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15조원에 달하는 부산시 예산과 기금을 관리하는 시금고를 유치하려는 은행권의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부산시 주금고 운영을 맡아온 지역은행인 BNK부산은행이 수성을 다짐하는 가운데 부금고 사업자인 국민은행은 물론 하나은행까지 뛰어들면서다.

사수냐, 유치냐…15조 부산시금고 쟁탈전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부산시는 오는 7월 시금고(주·부금고) 신청 공고를 내고 9월 시금고 은행을 선정한다. 주금고는 부산시 일반회계와 18개 기금을, 부금고는 공기업특별회계 2개와 기타 특별회계 15개를 취급한다. 올해 부산시 예산 15조7000억원 가운데 주금고가 70%, 부금고가 30%를 담당한다.

은행들은 시금고 입찰 전부터 부산신용보증재단 정책자금 출연금을 늘리며 상생 노력을 홍보하고 있다. 지역 신보재단은 은행 출연금의 10~15배를 대출 보증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어 소상공인 자금 지원 효과가 큰 편이다. 출연 은행으로서도 대출 취급을 통해 대출 자산을 늘릴 수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2월 가장 먼저 부산신용보증재단에 110억원을 출연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58억원을 출연한 하나은행은 작년 116억원에 이어 2년 연속 100억원 넘게 내놨다. 이에 질세라 국민은행도 하나은행보다 10억원 많은 120억원을 출연하기로 했다. 국민은행의 최근 5년간 출연금이 연 38억원 수준이던 점을 감안하면 세 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텃밭 사수에 나선 부산은행도 출연금을 100억원으로 상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 기관영업 담당 부행장은 “4대 은행과 부산은행까지 공격적으로 신보재단 출연금을 늘리는 등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돼 부산시금고 입찰에 참여하려던 계획을 접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운영 점포 수와 지방세 납부 실적 등 지역사회 기여도를 감안할 때 부산은행이 부산시금고 운영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시금고 입찰을 한 대구시(DGB대구은행)와 울산시(BNK경남은행) 모두 지역은행을 선정했다.

하지만 부산은행보다 자산·순이익 규모가 5~10배 많은 시중은행이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면 주금고 수성을 안심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광주은행이 작년 7월 광주 지역을 대표하는 사립대학인 조선대 주거래은행 자리를 50년 만에 신한은행에 내준 게 대표적 사례다. 조선대가 처음으로 경쟁입찰을 도입했는데 광주은행은 예금 금리와 협력사업 평가 등에서 시중은행에 밀렸다.

지방은행들은 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과 지방은행 간 거래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보완 마련 등을 금융당국에 요청한 상태다. 지난달 19일 열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지방금융지주 회장·은행장 간담회’ 자리에서도 “시금고 선정 기준을 만드는 행정안전부가 지방은행에 인센티브를 달라”고 건의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