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책을 안 읽어서 바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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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권 KB국민카드 사장
회사에서 직급이 올라가면서 바빠진 탓에 책 읽을 시간이 별로 없다. 회사 바로 옆이 광화문 교보문고여서 오가는 길에 사 놓고도 못 읽은 책이 여러 권이다.
얼마 전에 식사를 함께한 분에게 그런 말을 했더니 전혀 예기치 못한 대답이 돌아왔다. 무엇인가로 내 머리를 꽝 내려치는 것 같았다. “책을 안 읽어서 바쁜 겁니다.”
한참 생각한 끝에서야 그 말뜻을 깨달았다. 기실 우리가 바쁜 건, 바쁘지 않아도 될 일에 신경 쓰고, 매사에 조바심 내고, 일이 생기면 어찌할 방도를 몰라서 이리저리 헤매느라 그런 게 아닐까. 책을 읽으면 지혜와 통찰을 얻게 돼 여유가 생기고 길을 헤매지도 않으니 삶이 바쁘지 않을 거라는 놀라운 역설이었다.
생각이 그리 미치니 오래전 읽은 책의 제목이 퍼뜩 생각났다. 그 책을 다시 펴들었다. 독서 편력이 엄청난 광고인 박웅현 씨가 쓴 <책은 도끼다>라는 책이다. 그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같은 명카피로 유명한데, 독서하면서 문득 떠오른 영감에서 나온 것들이라고 한다.
책 제목은 ‘책은 우리 안의 꽁꽁 얼어붙은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다’라는 독일 작가 프란츠 카프카의 말에서 따온 것이다. 멋진 문장 하나를 옮기면 이렇다. ‘한 줄 한 줄 읽을 때마다 단어와 문장의 껍질이 깨지는 소리가 들리고 그 자국은 머릿속에 선명한 흔적을 남긴다. 시간이 흐르면 얼음이 깨진 곳에 싹이 올라온다.’ 그게 바로 독서가 주는 각성이고 통찰일 것이다.
각성(覺醒)은 ‘깨어 정신을 차리는’ 것이고, 통찰(洞察)은 ‘현상을 꿰뚫어 보는’ 것이다. 그는 속편 격인 <다시, 책은 도끼다>에서는 ‘작가의 지혜가 끝나는 곳에서 우리의 지혜가 시작된다’고 했다. 그의 책을 다시 뒤적이며 바빠서 책을 못 읽는다는 내 변명이 참 구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흔한 말로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는데 마음의 굶주림을 한동안 모른 척한 것이다.
책을 가까이하던 시절에는 세상에서 배반하지 않는 유일한 것은 사랑이 아니라 책이라고 믿었다. 지구상에는 책을 읽는 사람과 안 읽는 사람, 두 종류 인간이 있으며, 인생은 책을 읽기 전과 후로 나뉜다는 멋진 말도 기억하고 있다. 다양한 방식의 독서 경영에 정성을 쏟는 기업들을 봤다. 그런 회사는 시련이 닥쳐도 대체로 흔들리지 않았다.
광화문 교보생명의 글판에 한때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이 걸렸었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저 안에 태풍 몇 개/저 안에 천둥 몇 개/저 안에 벼락 몇 개’
대추를 익게 한 천둥과 벼락이 도끼다. 내가 읽은 책들이 평생 나의 도끼다.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말을 이젠 하지 않으려고 한다.
얼마 전에 식사를 함께한 분에게 그런 말을 했더니 전혀 예기치 못한 대답이 돌아왔다. 무엇인가로 내 머리를 꽝 내려치는 것 같았다. “책을 안 읽어서 바쁜 겁니다.”
한참 생각한 끝에서야 그 말뜻을 깨달았다. 기실 우리가 바쁜 건, 바쁘지 않아도 될 일에 신경 쓰고, 매사에 조바심 내고, 일이 생기면 어찌할 방도를 몰라서 이리저리 헤매느라 그런 게 아닐까. 책을 읽으면 지혜와 통찰을 얻게 돼 여유가 생기고 길을 헤매지도 않으니 삶이 바쁘지 않을 거라는 놀라운 역설이었다.
생각이 그리 미치니 오래전 읽은 책의 제목이 퍼뜩 생각났다. 그 책을 다시 펴들었다. 독서 편력이 엄청난 광고인 박웅현 씨가 쓴 <책은 도끼다>라는 책이다. 그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같은 명카피로 유명한데, 독서하면서 문득 떠오른 영감에서 나온 것들이라고 한다.
책 제목은 ‘책은 우리 안의 꽁꽁 얼어붙은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다’라는 독일 작가 프란츠 카프카의 말에서 따온 것이다. 멋진 문장 하나를 옮기면 이렇다. ‘한 줄 한 줄 읽을 때마다 단어와 문장의 껍질이 깨지는 소리가 들리고 그 자국은 머릿속에 선명한 흔적을 남긴다. 시간이 흐르면 얼음이 깨진 곳에 싹이 올라온다.’ 그게 바로 독서가 주는 각성이고 통찰일 것이다.
각성(覺醒)은 ‘깨어 정신을 차리는’ 것이고, 통찰(洞察)은 ‘현상을 꿰뚫어 보는’ 것이다. 그는 속편 격인 <다시, 책은 도끼다>에서는 ‘작가의 지혜가 끝나는 곳에서 우리의 지혜가 시작된다’고 했다. 그의 책을 다시 뒤적이며 바빠서 책을 못 읽는다는 내 변명이 참 구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흔한 말로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는데 마음의 굶주림을 한동안 모른 척한 것이다.
책을 가까이하던 시절에는 세상에서 배반하지 않는 유일한 것은 사랑이 아니라 책이라고 믿었다. 지구상에는 책을 읽는 사람과 안 읽는 사람, 두 종류 인간이 있으며, 인생은 책을 읽기 전과 후로 나뉜다는 멋진 말도 기억하고 있다. 다양한 방식의 독서 경영에 정성을 쏟는 기업들을 봤다. 그런 회사는 시련이 닥쳐도 대체로 흔들리지 않았다.
광화문 교보생명의 글판에 한때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이 걸렸었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저 안에 태풍 몇 개/저 안에 천둥 몇 개/저 안에 벼락 몇 개’
대추를 익게 한 천둥과 벼락이 도끼다. 내가 읽은 책들이 평생 나의 도끼다.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말을 이젠 하지 않으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