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지휘자 맞은 교향악단들… 허니문처럼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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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이은아의 머글과 덕후 사이
한 도시에 뿌리내리고 살면서 그 지역 기반의 오케스트라의 여정에 함께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특별하다.
우선 오케스트라의 1년 프로그램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폭넓은 음악을 경험하게 된다. 예를 들어 평소 브루크너의 교향곡에 관심이 없었더라도 올해만큼은 오케스트라의 정기공연을 통해 브루크너의 음악을 가까이 접할 수밖에 없다. 여러 오케스트라들이 24년 브루크너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정규 프로그램에 그의 대표곡을 포함했기 때문이다. 서울시향 (교향곡 7번), 부천필하모닉 (교향곡 6번), 인천시향 (교향곡 7번, 8번) 등 대부분의 지역 교향악단들이 브루크너의 음악적 심연으로 관객을 인도한다.
또한 그 나라 혹은 도시와 인연이 있는 작곡가의 초연 혹은 최신 곡목을 접하는 경험도 관객에게는 아주 특별한 기쁨이다. 지역 작곡가들에게 곡을 위촉하고, 그 곡을 처음 연주해 세상에 내놓은 작업은 유서 깊은 교향악단에게는 일종의 책임감이자 의무로 널리 받아들여져 왔다. 관객 입장에서는 김택수의 <짠!!> (2021년 부산시향 초연), <스핀-플립> (2020년 뉴욕 필하모닉 초연, 2022년 서울시향 연주) 혹은 신동훈의 <그의 유령 같은 고독 위에서>(2023년 서울시향 아시아 초연) 등 보석 같은 이 곡들이 오케스트라의 정기공연 프로그램으로 포함되지 않았다면 쉬이 찾아 듣기 어려웠을 것이다.
연주자들의 금의환향을 지켜보는 것도 즐거움 중 하나다. 피아니스트 조성진, 임윤찬, 첼리스트 최하영 등이 국제 콩쿠르 우승 후 한국의 오케스트라들과 협연해 한국 관객과 가까이 만났다. 제네바 콩쿨 우승자 퍼커셔니스트 박혜지가 커다란 무대를 종횡무진 뛰어다니며 개인 소장품 프라이팬을 포함 10종이 넘는 타악기들을 연주하던 <말하는 드럼>도 쉽사리 잊지 못할 참신한 음악적 경험이었다. 2024년 한국의 두 교향악단이 새 음악감독을 맞이했다. 서울시향은 얍 판 츠베덴과 5년간, 경기필하모닉은 김선욱과 2년간의 여정을 시작했다. 특히나 새 음악감독과 함께 서울시향이 보인 행보는 눈길을 끈다. 히딩크라는 다소 의외의 홍보대사를 임명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홍보활동에 나서는 모양새다.
100일이 넘는 기간 동안 연주한 교향곡들은 최대 스케일의 대중적인 곡들로 채워졌다. 말러 교향곡 1번, 바그너 <발퀴레> 1막, 드보르작 교향곡 7번,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7번 모두 직관적이고 즉물적인 매력의 곡들이다. 관객에게 낯설지 않은 음악으로 먼저 다가가기 위한 시도하고 해석해 봄 직하다. 올해의 남은 연주들도 브람스 교향곡 2번, 베토벤 교향곡 5번, 9번 그리고 브루크너 교향곡 7번으로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은 곡들로 채워져 있다. 경기필하모닉의 24 시즌도 비슷하다. 베토벤 교향곡 3번, 9번, 말러 교향곡 1번, R.슈트라우스의 <영웅의 생애>, 버르토크의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으로 정기공연을 구성했다.
그러나 자주 연주되는 음악일수록 자주 들어본 ‘덕후'들도 대거 포진하고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할 것 같다. 특히 오케스트라와 합을 맞추고 음악적, 인간적 교감을 구축해 나가는 ‘허니문’ 단계에서는 더 활발한 비평과 추측이 쏟아져 나올 수 있다. 예컨대 얍 판 츠베덴의 말러 교향곡 1번을 듣기 위해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 중에는 서울시향 역사에 길이 남을 명연, 만프레드 호네크와의 2019년 연주를 기억하는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또 드보르작 교향곡 7번을 전투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7번을 최대 볼륨으로 단순하고 육중하게만 그려 나간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새 음악감독과 단원들이 함께 빚어나가는 음악이 다층적이고, 섬세하게 컨트롤되어 있으며 음악적으로 풍부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머글과 덕후 모두가 한마음 한뜻일 것이다. 또한 음악감독과 연주하든, 객원 지휘자와 연주하든 꾸준한 연주력을 관객에게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그러한 기대에 부합하는 것이 소중한 저녁 시간을 세 시간 이상 투자해 연주회를 보러 오는 관객에 대한 예우이고, 그들의 여정을 함께 하는 음악 애호가들에 대한 화답이다.
오케스트라의 여정을 함께한다는 것은 관객과 연주자 각자의 음악적 우주를 확장하는 고귀한 일이다. 새 리더들이 뛰어난 음악성과 리더십으로 오케스트라를 건강하게 이끌고, 그 길에 관객으로 언제까지나, 기쁜 마음으로 함께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이은아 칼럼니스트
우선 오케스트라의 1년 프로그램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폭넓은 음악을 경험하게 된다. 예를 들어 평소 브루크너의 교향곡에 관심이 없었더라도 올해만큼은 오케스트라의 정기공연을 통해 브루크너의 음악을 가까이 접할 수밖에 없다. 여러 오케스트라들이 24년 브루크너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정규 프로그램에 그의 대표곡을 포함했기 때문이다. 서울시향 (교향곡 7번), 부천필하모닉 (교향곡 6번), 인천시향 (교향곡 7번, 8번) 등 대부분의 지역 교향악단들이 브루크너의 음악적 심연으로 관객을 인도한다.
또한 그 나라 혹은 도시와 인연이 있는 작곡가의 초연 혹은 최신 곡목을 접하는 경험도 관객에게는 아주 특별한 기쁨이다. 지역 작곡가들에게 곡을 위촉하고, 그 곡을 처음 연주해 세상에 내놓은 작업은 유서 깊은 교향악단에게는 일종의 책임감이자 의무로 널리 받아들여져 왔다. 관객 입장에서는 김택수의 <짠!!> (2021년 부산시향 초연), <스핀-플립> (2020년 뉴욕 필하모닉 초연, 2022년 서울시향 연주) 혹은 신동훈의 <그의 유령 같은 고독 위에서>(2023년 서울시향 아시아 초연) 등 보석 같은 이 곡들이 오케스트라의 정기공연 프로그램으로 포함되지 않았다면 쉬이 찾아 듣기 어려웠을 것이다.
연주자들의 금의환향을 지켜보는 것도 즐거움 중 하나다. 피아니스트 조성진, 임윤찬, 첼리스트 최하영 등이 국제 콩쿠르 우승 후 한국의 오케스트라들과 협연해 한국 관객과 가까이 만났다. 제네바 콩쿨 우승자 퍼커셔니스트 박혜지가 커다란 무대를 종횡무진 뛰어다니며 개인 소장품 프라이팬을 포함 10종이 넘는 타악기들을 연주하던 <말하는 드럼>도 쉽사리 잊지 못할 참신한 음악적 경험이었다. 2024년 한국의 두 교향악단이 새 음악감독을 맞이했다. 서울시향은 얍 판 츠베덴과 5년간, 경기필하모닉은 김선욱과 2년간의 여정을 시작했다. 특히나 새 음악감독과 함께 서울시향이 보인 행보는 눈길을 끈다. 히딩크라는 다소 의외의 홍보대사를 임명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홍보활동에 나서는 모양새다.
100일이 넘는 기간 동안 연주한 교향곡들은 최대 스케일의 대중적인 곡들로 채워졌다. 말러 교향곡 1번, 바그너 <발퀴레> 1막, 드보르작 교향곡 7번,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7번 모두 직관적이고 즉물적인 매력의 곡들이다. 관객에게 낯설지 않은 음악으로 먼저 다가가기 위한 시도하고 해석해 봄 직하다. 올해의 남은 연주들도 브람스 교향곡 2번, 베토벤 교향곡 5번, 9번 그리고 브루크너 교향곡 7번으로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은 곡들로 채워져 있다. 경기필하모닉의 24 시즌도 비슷하다. 베토벤 교향곡 3번, 9번, 말러 교향곡 1번, R.슈트라우스의 <영웅의 생애>, 버르토크의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으로 정기공연을 구성했다.
그러나 자주 연주되는 음악일수록 자주 들어본 ‘덕후'들도 대거 포진하고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할 것 같다. 특히 오케스트라와 합을 맞추고 음악적, 인간적 교감을 구축해 나가는 ‘허니문’ 단계에서는 더 활발한 비평과 추측이 쏟아져 나올 수 있다. 예컨대 얍 판 츠베덴의 말러 교향곡 1번을 듣기 위해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 중에는 서울시향 역사에 길이 남을 명연, 만프레드 호네크와의 2019년 연주를 기억하는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또 드보르작 교향곡 7번을 전투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7번을 최대 볼륨으로 단순하고 육중하게만 그려 나간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새 음악감독과 단원들이 함께 빚어나가는 음악이 다층적이고, 섬세하게 컨트롤되어 있으며 음악적으로 풍부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머글과 덕후 모두가 한마음 한뜻일 것이다. 또한 음악감독과 연주하든, 객원 지휘자와 연주하든 꾸준한 연주력을 관객에게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그러한 기대에 부합하는 것이 소중한 저녁 시간을 세 시간 이상 투자해 연주회를 보러 오는 관객에 대한 예우이고, 그들의 여정을 함께 하는 음악 애호가들에 대한 화답이다.
오케스트라의 여정을 함께한다는 것은 관객과 연주자 각자의 음악적 우주를 확장하는 고귀한 일이다. 새 리더들이 뛰어난 음악성과 리더십으로 오케스트라를 건강하게 이끌고, 그 길에 관객으로 언제까지나, 기쁜 마음으로 함께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이은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