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불시착' 가파른 시청률 상승세…tvN 역대 최고 시청률 기록 다시 쓸듯
매력적인 남녀 주인공·촌철살인 유머·적재적소 패러디와 특별출연 활용
'눈물의 여왕'까지 썼다 하면 대박…박지은 표 로맨스 또 통했다
2006년 개국한 tvN 역대 드라마를 시청률 순위별로 줄 세워보면 1위와 2위에 박지은 작가의 이름이 올라 있다.

4년 전 손예진·현빈 주연의 '사랑의 불시착'에 이어 '눈물의 여왕'까지 '썼다 하면 대박'인 박 작가의 성공 비결은 뭘까.

15일 방송가에 따르면 박 작가의 신작 '눈물의 여왕'은 전날(12회분) 시청률 20.7%로 김은숙 작가의 '도깨비'(20.5%) 최고 기록을 뛰어넘으면서 역대 tvN 드라마 시청률 2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tvN 드라마 시청률 1위인 박 작가의 또 다른 작품 '사랑의 불시착'(21.6%)을 뛰어넘는 것도 가시권이다.

'사랑의 불시착'은 최종회에서 시청률 20%를 돌파했지만, '눈물의 여왕'은 종영 4회를 앞두고 '마의 시청률' 20%를 넘어섰다.

'눈물의 여왕'까지 썼다 하면 대박…박지은 표 로맨스 또 통했다
박 작가는 익숙한 사랑 이야기에 독특한 설정을 추가해 로맨스극의 얼개를 흥미롭게 바꿔놓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을 받는다.

외계인과 여배우의 러브 스토리를 그린 '별에서 온 그대', 인어 이야기를 소재로 한 '푸른 바다의 전설', 북한 장교와 남한 재벌 상속녀 사이의 로맨스를 담은 '사랑의 불시착' 등이 그랬다.

이번에는 재벌 3세 여자와 시골 출신 신입사원이 결혼해 3년 만에 부부생활의 위기를 맞는다는 설정을 내세웠다.

이들에게 풋풋했던 연애는 옛날이야기이고, 설레는 신혼 생활도 끝난 지 오래다.

관계가 끝을 향해가는 시점에서 깊게 묻어뒀던 감정들을 다시 들추며 사랑을 키워가는 두 주인공의 로맨스는 익숙하면서도 색다른 재미를 자아낸다.

무엇보다 남녀 주인공을 매력 넘치게 그려내는 박 작가의 특장점이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눈물의 여왕'에서 남자 주인공 백현우는 평범한 집안의 회사원이지만, 실상은 외모부터 스펙까지 모든 것을 고루 갖춘 '육각형 남자'에 가깝다.

판타지에 가까운 인물을 현실에 있을 법하게 만드는 것은 김수현의 섬세한 연기다.

그는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거나 "왜 막 귀엽고 홍해인 설레게 만들어 내 팔자를 꼬았지?"라며 술주정을 부리는 귀여운 사랑꾼 모습부터 맨주먹으로 3대1로 싸워서 상대를 제압하는 액션 연기, 절절하면서 가슴 미어지는 눈물 연기로 매회 시청자들을 웃기고 울린다.

'눈물의 여왕'까지 썼다 하면 대박…박지은 표 로맨스 또 통했다
여주인공 역시 여타 드라마와 차별점을 지닌다.

'내조의 여왕', '별에서 온 그대', '사랑의 불시착', 그리고 최근 '눈물의 여왕'에 이르기까지 그가 쓴 작품 속 여주인공들은 모두 여느 로맨틱코미디 속 신데렐라형 여자 주인공들과는 다르다.

톱스타 천송이(전지현), 재벌 상속녀 윤세리(손예진)의 뒤를 이은 홍해인(김지원)은 연인에게 "눈물 한 방울 안 흘리게 해주겠다"며 프러포즈하는 재벌가 딸이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박 작가 드라마 속 여자 주인공들은 겉으로는 완벽한 듯 보이지만 허점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홍해인은 이전 캐릭터들보다 '걸크러시'한 매력이 강조됐는데, 희귀병을 앓고 있다는 설정을 통해 멜로 드라마의 클리셰인 '비련의 여주인공' 느낌을 더했다"고 풀이했다.

이어 "박 작가는 여자 주인공을 매력적으로 그려내고, 남자 주인공의 부드러운 매력을 강조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며 "이번에도 '찌질'하면서도 사랑스럽게 그려진 남자 주인공 백현우와 홍해인의 참신한 케미(호흡)가 통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눈물의 여왕'까지 썼다 하면 대박…박지은 표 로맨스 또 통했다
예능 작가 출신인 만큼, 언어유희나 현실을 꿰뚫는 촌철살인의 유머,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통해 심어놓는 웃음 코드도 보는 재미를 높인다.

"진짜 이상하지? 사랑해서 결혼하는데 결혼하면 왜 사랑을 안하지?", "생색이라는 게 커피 쿠폰 같은 거예요.

도장 10개를 다 안 찍으면 니가 단골인걸 몰라요" "남편 보고 심장이 왜 뛰죠? 부정맥인가요?" 등의 대사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박 작가는 본인이 집필한 드라마나 배우가 출연한 전작을 패러디하는 경우가 꽤 많은 편이다.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는 박 작가와 드라마 '프로듀사'를 함께 했던 차태현이 특별출연해 여주인공 역을 맡은 전지현에게 "엽기적이셔"라는 대사를 하고, '사랑의 불시착'에는 김수현이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원류환 역으로 특별출연했다.

'눈물의 여왕'도 특별 출연을 적극 활용했다.

송중기가 드라마 '빈센조' 속 빈센조 까사노 역으로 등장하고, '사랑의 불시착' 속 윤세리의 조력자로 활약했던 배우 고규필과 임철수가 특별 출연했다.

4회에서는 "현빈, 손예진을 봐라. 사랑하는 연기 하다가 사랑하지 않았나.

너네도 그런 거다"라는 대사가 등장하는가 하면, 2022년 현빈과 손예진의 결혼식을 재현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눈물의 여왕'까지 썼다 하면 대박…박지은 표 로맨스 또 통했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 겸 드라마평론가는 "박 작가의 가장 큰 성공 비결은 익숙한 것을 비틀어서 웃음을 주는 능력"이라며 "패러디와 특별 출연을 활용하는 이유 역시 익숙한 것들을 가져와서 재미를 더하는 박 작가의 극작술"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다보니 일각에서는 박 작가의 작품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 '전작들에서 써먹은 요소들을 반복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윤 평론가는 "박 작가의 작품들을 보다 보면 사소한 대사 속에도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를 패러디한 디테일이 눈에 띄는데, 이런 박 작가 특유의 '드라마 트릭'이 작품마다 반복되다 보니 보는 관점에 따라 어디서 본 듯한 자기 복제의 느낌을 주기도 하는 것 같다"고 짚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