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史 수놓은 여주인공 원톱 카르멘, 그녀는 과연 '팜파탈'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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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강성곤의 아리아 아모레
비제 오페라 <카르멘> 中 ‘사랑은 길들여지지 않는 새’
비제 오페라 <카르멘> 中 ‘사랑은 길들여지지 않는 새’

200년 전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 세비야. 후끈한 여름날 담배공장 여인들이 광장에 나와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인생의 질곡을 겪은 노처녀와 과부들이 많았다. 가장 아름답고 끼도 많은 카르멘이 노래를 부른다. 아리아 <사랑은 길들여지지 않는 새(L'amour est un Oiseau Rebelle)>.
“사랑은 길들여지는 않는 새/ 아무리 불러도 소용없다오/ 한번 싫다면 그만이야/ 겁줘도 달래도 소용없어/ 나는 말 없는 남자가 좋아/ 사랑은 타고난 보헤미안/ 법도 규칙도 없지/ 만약 날 좋아하지 않는다면 내가 좋아하면 돼/ 그러나 내가 좋아하게 되면 조심해야 할 걸/ 새는 잡았다 싶으면 날아가 버리지/ 새한테는 날개가 있으니까”
1막에 나오는 이 곡이 줄거리와 결말을 암시한다. ‘아바네라Habanera’라는 타이틀로도 간단히 불리는데 곡조가 쿠바산(産) 무곡 풍이라는 뜻이다.

조르주 비제(Georges Bizet,1838~1875, 佛)의 최후작이자 최대작이 ‘카르멘’이다. 독일에 바그너, 이탈리아에 베르디가 있다면 프랑스는 비제가 그 위치다. 프랑스인(人) 특유의 감수성⸱화려함⸱신선미⸱생동감이 트레이드 마크다. 그러나 37세에 심장마비로 요절한다. "카르멘은 일단 소재가 너무 부도덕하다"는 비평에 괴로워하던 차, 심장마비가 왔다. 아내 주느비에브와의 결혼 6주년 기념일이었다.
![[왼쪽] 조르주 비제 (1835~1875) [오른쪽] 파리 근교 파리 라셰르 공원에 있는 비제의 묘비와 석관 ©독일 위키피디아](https://img.hankyung.com/photo/202404/01.36455607.1.jpg)
스페인이 배경이지만 우아한 불어로 노래하는 프랑스 오페라이기에 카르멘은 멋들어진 프랑스어 딕션(Diction,정확성과 유창성을 두루 갖춘 발음⸱발성⸱어조)이 필수다. 플라시도 도밍고(Placido Domingo,1941~ )는 모국어인 스페인어에 영어⸱독어⸱불어⸱이태리어까지 구사하는 데다 특유의 여릿한 이미지까지 있어 돈 호세 역에 제격이었다. 미투 논란으로 요즘은 명성에 금이 간 상태. 불행한 일이다. 카르멘은, 녹음은 누가 뭐래도 마리아 칼라스(1923~1977, 美)이겠지만 실연(實演)은 아무래도 아그네스 발차(Agnes Baltsa,1944~, 그리스)가 탑이리라. 1988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공연은 레전드로 카르멘의 현신(現身)이란 소리를 듣는다.

강성곤 음악 칼럼니스트·전 KBS아나운서
[마리아 칼라스의 <사랑은 길들여지지 않는 새 (L'amour est un Oiseau Rebelle)> 녹음]
[아그네스 발차의 <사랑은 길들여지지 않는 새 (L'amour est un Oiseau Rebelle)> 실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