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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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이른바 '성추문 입막음 의혹'에 대한 재판이 15일(현지시간) 시작됐다. 전직 대통령이 형사 재판에서 피고인 자격으로 법정에 서는 것은 미국 역사상 처음이다. 이번 재판은 미국 대선의 향방을 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며 재판 첫 날에는 배심원을 한 명도 선출하지 못했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예비 배심원 후보 중 절반 이상이 해당 사건을 공정하게 판단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배제됐다. 앞서 후안 머천 판사는 96명의 예비 배심원들에게 “정치적 성향”을 포함해 피고인이나 사건에 대한 편견이나 개인적인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중 약 60명은 공정한 판단이 어렵다는 이유로 자진 사퇴했고, 9명은 다른 이유로 배심원 자격을 포기했다. 배심원 후보는 약 30명 정도로 추려졌지만 최종적으로는 배심원을 구성하지 못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트럼프 측 법무팀과 맨해튼 지방검찰청은 배심원 12인과 예비 배심원 6명을 구성하기 위한 줄다리기에 나설 전망이다. 배심원 예비 후보들에게 뉴스 읽기 습관, 트럼프 집회 참석 여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지식 등과 관련한 42가지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답변을 토대로 선정하는 방식이다. 배심원 선정은 다음날 재개돼 며칠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네마 라흐마니 전직 연방검사는 "미국의 모든 사람은 전 대통령에 대한 의견을 가지고 있어 배심원 선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신들은 재판이 열리는 뉴욕 맨해튼은 민주당 성향이 짙은 지역인만큼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배심원단을 선정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맨해튼 지방 검찰청은 트럼프 측이 성인영화 배우 스토미 다니엘스와의 성추문 사건을 덮기 위해 다니엘스에게 13만달러(약 1억7500만원)를 건넸다고 주장하며 트럼프를 기소했다.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전직 변호사인 마이클 코헨이 돈을 지불하도록 지시하고 회사 기록을 조작해 비용을 처리했다는 혐의다. 트럼프는 성추문 사건 및 허위 장부 기재를 비롯한 34개 혐의를 받고 있으며 그 외에도 형사 재판 3건이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대선 이전에 진행되는 재판은 해당 사건이 유일하다.

이날 재판에 출석한 트럼프는 “이번 사건은 우리나라(미국)에 대한 공격이자 전례없는 정치적 박해”라고 말했다. 재판 시작 전부터 미국 뉴욕 법원 바깥에는 트럼프 반대자들이 시위를 벌였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오는 11월 대선에 공화당 후보로 출마한 트럼프에게 이번 재판은 직접적인 '사법 리스크'로 여겨진다. 재판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피고인인 트럼프는 최소 6주 간 진행되는 재판 일정 내내 법정에 출석하며 선거 운동 시간을 뺏기는데다 유죄 판결 시 지지율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