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닷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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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타다가 서울 안에 못 들어가는 차량이 될까봐 못 사겠더라고요." 경유(디젤) 차량 구매를 고려하던 A씨는 주변에서 "지금 경유 차를 사는 건 절대 아니다"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면서 "결국 경유 차 살 마음을 접었다"고 말했다.

친환경 규제 강화로 경유 신차 구매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가격이 저렴해 부담이 적은 중고차로 몰리는 분위기다.

16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가 발표한 올 1분기 중고 승용차 연료별 실거래 대수 자료에 따르면 경유 모델 중 1·2위는 기아의 3세대 카니발(YP)과 부분 변경 모델 뉴 카니발(YP)이 차지했다. 이들 경유 모델은 각각 5467대, 4832대가 팔려 합산 1만299대 판매됐다.

같은 기간 카니발 신차 가운데 가장 반응이 좋은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량(1만2498대)과 비교해봐도 크게 차이나지 않는 수치다.

신차로는 인기가 떨어지는 경유 모델이지만 중고차로는 인기가 상당하다. 실제로 중고 하이브리드 모델 1위를 기록한 뉴 그랜저(1943대), 전기 모델 1위 아이오닉5(886대)와 비교해도 월등히 높은 판매량이다.

경유 모델 판매량 1·2위를 싹쓸이한 카니발의 뒤를 이어 뉴 싼타페(DM) 모델도 3977대 판매됐다. 현대차는 지난해 8월 싼타페 완전 변경 신차를 발표하면서 경유 모델은 단종한 바 있다. 코란도 스포츠(3435대), 뉴 투싼(3427대) 등의 경유 중고차도 많이 팔렸다.

반면 경유 모델 신차 비중은 확연히 떨어진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1월 카니발 경유 모델은 전년 동월 대비 반토막 수준(55.35% 감소)인 총 5990대 판매에 그쳤다. 전체 카니발 판매량의 약 26% 수준이다.

일례로 중고 경유 판매량 5위를 차지한 투싼은 올 1분기 경유 신차 판매량 797대에 그쳤다. 이는 투싼 전체 판매량의 약 6%에 불과하다. 하이브리드 모델이 전체 판매량의 절반을 넘기며(51%) 승승장구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시승 코스 기착지에 전시돼 있는 신형 카니발 / 사진=기아
시승 코스 기착지에 전시돼 있는 신형 카니발 / 사진=기아
경유 판매량이 높은 차량은 모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경유 SUV에 구매가 집중되는 것은 하이브리드 차량 가격이 일반 가솔린·디젤에 비해 높아 구매를 망설이는 일부 수요도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가솔린보다 연비가 좋고 힘이 좋아 SUV에 적합한 경유 차량을 구매하고 싶은데, 친환경 규제 때문에 신차 구매가 부담스러운 수요도 중고차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25년부터 4등급 디젤 차량만 서울 사대문 안 운행을 제한하고 2030년부터는 서울 전역으로 운행 제한을 확대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금리 등 경제 불황으로 신차 구매를 미루는 상황에서 중고차로 눈을 돌린 사람들이 경유 차를 일부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