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맥경화' 애먹었던 '범죄도시' 시리즈…승승장구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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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시장, 금융권 자금 연결로 위기 돌파
한국콘텐츠진흥원, ‘투자 가교’ 역할 자처
콘텐츠 정책금융으로 제작비 조달
“우수 콘텐츠 추천해 투자 선순환 이끌 것”
한국콘텐츠진흥원, ‘투자 가교’ 역할 자처
콘텐츠 정책금융으로 제작비 조달
“우수 콘텐츠 추천해 투자 선순환 이끌 것”
아이언맨으로 대표되는 슈퍼히어로 세계관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미국 할리우드를 집어삼켰다면, 한국에도 충무로 영화판을 점령한 ‘K-MCU’가 있다.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로 불리는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다. 맨주먹 하나로 빌런을 때려눕히는 액션물인 범죄도시는 한국 영화시장에서 가장 성공한 ‘메가 IP(지식재산권)’다. 2편과 3편이 모두 1000만 고지를 밟는 등 쌍끌이 흥행에 성공하면서다. ‘범죄도시 4’ 역시 개봉을 열흘 앞둔 지난 14일, 10만장의 사전 예매를 기록하며 침체된 영화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범죄도시 시리즈가 처음부터 승승장구했던 것은 아니다. 시리즈물로 거듭나는 데 가장 중요한 분수령이던 ‘범죄도시 2’는 제작 당시 개봉도 장담할 수 없었다. 코로나19로 해외 로케이션이 전면 취소됐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국내 촬영도 어려웠기 때문. 제작비만 치솟는 상황에서 영화 제작사는 정부의 정책금융 제도를 활용해 기사회생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이 영화 잠재성을 보고 투자를 추천하면서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자금을 수혈받아 개봉에 성공한 것이다.
‘범죄도시 2’가 겪은 제작 위기는 국내 영화·드라마 제작시장에선 남의 일이 아니다. K-콘텐츠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과 달리, 일선 현장은 만성적인 자금난에 시달린다. 넷플릭스 같은 해외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공룡들이 상륙한 이후, 톱스타 출연료가 회당 수억 원을 상회하는 등 인건비를 포함한 제작비용 전반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여파다. 2022년 방영된 인기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편당 평균 제작비용이 22억 원에 달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에 콘진원은 민간 금융권과 협업해 자금수혈에 나서고 있다. 기술보증기금과 함께 콘텐츠 기업이 유통·배급사와 선판매 계약을 체결하면 이 콘텐츠를 담보로 대출을 지원하는 ‘문화산업완성보증’ 등 정부 재원을 활용하는 제도가 있지만, 정부 자금도 한계가 있는 만큼 금융권과 직접 투·융자 매칭에 나서는 것이다. 신용보증기금과 마련한 ‘콘텐츠 특화보증’이 대표적이다. 콘텐츠 기업이 기획·제작 단계에 따라 보증을 신청하고, 콘진원 가치평가센터가 잠재성 있다고 판단해 추천하면 신용보증기금이 보증서를 발급해 은행에서 원활한 대출이 가능하도록 하는 정책금융 상품이다.
콘텐츠 특화보증은 가치평가에 특화된 콘진원이 금융권과 시장의 가교역할을 할 수 있다는 구상에서 나온 사업이다. 금융권에선 그간 무형의 창의성이 원천자원인 콘텐츠 가치를 이해하기 어려워 자금을 빌려주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콘진원 관계자는 “콘텐츠 제작사를 신용도만으로 평가하면 가치가 전부 반영이 안 되고, 그렇다고 선뜻 보증을 서는 것도 리스크가 크다”면서 “콘진원의 콘텐츠 평가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콘텐츠 특화보증은 콘진원과 신용보증기금이 비출연추천업무협약을 통해 신용보증기금이 1000억원 규모 보증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IBK기업은행과 CJ ENM이 각각 10억 원, 50억 원을 특별출연해 보증규모를 키웠다. 콘진원에 따르면 현재 연간 100억 원 규모의 특화보증 상품을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콘진원은 지난 15일 신한은행이 10억 원을 특별출연하는 '문화콘텐츠기업 금융지원 활성화’ 업무협약을 맺는 등 앞으로도 특화보증 규모를 키운다는 계획이다. 콘진원 관계자는 “신한은행의 경우 콘텐츠보증 수수료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기존 특별출연과는 차이가 있다”면서도 “1300여 개 업체 조사를 통해 보증 수수료 지원이 필요하다는 업계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조현래 콘진원장은 “콘텐츠 시장은 아직 금융 접근성이 낮은 편”이라면서 “콘텐츠 우수성을 중심으로 평가하고 이를 금융기관에 추천해 투·융자를 끌어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유승목 기자
범죄도시 시리즈가 처음부터 승승장구했던 것은 아니다. 시리즈물로 거듭나는 데 가장 중요한 분수령이던 ‘범죄도시 2’는 제작 당시 개봉도 장담할 수 없었다. 코로나19로 해외 로케이션이 전면 취소됐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국내 촬영도 어려웠기 때문. 제작비만 치솟는 상황에서 영화 제작사는 정부의 정책금융 제도를 활용해 기사회생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이 영화 잠재성을 보고 투자를 추천하면서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자금을 수혈받아 개봉에 성공한 것이다.
‘범죄도시 2’가 겪은 제작 위기는 국내 영화·드라마 제작시장에선 남의 일이 아니다. K-콘텐츠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과 달리, 일선 현장은 만성적인 자금난에 시달린다. 넷플릭스 같은 해외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공룡들이 상륙한 이후, 톱스타 출연료가 회당 수억 원을 상회하는 등 인건비를 포함한 제작비용 전반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여파다. 2022년 방영된 인기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편당 평균 제작비용이 22억 원에 달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치솟는 제작비 부담 줄여라…금융권 다리 놓는 콘진원
콘텐츠산업 진흥을 총괄하는 콘진원이 지속가능한 K-콘텐츠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과제로 원활한 자금조달을 꼽는 이유다. 콘텐츠 제작사 대부분이 영세한 데다, 물적 담보가 부족해 금융권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불경기 여파로 영화 등 콘텐츠시장 전반이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선 양질의 아이템을 가지고 있어도 섣불리 제작에 나설 수 없는 형편이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에 따르면 국내 연간 편성 드라마는 2022년 141편에서 지난해 123편으로 줄었고, 올해는 100여 편 정도만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이에 콘진원은 민간 금융권과 협업해 자금수혈에 나서고 있다. 기술보증기금과 함께 콘텐츠 기업이 유통·배급사와 선판매 계약을 체결하면 이 콘텐츠를 담보로 대출을 지원하는 ‘문화산업완성보증’ 등 정부 재원을 활용하는 제도가 있지만, 정부 자금도 한계가 있는 만큼 금융권과 직접 투·융자 매칭에 나서는 것이다. 신용보증기금과 마련한 ‘콘텐츠 특화보증’이 대표적이다. 콘텐츠 기업이 기획·제작 단계에 따라 보증을 신청하고, 콘진원 가치평가센터가 잠재성 있다고 판단해 추천하면 신용보증기금이 보증서를 발급해 은행에서 원활한 대출이 가능하도록 하는 정책금융 상품이다.
콘텐츠 특화보증은 가치평가에 특화된 콘진원이 금융권과 시장의 가교역할을 할 수 있다는 구상에서 나온 사업이다. 금융권에선 그간 무형의 창의성이 원천자원인 콘텐츠 가치를 이해하기 어려워 자금을 빌려주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콘진원 관계자는 “콘텐츠 제작사를 신용도만으로 평가하면 가치가 전부 반영이 안 되고, 그렇다고 선뜻 보증을 서는 것도 리스크가 크다”면서 “콘진원의 콘텐츠 평가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콘텐츠 특화보증은 콘진원과 신용보증기금이 비출연추천업무협약을 통해 신용보증기금이 1000억원 규모 보증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IBK기업은행과 CJ ENM이 각각 10억 원, 50억 원을 특별출연해 보증규모를 키웠다. 콘진원에 따르면 현재 연간 100억 원 규모의 특화보증 상품을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콘진원은 지난 15일 신한은행이 10억 원을 특별출연하는 '문화콘텐츠기업 금융지원 활성화’ 업무협약을 맺는 등 앞으로도 특화보증 규모를 키운다는 계획이다. 콘진원 관계자는 “신한은행의 경우 콘텐츠보증 수수료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기존 특별출연과는 차이가 있다”면서도 “1300여 개 업체 조사를 통해 보증 수수료 지원이 필요하다는 업계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조현래 콘진원장은 “콘텐츠 시장은 아직 금융 접근성이 낮은 편”이라면서 “콘텐츠 우수성을 중심으로 평가하고 이를 금융기관에 추천해 투·융자를 끌어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유승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