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진단이 유럽·남미 명문 축구구단 휩쓴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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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만성질환 POCT 선두 '타스컴', 세계 유일 근육 부상 방지용 공급
바이에른 뮌헨, PSV 아인트호벤, 세비야FC 등 이어 국제기구 납품도
세계에서 가장 편리하게 17가지 만성질환 진단…코넥스 이전상장 추진
바이에른 뮌헨, PSV 아인트호벤, 세비야FC 등 이어 국제기구 납품도
세계에서 가장 편리하게 17가지 만성질환 진단…코넥스 이전상장 추진
바이에른 뮌헨(독일), PSV 아인트호벤(네덜란드), 세비야FC(스페인)…
유럽 뿐만 아니라 브라질 명문 프로축구 구단에선 최근 한국의 한 현장진단검사기(POCT)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축구 강국에선 경기 전 선수의 심각한 햄스트링(허벅지 뒤)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근육에 무리를 가하면 나오는 혈액 속 크레아틴키나아제를 반드시 측정한다. 크레아틴키나아제가 기준치를 웃돌면 부상 가능성이 높아 출전·훈련이 금지된다. 보통 임상 전문가가 선수 채혈 작업을 거쳐 별도의 진단 장비로 혈액을 이송한 뒤 진단 후 결과를 통보하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다. 하지만 국내 기업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를 측정할 수 있는 휴대용 POCT를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풍경이 바뀌고 있다. 전문가의 도움 없이도 선수 누구나 경기장 안팎 어디서든 손쉽게 POCT를 들고 다니며 13분 만에 진단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국내 만성질환 POCT 선두 업체인 타스컴이 전 세계 스포츠 의료 현장을 바꿔놓은 것이다.
이인근 타스컴 대표는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국내와 유럽 인증을 받아 전 세계 20개국에 만성질환 POCT '심플렉스타스'를 수출 중"이라며 "처음엔 병원·약국 시장을 겨냥했지만 예상 밖으로 유럽 프로축구 구단과 농구팀, 하키팀 등 스포츠 의료분야에서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4년 설립된 타스컴은 연 매출이 100억원 규모로 의료기기도매와 POCT개발·판매가 주요 사업이다. POCT 판매의 75%는 유럽, 남미 등 수출물량이다.
2020년 출시된 심플렉스타스는 이 회사를 세상에 널리 알린 '킬러 제품'이다. 세계에서 가장 편리하게 당뇨, 콜레스테롤, 심장질환, 신장질환, 각종 염증, 근육파열 등 17가지 만성질환을 진단하는 POCT이기도 하다. 보통 혈액 POCT는 별도의 원심분리기를 통해 혈액 내 혈구(불순물)를 혈장으로부터 분리해낸 뒤 진단이 가능하다. 하지만 심플렉스타스는 원심분리기가 내재돼 있어 이런 부가기기(원심분리기)가 필요 없다. 심플렉스타스는 세계 최초 혈구 방해 작용을 제거한 POCT이다. 혈액 단 한 방울이면 혈장 분리, 효소 반응, 진단 등이 한 번에 이뤄진다. 이 대표는 "마치 1차, 2차 침전지, 여과 시설 등 하수처리 시스템을 통해 물이 정화되듯, 혈액 속 불순물을 순차적으로 제거해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게 한 것이 핵심 기술"이라고 말했다. 관련해 미국, 유럽, 중국, 국내 등에서 특허도 갖고 있다. 이 제품의 강점은 휴대가 용이하면서도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선진국 만성질환 POCT 시장은 일본 후지필름의 후지드라이캠 제품이 석권하고 있고 미국 에보트, 스위스 로슈, 독일 지멘스 등도 나머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휴대가 가능한 제품은 현재 타스컴이 세계에서 유일하기 때문에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타스컴 제품은 축구공 크기에 3㎏ 무게로 작고 가벼워, 어디로든 이동이 가능하고 기내 반입도 가능하다. 하지만 경쟁사인 일본 후지필름의 제품(후지드라이캠)은 공중전화기 정도 크기에 10배 정도 무거운 33㎏ 무게라 휴대가 거의 불가능하다. 기존 제품은 혈액 이송 거리를 감안할 때, 검사에 최소 1~2시간이 소요됐지만, 이 제품은 휴대가 가능하기 때문에 13분이면 결과가 나온다. 이 대표는 "정확도 역시 95% 이상으로 유럽 가이드라인을 충족해 높은 수준"이라며 "유럽 한 축구팀 구단주는 원정경기 때마다 너무 편리하다며 벌써 6대를 구입했다"고 말했다.
전 세계 정부 입찰 시장에서도 상당한 일감을 확보할 전망이다. 현재 세계보건기구(WHO) 관계기관인 혁신적진단기기재단(FIND)이 타스컴 제품 단독으로 임상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FIND는 의료기기가 부족한 전 세계 국가에 적합한 의료기기 도입을 추천·지원하는 역할을 한다"며 "지난해 아시아(네팔) 임상은 통과했고 현재 남미(페루) 임상이 진행 중으로 연내 임상이 통과돼 FIND의 추천 기기로 등재되면 수백억 원의 매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이 제품은 '국경없는의사회'에도 단독 공급되고 있다.
한의원과 일반 의원의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벌써 국내 200여곳에 공급하고 있다. 그는 "정맥 혈액검사는 불편하기 때문에 간단한 손끝 채혈로 건강을 진단하는 심플렉스타스를 활용하려는 수요가 높다"며 "한의원에서 환자 맞춤형 한약을 지을 때 많이 활용된다"고 말했다.
회사 전망이 밝아 투자유치도 속속 이뤄지고 있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SV인베스트먼트, 코리아에셋투자증권, KDB인베스트먼트, GMB인베스트먼트 등이 잇따라 투자를 단행했다. 고령화로 인한 만성질환 확대로 관련 시장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체외진단기기 시장은 2023년 823억달러(약 114조원)에서 2030년 1138억 달러(약 157조원)로 7년 만에 38% 증가할 전망이다.
타스컴은 이인근 대표와 아내인 송민선 부사장의 부부 창업회사로도 유명하다. 둘 다 서울대 미생물학과 출신으로 결혼 후 미국 퍼듀대에서 생화학·생물리학 박사를 함께 취득했고 호주 시드니대에서 국제변호사 자격증도 나란히 따낸 이색 경력 소유자다. 이 대표와 송 부사장은 아이센스에서 각각 법률고문, 미국지사장도 역임했다.
그는 심플렉스타스의 기존 17가지 진단항목을 40가지로 확대하고 매출 역시 3년 내 두 배(200억원대)로 키우겠다는 목표다. 현재 코넥스에 상장됐는데, 코스닥 이전상장도 2년 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수입산이 지배하고 있는 국내 혈액 검시장에서 국산 제품으로 대체가 이뤄지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유럽 뿐만 아니라 브라질 명문 프로축구 구단에선 최근 한국의 한 현장진단검사기(POCT)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축구 강국에선 경기 전 선수의 심각한 햄스트링(허벅지 뒤)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근육에 무리를 가하면 나오는 혈액 속 크레아틴키나아제를 반드시 측정한다. 크레아틴키나아제가 기준치를 웃돌면 부상 가능성이 높아 출전·훈련이 금지된다. 보통 임상 전문가가 선수 채혈 작업을 거쳐 별도의 진단 장비로 혈액을 이송한 뒤 진단 후 결과를 통보하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다. 하지만 국내 기업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를 측정할 수 있는 휴대용 POCT를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풍경이 바뀌고 있다. 전문가의 도움 없이도 선수 누구나 경기장 안팎 어디서든 손쉽게 POCT를 들고 다니며 13분 만에 진단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국내 만성질환 POCT 선두 업체인 타스컴이 전 세계 스포츠 의료 현장을 바꿔놓은 것이다.
이인근 타스컴 대표는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국내와 유럽 인증을 받아 전 세계 20개국에 만성질환 POCT '심플렉스타스'를 수출 중"이라며 "처음엔 병원·약국 시장을 겨냥했지만 예상 밖으로 유럽 프로축구 구단과 농구팀, 하키팀 등 스포츠 의료분야에서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4년 설립된 타스컴은 연 매출이 100억원 규모로 의료기기도매와 POCT개발·판매가 주요 사업이다. POCT 판매의 75%는 유럽, 남미 등 수출물량이다.
2020년 출시된 심플렉스타스는 이 회사를 세상에 널리 알린 '킬러 제품'이다. 세계에서 가장 편리하게 당뇨, 콜레스테롤, 심장질환, 신장질환, 각종 염증, 근육파열 등 17가지 만성질환을 진단하는 POCT이기도 하다. 보통 혈액 POCT는 별도의 원심분리기를 통해 혈액 내 혈구(불순물)를 혈장으로부터 분리해낸 뒤 진단이 가능하다. 하지만 심플렉스타스는 원심분리기가 내재돼 있어 이런 부가기기(원심분리기)가 필요 없다. 심플렉스타스는 세계 최초 혈구 방해 작용을 제거한 POCT이다. 혈액 단 한 방울이면 혈장 분리, 효소 반응, 진단 등이 한 번에 이뤄진다. 이 대표는 "마치 1차, 2차 침전지, 여과 시설 등 하수처리 시스템을 통해 물이 정화되듯, 혈액 속 불순물을 순차적으로 제거해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게 한 것이 핵심 기술"이라고 말했다. 관련해 미국, 유럽, 중국, 국내 등에서 특허도 갖고 있다. 이 제품의 강점은 휴대가 용이하면서도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선진국 만성질환 POCT 시장은 일본 후지필름의 후지드라이캠 제품이 석권하고 있고 미국 에보트, 스위스 로슈, 독일 지멘스 등도 나머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휴대가 가능한 제품은 현재 타스컴이 세계에서 유일하기 때문에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타스컴 제품은 축구공 크기에 3㎏ 무게로 작고 가벼워, 어디로든 이동이 가능하고 기내 반입도 가능하다. 하지만 경쟁사인 일본 후지필름의 제품(후지드라이캠)은 공중전화기 정도 크기에 10배 정도 무거운 33㎏ 무게라 휴대가 거의 불가능하다. 기존 제품은 혈액 이송 거리를 감안할 때, 검사에 최소 1~2시간이 소요됐지만, 이 제품은 휴대가 가능하기 때문에 13분이면 결과가 나온다. 이 대표는 "정확도 역시 95% 이상으로 유럽 가이드라인을 충족해 높은 수준"이라며 "유럽 한 축구팀 구단주는 원정경기 때마다 너무 편리하다며 벌써 6대를 구입했다"고 말했다.
전 세계 정부 입찰 시장에서도 상당한 일감을 확보할 전망이다. 현재 세계보건기구(WHO) 관계기관인 혁신적진단기기재단(FIND)이 타스컴 제품 단독으로 임상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FIND는 의료기기가 부족한 전 세계 국가에 적합한 의료기기 도입을 추천·지원하는 역할을 한다"며 "지난해 아시아(네팔) 임상은 통과했고 현재 남미(페루) 임상이 진행 중으로 연내 임상이 통과돼 FIND의 추천 기기로 등재되면 수백억 원의 매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이 제품은 '국경없는의사회'에도 단독 공급되고 있다.
한의원과 일반 의원의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벌써 국내 200여곳에 공급하고 있다. 그는 "정맥 혈액검사는 불편하기 때문에 간단한 손끝 채혈로 건강을 진단하는 심플렉스타스를 활용하려는 수요가 높다"며 "한의원에서 환자 맞춤형 한약을 지을 때 많이 활용된다"고 말했다.
회사 전망이 밝아 투자유치도 속속 이뤄지고 있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SV인베스트먼트, 코리아에셋투자증권, KDB인베스트먼트, GMB인베스트먼트 등이 잇따라 투자를 단행했다. 고령화로 인한 만성질환 확대로 관련 시장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체외진단기기 시장은 2023년 823억달러(약 114조원)에서 2030년 1138억 달러(약 157조원)로 7년 만에 38% 증가할 전망이다.
타스컴은 이인근 대표와 아내인 송민선 부사장의 부부 창업회사로도 유명하다. 둘 다 서울대 미생물학과 출신으로 결혼 후 미국 퍼듀대에서 생화학·생물리학 박사를 함께 취득했고 호주 시드니대에서 국제변호사 자격증도 나란히 따낸 이색 경력 소유자다. 이 대표와 송 부사장은 아이센스에서 각각 법률고문, 미국지사장도 역임했다.
그는 심플렉스타스의 기존 17가지 진단항목을 40가지로 확대하고 매출 역시 3년 내 두 배(200억원대)로 키우겠다는 목표다. 현재 코넥스에 상장됐는데, 코스닥 이전상장도 2년 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수입산이 지배하고 있는 국내 혈액 검시장에서 국산 제품으로 대체가 이뤄지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