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민 칼럼] 韓 대파로 싸운 날, 美·日은 의형제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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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총리 방미 전후
미일관계 역사적 업그레이드
서로 그림자 같은 '동맹투영' 시대
대만 놓고 미중 충돌시 선택지
(1) 미중 사이 중립 가능한가
(2) 중립시 국가 명운은
국민 공감대 필요한 생존 문제
윤성민 논설위원
미일관계 역사적 업그레이드
서로 그림자 같은 '동맹투영' 시대
대만 놓고 미중 충돌시 선택지
(1) 미중 사이 중립 가능한가
(2) 중립시 국가 명운은
국민 공감대 필요한 생존 문제
윤성민 논설위원
“오늘의 우크라이나는 내일의 동아시아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국제 정세 메시지 중 하나라고 한다. 우크라이나 지원의 필요성과 중국발(發) 동아시아 위기에 대한 경고를 모두 담고 있는, 그의 외교 철학과 딱 맞는 표현이다. 누구 얘기인가. 저작권자는 잘 아는 대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3개월 뒤인 2022년 5월 영국 방문 당시 발언한 이후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말이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주 미국 방문 때도 이 말을 수차례 되풀이했다. 백악관 회담 때도, 미 의회 연설 때도 빠지지 않았다. 그는 더 나아가 미국 정치인들이 가장 듣고 싶은 말을 꼭 집어 했다. “국제 질서를 혼자서 지탱해 온 미국의 외로움과 피로, 무거운 부담이 있다. 미국은 혼자가 아니다. 우리가 함께한다.”
기시다 총리의 방미를 계기로 미·일 동맹의 역사적 업그레이드가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의 ‘동맹 보호(protection)’를 넘어 ‘동맹 투영(projection)’ 시대를 열었다는 것이다. 표현 방식은 영어 알파벳 ‘t’ 하나를 ‘j’로 바꾸는 언어유희이지만, 두 단어 사이의 의미 차이는 심대하다. 동맹 보호가 미국이 일본을 지켜주는 상하 개념이었다면, 동맹 투영은 대등한 입장에서 같은 전략적 목표를 지향하는 것이다. 프로젝션(projection)은 수학적 의미로 그림자를 뜻한다. 빛이라는 외부 자극에 피사체와 그림자는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같은 폭으로 움직인다.
향후 인도·태평양 지역은 미·일 중심의 ‘소(小)다자(多者)’형 군사 기구를 중심으로 지역 안보 협력 구조가 형성될 전망이다. 미·일·호주 3국이 처음으로 미사일 방어체계를 구축한다. 내년부터 미·일·영국 3국의 정례 군사 훈련이 가동된다. 일본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앵글로색슨 동맹인 오커스(AUKUS: 호주·영국·미국 안보 협의체)에도 참여해 첨단 무기를 공동 개발·생산한다. 이 모든 군사 협의체에 빠짐없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일본은 아시아 자유 진영에서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위상을 보유하게 된 것이다.
기시다 총리 방미 즈음 국내에서도 큰 이벤트가 있었다. 4·10 총선이다. 해외 언론도 다 지목하듯 이번 총선의 최대 화두 중 하나는 ‘대파’였다. 대통령실의 소통 부족 문제도 있지만, 악마의 편집으로 거두절미된 ‘대파값 875원’이 선거판을 내내 흔들었다. 미·일 관계가 또 한번 역사적 변곡점을 맞고 있을 때 우리는 대파값을 놓고 싸우고 있었다.
이쯤 되면 누구에게나 비슷한 역사의 데자뷔가 일어난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청일전쟁, 일제강점까지 늘 같은 패턴이었다. 외부 시각에서는 너무나 뚜렷한 전쟁의 징후 앞에서 우리는 늘 ‘좁쌀’만 한 시빗거리로 극단의 분열을 보이며 무방비로 당했다. 우리가 세상의 중심이라는 방구석 여포식의 사고로 불편한 진실을 회피하다가 궤멸적 국력 손실에 이어 결국 나라까지 내줬다.
세계가 한국을 가운데 두고 돈다는 소아적 ‘한국 천동설’은 이번 총선 기간에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셰셰’ 표현의 경박함은 접어놓더라도, 대만해협 관련 대목은 그의 위험천만한 외교안보관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대만해협이 어떻게 되든, 중국과 대만 내 문제가 어떻게 되든 우리가 뭔 상관이냐. 우리만 잘 살면 되는 거지.” 이 말을 듣고 가장 좋아할 쪽은 중국이다. 미·중 패권전쟁과 관련해 중국이 한국에 늘 요구하는 것은 중립이다. 이 대표의 말은 중국이 그토록 원하는 중립을 지키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다. 반대로 혈맹 미국에는 동맹의 의무를 팽개치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상 동맹의 포괄적 범위는 한반도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태평양’을 아우르는 것으로 명시돼 있다.
중국의 대만 침공은 한국의 생존과 운명을 가를 일이 될 것이다. 지정학적 여건상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전쟁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우리는 몇 가지 질문에 확고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미·중 전쟁에 중립이 가능한가. 중립을 지킨다면 주한미군 철수, 한·미 동맹 폐기, 미·일 동맹과의 대치 우려는 없는가. 중국 세력권의 편입 시 남북 관계를 포함해 우리의 국가 체제는 유지될 수 있는 것인가. 시장통에서 개그맨의 언어로 툭 던질 얘기들이 아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주 미국 방문 때도 이 말을 수차례 되풀이했다. 백악관 회담 때도, 미 의회 연설 때도 빠지지 않았다. 그는 더 나아가 미국 정치인들이 가장 듣고 싶은 말을 꼭 집어 했다. “국제 질서를 혼자서 지탱해 온 미국의 외로움과 피로, 무거운 부담이 있다. 미국은 혼자가 아니다. 우리가 함께한다.”
기시다 총리의 방미를 계기로 미·일 동맹의 역사적 업그레이드가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의 ‘동맹 보호(protection)’를 넘어 ‘동맹 투영(projection)’ 시대를 열었다는 것이다. 표현 방식은 영어 알파벳 ‘t’ 하나를 ‘j’로 바꾸는 언어유희이지만, 두 단어 사이의 의미 차이는 심대하다. 동맹 보호가 미국이 일본을 지켜주는 상하 개념이었다면, 동맹 투영은 대등한 입장에서 같은 전략적 목표를 지향하는 것이다. 프로젝션(projection)은 수학적 의미로 그림자를 뜻한다. 빛이라는 외부 자극에 피사체와 그림자는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같은 폭으로 움직인다.
향후 인도·태평양 지역은 미·일 중심의 ‘소(小)다자(多者)’형 군사 기구를 중심으로 지역 안보 협력 구조가 형성될 전망이다. 미·일·호주 3국이 처음으로 미사일 방어체계를 구축한다. 내년부터 미·일·영국 3국의 정례 군사 훈련이 가동된다. 일본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앵글로색슨 동맹인 오커스(AUKUS: 호주·영국·미국 안보 협의체)에도 참여해 첨단 무기를 공동 개발·생산한다. 이 모든 군사 협의체에 빠짐없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일본은 아시아 자유 진영에서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위상을 보유하게 된 것이다.
기시다 총리 방미 즈음 국내에서도 큰 이벤트가 있었다. 4·10 총선이다. 해외 언론도 다 지목하듯 이번 총선의 최대 화두 중 하나는 ‘대파’였다. 대통령실의 소통 부족 문제도 있지만, 악마의 편집으로 거두절미된 ‘대파값 875원’이 선거판을 내내 흔들었다. 미·일 관계가 또 한번 역사적 변곡점을 맞고 있을 때 우리는 대파값을 놓고 싸우고 있었다.
이쯤 되면 누구에게나 비슷한 역사의 데자뷔가 일어난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청일전쟁, 일제강점까지 늘 같은 패턴이었다. 외부 시각에서는 너무나 뚜렷한 전쟁의 징후 앞에서 우리는 늘 ‘좁쌀’만 한 시빗거리로 극단의 분열을 보이며 무방비로 당했다. 우리가 세상의 중심이라는 방구석 여포식의 사고로 불편한 진실을 회피하다가 궤멸적 국력 손실에 이어 결국 나라까지 내줬다.
세계가 한국을 가운데 두고 돈다는 소아적 ‘한국 천동설’은 이번 총선 기간에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셰셰’ 표현의 경박함은 접어놓더라도, 대만해협 관련 대목은 그의 위험천만한 외교안보관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대만해협이 어떻게 되든, 중국과 대만 내 문제가 어떻게 되든 우리가 뭔 상관이냐. 우리만 잘 살면 되는 거지.” 이 말을 듣고 가장 좋아할 쪽은 중국이다. 미·중 패권전쟁과 관련해 중국이 한국에 늘 요구하는 것은 중립이다. 이 대표의 말은 중국이 그토록 원하는 중립을 지키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다. 반대로 혈맹 미국에는 동맹의 의무를 팽개치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상 동맹의 포괄적 범위는 한반도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태평양’을 아우르는 것으로 명시돼 있다.
중국의 대만 침공은 한국의 생존과 운명을 가를 일이 될 것이다. 지정학적 여건상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전쟁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우리는 몇 가지 질문에 확고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미·중 전쟁에 중립이 가능한가. 중립을 지킨다면 주한미군 철수, 한·미 동맹 폐기, 미·일 동맹과의 대치 우려는 없는가. 중국 세력권의 편입 시 남북 관계를 포함해 우리의 국가 체제는 유지될 수 있는 것인가. 시장통에서 개그맨의 언어로 툭 던질 얘기들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