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상습 투약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4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스1
마약 상습 투약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4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스1
헤어 유튜버 A씨가 배우 유아인에게 대마 흡연을 권유받았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박정길 박정제 지귀연 부장판사)는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대마 흡연 및 교사, 증거인멸 교사, 의료법 위반, 사기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유아인에 대한 4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는 유아인의 대마 흡연 교사 등 혐의와 관련된 지인이자 유튜버 A씨에 대한 증인 신문이 이뤄졌다. A씨는 지난해 1월 유아인을 비롯한 지인들과 떠난 미국 여행에서 대마를 흡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유아인이 A씨에게 대마 흡연을 강요하고, 이후 문자 메시지로 협박하며 증거 인멸을 교사했다고 보고 있다. 난해 11월 검찰이 국회에 제출한 유아인의 대마 흡연 교사 혐의 공소장에는 유아인이 같은 해 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숙소에 있는 야외 수영장에서 대마를 흡연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재판에 참석한 A씨는 피고 유아인, 공범으로 기소된 최모 씨와 분리된 상황에서 증인 신문을 받고 싶다고 밝혔다. 검찰은 "그들의 관계 속 사회적 지위를 지켜봤을 때 A씨는 사회적 위력을 느꼈고, 압박으로 느꼈다고 진술했다"며 "피고인이 있는 상태에서 증인 신문을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겠냐"고 분리 신문을 요청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분리는 바람직하다고 보지 않아서, 차폐시설을 설치하고 증인 신문을 하는 것으로 하자"고 제안했고, 이후 가림막을 치고 증인 신문이 진행됐다.

A씨는 유아인과 10년 전 헤어 어시스턴트로 일하며 처음 인연을 맺었고, 2년 전부터 최씨를 통해 가까워졌다고 관계를 소개했다. 대마 흡연이 있었던 미국 여행에 대해서는 "유아인, 최씨와 함께 국내 여행은 많이 다녔는데, 해외는 항상 제가 배제돼서 서운했다"며 "처음으로 최씨가 'LA에 오래 있을 예정이라 시간 될 때 가라'고 말해줬고, 유튜브와 헤어스타일리스트로 일하느라 시간이 없었지만, 제안이 고마워 일정을 빼 처음으로 다 같이 해외로 여행을 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여행을 갈 때까지만 하더라도 대마 흡연 및 마약류 취급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며 "최씨가 여행을 가기 전 '주변에서 권유해도 응하면 안 된다'고 말한 적은 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LA에 도착한 후 "저는 (유튜브를 위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모든 일상을 촬영하는데, 미국에 도착해 잠깐 자고 일어나야지 하고 눈을 떠 보니 이미 어두웠고, 친구들을 찾아 나서는 콘텐츠로 셀카모드 촬영을 하며 수영장에 갔는데, 카메라를 본 친구들의 분위기가 싸해졌다"며 "그 모습을 본 유아인 형이 '왜 내가 너네 같은 유튜버들 때문에 자유시간을 방해받아야 하냐'는 식으로 장난 반, 진심 반으로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여기까지만 찍을게'라고 하고 자리에 앉았는데, (친구들이) 담배꽁초 하나를 갖고 빙글빙글 돌리고 있었다"며 "저는 한 번도 대마를 본 적이 없었는데, 제 옆자리까지 왔을 때 유아인 형이 '너도 이거 한번 해볼 때 되지 않았냐. A도 한번 줘'라고 했고, 저는 뭔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대마라고 눈치를 챘다"고 덧붙였다.

A씨는 주변 친구들이 고개만 숙이며 유아인을 말리지 않았고, 결국 유아인의 강요에 '겉담배'를 피듯 대마를 흡연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내가 카메라로 (대마 흡연 현장) 영상을 찍은 게 문제구나 싶었다"며 "이건 내가 이 상황을 빠져나갈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다만 유아인은 이날 재판에 앞서 마주한 취재진에게 해당 혐의에 대해 부인한다고 밝혔다. A씨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진 장문의 문자에 대해서도 "보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유아인은 검찰 조사에서 "A는 자기주도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내가 말한다고 억지로 흡연할 사람이 아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유아인은 2020년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14개 의원에서 181회에 걸쳐 프로포폴 9635.7mL, 미다졸람 567mg, 케타민 11.5mL, 레미마졸람 200mg 등을 투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2021년 5월부터 2022년 8월까지 타인 명의로 수면제 1100여 정을 불법으로 처방받아 사들인 혐의도 있다. 앞선 공판에서 유아인은 대마, 프로포폴 투약 혐의를 일부 인정했으나 대마 흡연 교사, 증거 인멸 교사 등의 혐의는 부인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