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긴장은 불안한 평온”…4월 상승분 거의 되돌려 [오늘의 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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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거래일째 하락…브렌트유 90달러대 횡보
상승 VS 하락 전망 ‘팽팽’…IMF는 경계감
중동 긴장으로 촉발된 국제유가 급등세가 잠잠해진 모양새다.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보복 공격이 ‘예고했던 대로’ 현실화하자 당장의 지정학 리스크는 걷혔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국제통화기금(IMF) 등에선 유가의 추가 상승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냈다. 이로써 주요국 금리 인하는 한 발 더 멀어지게 됐다.
1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물은 전일보다 0.06%(0.05달러) 내린 배럴당 85.36달러에 장을 닫았다. 전날(-0.3%)보다 낙폭은 축소됐지만, 배럴당 85달러대에서 횡보하며 이달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6월물은 전일보다 0.1%(0.08달러) 내린 배럴당 90.02달러에 장을 닫았다. 3거래일 연속 배럴당 90달러를 넘겼지만, 꾸준한 하락세를 나타냈다. 시장은 미국의 이스라엘 관리 능력에 신뢰를 보내고 있다. 이르면 15일 이스라엘이 맞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이스라엘의 행동 지침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한 당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에서 “어떠한 반격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서비스업체 이베리의 매튜 라이언 시장 전략 책임자는 로이터통신에 “현재까지로 보면 시장은 중동 긴장 고조에 낙관적인 모습”이라며 “이스라엘이 전면전은 피할 거란 시나리오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필 플린 프라이스퓨처스그룹 수석 애널리스트도 “원유 시장 거래자들은 이스라엘을 자제시키기 위한 (국제사회의) 외교적 압박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시하고 있다”며 “유가는 그다음 뉴스가 전해지는 순간에 튀어 오를지, 그간의 상승 흐름이 깨질지 기로에 서 있으며, 결론이 나기 전까지는 불안한 정적이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가 하락에 과감히 베팅하는 사례도 나왔다. 미국 다우존스 계열사 OPIS의 톰 클로자 에너지 분석 책임자는 “월가의 거의 모든 투자은행(IB)이 유가에 이미 배럴당 4~6달러의 지정학 프리미엄이 매겨져 있다는 ‘온건한’ 분석을 내놨다”며 “중동 불안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와 신흥 경제국, 미국 간 ‘3자 서커스’를 위한 사이드쇼(소규모 공연)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클로자 애널리스트는 “역사적으로 4월~5월 초에 유가가 정점을 찍는, 매우 강력한 전통이 있다”며 “조만간 원유 시장엔 휴식기가 올 것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원자재 펀드와 금융업자, 투기꾼들에게 원유 매수 옵션은 위험해질 거란 의미”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이상, 혹은 15% 떨어지고 휘발유 선물 가격이 갤런당 30~50센트 하락할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놨다.
올해 1분기 중국 경제가 5.3% 성장하는 등 세계 경제가 회복세가 감지됐지만, 원유 시장에선 무시되다시피 했다.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이 “인플레이션이 (Fed 목표치인) 2%로 향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기 위해선 예상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발언을 하면서 원유 수요는 되려 쪼그라드는 모습이었다.
마타도르이코노믹스의 팀 스나이더 이코노미스트는 “경제는 팽창하고 있지만, Fed는 진흙탕 속에 갇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고금리가 시장을 죽이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 긴장에 대한 경계감도 여전하다. 이날 세계경제전망(WEO) 업데이트를 발표한 IMF는 “중동 분쟁이 격화하면 유가가 오르면서 주요국 물가 하락세가 반전되고, 글로벌 금융시장이 경색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피에르-올리비에르 고린차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중동 전쟁들은 예외 없이 유가 급등세로 이어졌으며, 중동에서 원유를 제외한 또 다른 ‘원자재 쇼크’가 발생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비아스 아드리안 통화시장부문 책임자도 “중동 상황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유가는 당장 안정세더라도 언제든 상승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산 원유 가격이 6월까지 배럴당 250달러까지 상승하는 시나리오에 베팅하는 콜옵션 거래량이 이날 하루에만 3000건으로 집계됐다. 시티인덱스의 피오나 신코타 선임 애널리스트는 “이란이 OPEC에서 세 번째로 큰 산유국임을 고려할 때 이스라엘의 맞대응 여부는 원유에 대한 위험 프리미엄을 높인다”고 말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상승 VS 하락 전망 ‘팽팽’…IMF는 경계감
중동 긴장으로 촉발된 국제유가 급등세가 잠잠해진 모양새다.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보복 공격이 ‘예고했던 대로’ 현실화하자 당장의 지정학 리스크는 걷혔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국제통화기금(IMF) 등에선 유가의 추가 상승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냈다. 이로써 주요국 금리 인하는 한 발 더 멀어지게 됐다.
1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물은 전일보다 0.06%(0.05달러) 내린 배럴당 85.36달러에 장을 닫았다. 전날(-0.3%)보다 낙폭은 축소됐지만, 배럴당 85달러대에서 횡보하며 이달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6월물은 전일보다 0.1%(0.08달러) 내린 배럴당 90.02달러에 장을 닫았다. 3거래일 연속 배럴당 90달러를 넘겼지만, 꾸준한 하락세를 나타냈다. 시장은 미국의 이스라엘 관리 능력에 신뢰를 보내고 있다. 이르면 15일 이스라엘이 맞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이스라엘의 행동 지침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한 당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에서 “어떠한 반격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서비스업체 이베리의 매튜 라이언 시장 전략 책임자는 로이터통신에 “현재까지로 보면 시장은 중동 긴장 고조에 낙관적인 모습”이라며 “이스라엘이 전면전은 피할 거란 시나리오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필 플린 프라이스퓨처스그룹 수석 애널리스트도 “원유 시장 거래자들은 이스라엘을 자제시키기 위한 (국제사회의) 외교적 압박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시하고 있다”며 “유가는 그다음 뉴스가 전해지는 순간에 튀어 오를지, 그간의 상승 흐름이 깨질지 기로에 서 있으며, 결론이 나기 전까지는 불안한 정적이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가 하락에 과감히 베팅하는 사례도 나왔다. 미국 다우존스 계열사 OPIS의 톰 클로자 에너지 분석 책임자는 “월가의 거의 모든 투자은행(IB)이 유가에 이미 배럴당 4~6달러의 지정학 프리미엄이 매겨져 있다는 ‘온건한’ 분석을 내놨다”며 “중동 불안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와 신흥 경제국, 미국 간 ‘3자 서커스’를 위한 사이드쇼(소규모 공연)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클로자 애널리스트는 “역사적으로 4월~5월 초에 유가가 정점을 찍는, 매우 강력한 전통이 있다”며 “조만간 원유 시장엔 휴식기가 올 것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원자재 펀드와 금융업자, 투기꾼들에게 원유 매수 옵션은 위험해질 거란 의미”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이상, 혹은 15% 떨어지고 휘발유 선물 가격이 갤런당 30~50센트 하락할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놨다.
올해 1분기 중국 경제가 5.3% 성장하는 등 세계 경제가 회복세가 감지됐지만, 원유 시장에선 무시되다시피 했다.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이 “인플레이션이 (Fed 목표치인) 2%로 향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기 위해선 예상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발언을 하면서 원유 수요는 되려 쪼그라드는 모습이었다.
마타도르이코노믹스의 팀 스나이더 이코노미스트는 “경제는 팽창하고 있지만, Fed는 진흙탕 속에 갇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고금리가 시장을 죽이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 긴장에 대한 경계감도 여전하다. 이날 세계경제전망(WEO) 업데이트를 발표한 IMF는 “중동 분쟁이 격화하면 유가가 오르면서 주요국 물가 하락세가 반전되고, 글로벌 금융시장이 경색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피에르-올리비에르 고린차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중동 전쟁들은 예외 없이 유가 급등세로 이어졌으며, 중동에서 원유를 제외한 또 다른 ‘원자재 쇼크’가 발생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비아스 아드리안 통화시장부문 책임자도 “중동 상황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유가는 당장 안정세더라도 언제든 상승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산 원유 가격이 6월까지 배럴당 250달러까지 상승하는 시나리오에 베팅하는 콜옵션 거래량이 이날 하루에만 3000건으로 집계됐다. 시티인덱스의 피오나 신코타 선임 애널리스트는 “이란이 OPEC에서 세 번째로 큰 산유국임을 고려할 때 이스라엘의 맞대응 여부는 원유에 대한 위험 프리미엄을 높인다”고 말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