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강렬하고 스펙터클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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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황지원의 오페라 순례
주세페 베르디 <아이다>와 ‘개선 행진곡’
오페라 역사상 가장 찬란한 스펙터클
주세페 베르디 <아이다>와 ‘개선 행진곡’
오페라 역사상 가장 찬란한 스펙터클

작품은 고대 이집트와 에티오피아 왕국 간의 처절한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집트의 젊은 장군 라다메스(테너)는 에티오피아 군대의 침공에 맞서 조국을 지키기 위한 대장군으로 임명된다. 그러나 그가 남몰래 사랑을 키워가던 이는 공교롭게도 에티오피아 출신. 그것도 지금은 이집트 공주 암네리스(메조 소프라노)를 모시는 시녀 아이다(소프라노)이다.

여기서부터 2막 피날레까지 계속해서 이어지는 대규모 군중 장면과 드라마틱한 음악들은 베르디가 창조해 낸 가장 위대하고 강렬한 스펙터클로 손꼽힌다. 트럼펫을 앞세운 승전 군인들의 화려한 개선 장면에 이어 축전 발레가 등장한다. 그런데 잡혀 온 포로들 중에는 아이다의 아버지이자 에티오피아의 왕인 아모나스로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는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는 이집트 왕 앞에서 사로잡힌 전쟁포로들을 살려달라고 웅변한다.

결국 <아이다>는 라다메스와 아이다의 비극적인 죽음으로 막을 내린다. 오페라 속의 이 젊은 연인들은 군대와 전쟁, 정복과 파괴라는 전체주의적 광기 속에 희생되어 숨을 거두고 만다. 환갑을 눈앞에 둔 베르디는 순수한 젊은이들의 희생을 통해 한 세대 후 이탈리아반도에 대두될 파시즘의 어두운 그림자를 경고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황지원 오페라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