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를 짓누르는 고환율·고유가·고금리의 ‘삼중고’가 장기화함에 따라 수익률을 방어할 투자 피난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신규 수주가 늘고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은 조선과 해운·방산주를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원가 부담이 커지고 이자 비용이 증가하는 철강·신재생에너지 관련주는 당분간 주가 흐름이 좋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3중고 장기화…조선·해운 뜨고 철강·신재생株 진다

강달러에 조선·해운…방산도 ‘미소’

16일 국내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 주가는 2.19~5.42% 떨어졌다. 이날 아시아증시 전반의 하락세를 조선주도 피하지 못한 모습이다. 하지만 최근 3개월간 3사 주가는 평균 18.65% 오르는 등 기대가 여전하다는 평가다. 조선업은 고유가와 고환율 국면에서 수혜를 누리는 대표 업종이다. 유가 상승에 따라 유조선과 해양 플랜트 발주가 늘어날 수 있어서다. 대금을 달러로 받는 점도 호재다. 3사의 1분기 합산 영업이익 추정치는 24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할 전망이다.

연초 운임 하락으로 주가가 내려간 해운사도 저점 매수 기회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중동 역내 컨테이너 운임이 한 달 사이 45% 급등하며 선사들이 혜택을 얻고 있다”며 “그동안 소외된 HMM, 팬오션 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중동 확전으로 호르무즈해협이 막힐 경우 운임은 더 뛸 수 있다. 해운사는 대금을 달러로 받기에 고환율 수혜주로도 꼽힌다.

수출주 중에선 방산주도 관심 대상이다. 산유국의 구매 수요가 커질 수 있어서다. 중동 수출에 강점을 지닌 LIG넥스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은 이미 최근 3개월간 31.67%, 52.13% 오르는 등 상승세를 탔다. 은행주도 고금리 수혜주로 거론된다. 다만 달러 강세로 조달 비용이 올라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달러파킹형 ETF도 유망

삼중고 국면에선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할 업종이 더 다양하다. 먼저 유가가 운임 상승을 부르면, 철광석 구매비용이 늘어나는 철강사의 부담이 가중된다. 이달 초 간신히 t당 100달러 이하로 내렸던 철광석 선물 가격은 다시 106달러까지 상승한 상태다. 업종 대표주인 POSCO홀딩스 주가는 최근 3개월간 13.03% 떨어졌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항공주 전망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유가 상승에 따라 연료비가 증가하고, 항공기 리스비 등을 달러로 결제하기에 불리하다. 금리 인하만 바라보고 있던 한화솔루션(-35.1%) 씨에스윈드(-20.09%)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주도 프로젝트 수요가 줄고 이자율 상승 부담이 커졌다.

개별 종목들의 변동성이 커진 만큼 달러파킹형·저변동성 상장지수펀드(ETF) 등은 눈여겨볼 만하다는 분석이다. 미국 단기금리에 투자하는 달러파킹형 ETF인 ‘KODEX미국달러SOFR금리액티브(합성)’는 달러 가치 폭등으로 최근 3개월 동안 6.26%의 수익률을 올렸다. 지표금리인 SOFR 금리는 최근 연 5.31% 수준으로 올라서면서 고금리·고환율 수혜를 누리고 있다. 불확실성이 높은 국면에서 주가 변동성이 낮고 안정적인 고배당주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로볼(저변동성) ETF도 유망하다는 평가다. 최근 3개월간 ‘TIGER 로우볼’(9.15%), ‘ARIRANG 고배당저변동50’(7.8%) 등 로볼 ETF는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냈다.

채권 가격이 변하더라도 만기까지 보유하면 원금이 보장되는 만기매칭형 ETF도 유망 투자 대피처다. ‘ACE 24-12 회사채(AA-이상)액티브’의 경우 만기수익률이 3.83%에 이른다. 한 자산운용사 ETF운용본부장은 “투자 기간만큼 채권 이자수익을 누릴 수 있고 향후 금리 하락 시에는 자본차익도 거둘 수 있다”고 했다.

이시은/맹진규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