 누리며 끌어모은 현금을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주요국 상업지는 물론 서울 강남권 노른자 땅까지 부동산 구입에 쏟아붓고 있는 중이다. "부동산 불패 신화는 끝나지 않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거래로 블랙스톤은 큰 이익을 얻었다“며 ”캡레이트(Cap Rate·투자 대비 수익률)는 약 2.5%인데 최근 금리 수준을 감안하면 얼마나 천문학적 가격을 주고 부동산을 구입했는지 알 수 있다“고 짚었다.
케링의 부동산 투자는 특별한 일도 아니다. 케링은 최근 몇 년간 파리, 도쿄 등 세계 주요 도심지의 건물을 매입했다. 올 초에도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지난 1월 뉴욕 맨해튼 5번가에서 9억6300만 달러(약 1조3000억원)의 값을 치르고 건물을 샀다. 상가층이 위치한 1만700m² 크기의 건물로 트럼프 타워 맞은 편에 위치하고 있다. 당시 케링그룹은 성명을 내고 “이번 투자는 아주 좋은 입지가 있을 경우 이를 확보하고자 하는 케링그룹의 선별적 부동산 전략이 한 단계 더 나아갔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케링은 올해 예상 매출의 약 10%를 부동산 구입에 지출할 예정이다. 지난해엔 연간 매출액의 9%에 해당하는 금액을 부동산 거래에 쏟아부었다. 케링을 비롯한 명품 회사들은 뉴욕에서 공간을 임대하는 대신 건물을 매입하는 추세다. 지난달에는 이탈리아 프라다가 뉴욕 5번가에 있는 건물 두 채를 8억35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작년에 맨해튼에서 이루어진 부동산 매입 중 가장 큰 규모다.
루이비통의 ‘땅 사랑’도 남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루이비통을 소유한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 그룹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스 명품 거리에만 최소 6채의 건물을 가지고 있는 부동산 ‘큰 손’이다.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의 가문은 LVMH를 설립하기 전 부동산 개발로 사업을 키웠다. 외신들은 “아르노는 부동산 투자의 DNA를 지녔다”고 평한다. 루이비통은 주요 쇼핑 메카에서 부동산 소유를 늘려나가며 해당 지역에서 경쟁 브랜드가 임차할 곳을 찾지 못하게 만드는 전략을 주로 구사한다. 주요 거점 지역에서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한 루이비통의 방식 중 하나다.
루이비통은 이미 강남 땅투자로 재미를 본 적이 있다. 루이비통은 1998년 7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절정일 때 청담동 명품거리에서 938㎡(284평) 부지를 ‘단돈’ 2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지금 환율로 계산하면 약 26억원에 산 셈이다. 서울 강남의 웬만한 30평대 아파트값보다도 저렴하다. 현재 청담동 명품거리 땅의 호가를 대입하면 이 땅의 시세는 1280억~14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루이비통의 첫 해외 부동산 매입 사례다. 이후 2010년 쯤에도 루이비통은 청담사거리 인근에 위치한 빌딩 두 채를 541억원에 사들여 투자이익을 쏠쏠히 본 것으로 전해진다. 샤넬, 구찌, 디올, 프라다, 페라가모 등도 청담동 명품거리의 땅을 매입한 하이엔드 명품 브랜드 회사에 이름을 올렸다.
명품업체들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상업용 부동산 경기가 꺾이며 해외 부동산의 수익률이 고꾸라지고 있는 ‘지금’이 부동산투자의 적기인 것으로 보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경기가 냉각되면 되레 알짜 입지를 살 수 있는 기회로 여긴다는 얘기다. 부동산 시장도 부침이 있지만 주요국 상업지에 땅을 산 명품 회사들의 투자 성적표를 보면 남들이 위기라고 할 때, 매물이 많이 나올 때 땅을 산 회사가 가장 큰 평가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호항을 누리면서 막대한 현금성 자산을 끌어모은 덕에 부동산 투자를 할 ‘실탄’도 장전했다. WSJ에 따르면 LVMH의 시가총액은 2019년 이후 두 배로 늘었으며 연간 매출도 3분의 2 가까이 늘어나 좋은 입지의 부동산을 구입할 수 있는 엄청난 화력을 갖게 됐다. 다른 브랜드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번스타인 보고서를 보면 유럽 명품 브랜드들은 2023년 초부터 세계 부동산 구입에만 90억 달러(약 12조원) 이상을 지불했다. 케링의 맨해튼 5번가 건물 거래를 중개한 한 브로커는 “명품 브랜드가 전통적인 부동산 투자자보다 재정적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을 구입하기에 좋은 시기”라고 평가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부동산 쇼핑 나선 명품업체들
”미국 뉴욕 맨해튼 5번가나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의 상업용 부동산은 붕괴된 적이 없다.“ 지난 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이 같은 문장으로 기사를 시작했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쇼핑거리에서 앞다투어 부동산 구매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구찌, 생로랑, 발렌시아가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프랑스 럭셔리 패션기업 케링은 14억달러(약 1조9000억원) 가량을 주고 이탈리아 밀라노의 몬테나폴레오네 거리에 있는 한 건물을 매입했다. 몬테나폴레오네 거리는 패션의 도시 밀라노에서도 중심지로 ’명품 1번지‘로 꼽히며 유럽에서 가장 비싼 쇼핑거리 중 하나로 여겨진다. 케링이 구입한 건물의 원 소유주는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블랙스톤이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거래로 블랙스톤은 큰 이익을 얻었다“며 ”캡레이트(Cap Rate·투자 대비 수익률)는 약 2.5%인데 최근 금리 수준을 감안하면 얼마나 천문학적 가격을 주고 부동산을 구입했는지 알 수 있다“고 짚었다.
케링의 부동산 투자는 특별한 일도 아니다. 케링은 최근 몇 년간 파리, 도쿄 등 세계 주요 도심지의 건물을 매입했다. 올 초에도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지난 1월 뉴욕 맨해튼 5번가에서 9억6300만 달러(약 1조3000억원)의 값을 치르고 건물을 샀다. 상가층이 위치한 1만700m² 크기의 건물로 트럼프 타워 맞은 편에 위치하고 있다. 당시 케링그룹은 성명을 내고 “이번 투자는 아주 좋은 입지가 있을 경우 이를 확보하고자 하는 케링그룹의 선별적 부동산 전략이 한 단계 더 나아갔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케링은 올해 예상 매출의 약 10%를 부동산 구입에 지출할 예정이다. 지난해엔 연간 매출액의 9%에 해당하는 금액을 부동산 거래에 쏟아부었다. 케링을 비롯한 명품 회사들은 뉴욕에서 공간을 임대하는 대신 건물을 매입하는 추세다. 지난달에는 이탈리아 프라다가 뉴욕 5번가에 있는 건물 두 채를 8억35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작년에 맨해튼에서 이루어진 부동산 매입 중 가장 큰 규모다.
루이비통의 ‘땅 사랑’도 남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루이비통을 소유한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 그룹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스 명품 거리에만 최소 6채의 건물을 가지고 있는 부동산 ‘큰 손’이다.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의 가문은 LVMH를 설립하기 전 부동산 개발로 사업을 키웠다. 외신들은 “아르노는 부동산 투자의 DNA를 지녔다”고 평한다. 루이비통은 주요 쇼핑 메카에서 부동산 소유를 늘려나가며 해당 지역에서 경쟁 브랜드가 임차할 곳을 찾지 못하게 만드는 전략을 주로 구사한다. 주요 거점 지역에서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한 루이비통의 방식 중 하나다.
서울 강남도 부동산 '불패 신화'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은 서울 강남도 놓치지 않았다. 최근엔 루이비통이 청담동 부동산을 구매했다. 매일유업 지주회사인 매일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던 청담동 명품거리 99-5번지(793㎡·239평) 부지인데, 루이비통코리아가 504억원에 샀다. 대로변이 아닌 이면도로변이다. 폴바셋 커피 매장, 매일홀딩스 자회사 사무실 등으로 사용하는 건물이 있는 땅인데, 루이비통코리아는 이 부지에 새로 건물을 지어 레스토랑을 직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루이비통은 이미 강남 땅투자로 재미를 본 적이 있다. 루이비통은 1998년 7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절정일 때 청담동 명품거리에서 938㎡(284평) 부지를 ‘단돈’ 2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지금 환율로 계산하면 약 26억원에 산 셈이다. 서울 강남의 웬만한 30평대 아파트값보다도 저렴하다. 현재 청담동 명품거리 땅의 호가를 대입하면 이 땅의 시세는 1280억~14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루이비통의 첫 해외 부동산 매입 사례다. 이후 2010년 쯤에도 루이비통은 청담사거리 인근에 위치한 빌딩 두 채를 541억원에 사들여 투자이익을 쏠쏠히 본 것으로 전해진다. 샤넬, 구찌, 디올, 프라다, 페라가모 등도 청담동 명품거리의 땅을 매입한 하이엔드 명품 브랜드 회사에 이름을 올렸다.
명품업체들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상업용 부동산 경기가 꺾이며 해외 부동산의 수익률이 고꾸라지고 있는 ‘지금’이 부동산투자의 적기인 것으로 보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경기가 냉각되면 되레 알짜 입지를 살 수 있는 기회로 여긴다는 얘기다. 부동산 시장도 부침이 있지만 주요국 상업지에 땅을 산 명품 회사들의 투자 성적표를 보면 남들이 위기라고 할 때, 매물이 많이 나올 때 땅을 산 회사가 가장 큰 평가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호항을 누리면서 막대한 현금성 자산을 끌어모은 덕에 부동산 투자를 할 ‘실탄’도 장전했다. WSJ에 따르면 LVMH의 시가총액은 2019년 이후 두 배로 늘었으며 연간 매출도 3분의 2 가까이 늘어나 좋은 입지의 부동산을 구입할 수 있는 엄청난 화력을 갖게 됐다. 다른 브랜드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번스타인 보고서를 보면 유럽 명품 브랜드들은 2023년 초부터 세계 부동산 구입에만 90억 달러(약 12조원) 이상을 지불했다. 케링의 맨해튼 5번가 건물 거래를 중개한 한 브로커는 “명품 브랜드가 전통적인 부동산 투자자보다 재정적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을 구입하기에 좋은 시기”라고 평가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