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투자 규모를 확정한 삼성전자, TSMC, 인텔의 다음 전투는 ‘고급 인재’ 확보전이다. 2030년까지 미국에서 부족한 반도체 인력이 6만7000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 만큼 ‘우수 인재 확보’가 사업 성패를 가를 핵심 요소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반도체기업은 수백억달러를 미국 명문대에 지원하며 S급 인재 확보에 나섰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가 이달 초 발간한 ‘반도체 인력개발정책 청사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반도체 일자리는 2030년까지 11만5000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기업이 잇달아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어서다. 하지만 58%에 해당하는 6만7000개가 채워지지 못할 것이란 게 SIA의 분석이다. 부족한 인력의 상당수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엔지니어(부족분 2만3300명), 박사 학위 이상 엔지니어(1만7400명) 등 고급 인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업체들은 주요 대학과 산학협력을 강화하는 등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 텍사스주 테일러에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는 텍사스대(UT)와 A&M대에 각각 370만달러와 100만달러를 투자했다. 반도체 교육 및 채용 프로그램, 학부생 장학금, 대학원생의 연구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미국 인디애나주에 최첨단 패키징 공장 신설 계획을 발표한 SK하이닉스는 인근 퍼듀대와 반도체 연구개발(R&D)을 함께하기로 했다.

인텔은 미국 대학 18개 이상과 파트너십을 맺고 엔지니어를 양성한다. 애리조나주에 공장을 짓고 있는 TSMC는 반도체 인재 확보를 목적으로 애리조나주립대와 협력관계를 다지고 있다.

채용 방식도 바뀌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국내에서 경력사원 지원 기준을 낮췄는데, 미국에서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말 경력사원을 모집한 SK하이닉스는 지원 자격을 ‘반도체 유관 경력 2년 이상 보유자’로 낮췄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