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피해간 대이란 제재…수요 둔화 재부각되며 4일째 하락 [오늘의 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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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I, 소폭 올랐지만 3주만 최저…디젤 선물 급락
美 금리 인하 연기설…수요 둔화로 무게추 옮겨가
국제유가가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미국과 영국이 동시에 이란에 대한 제재를 가했지만, 석유는 타깃에서 제외되면서 원유 시장 불안은 완전히 잠잠해졌다는 평가다. 시장의 관심은 지정학 리스크보다는 중국 등 주요국 수요가 여전히 취약하다는 우려로 옮겨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6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0.2%(0.18달러) 내린 배럴당 87.1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4거래일째 내림세를 유지하며 지난달 27일(배럴당 86.09달러) 이후 약 3주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한 지난 13일 이후 현재까지 브렌트유는 약 3.5% 하락했다.
미국 유종은 소폭 상승하며 혼조세를 보였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 인도분은 전일 대비 0.05%(0.04달러) 오른 배럴당 82.73달러에 마감했다. 그러나 WTI 역시 지난달 27일(배럴당 81.35달러)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미국에선 특히 디젤(경유) 선물 가격이 1월 초 이후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크랙스프레드(정제 마진)가 작년 4월 이후 가장 낮게 형성됐다. 이란과 이스라엘 간 갈등은 더 이상 유가를 움직이게 하는 동인으로 여겨지지 않고 있다. 이란의 본토 공습이 가해진 이후 이스라엘은 아무런 맞보복에 나서지 않았다. 이날 미국과 영국이 대(對)이란 제재를 동시에 발표했으나, 표적이 무인기(드론)와 철강·자동차 산업에 국한돼 석유 부문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에서 세 번째로 큰 산유국이다.
석유 중개업체 PVM의 타마스 바르가 애널리스트는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에 신중하고 온건한 방식의 대응을 강요하고 있다”며 “러시아 정유 시설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도 줄어드는 추세여서 강세론자들은 점점 지정학적 위험 프리미엄에 무관심해지고 있는 상태”라고 분석했다.
상승·하방 압력이 혼재해 당분간 유가에 큰 변화는 없을 거란 관측이다. 독립 연구기관 세븐스리포트리서치의 타일러 리시 공동 편집자는 “유가에 근본적인 영향을 주는 요인들이 서로 상충돼 있다”며 “고금리 장기화 기대와 달러 강세, 그리고 이에 따른 경제 성장의 지속가능성 우려 등이 역풍으로 작용하고 있는 동시에 중동에서의 지정학 리스크가 공포 심리를 자극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지정학 리스크가 시장 관심에서 비켜나게 되면서 수요 측 하방 요인에 더욱 힘이 실릴 거란 전망도 나온다. 마켓워치는 국제유가가 앞으로 2주간 하락세를 유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트레이딩 플랫폼 트레이드네이션의 데이비드 모리슨 수석 애널리스트는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적대 행위가 격화할 거란 우려는 시장에서 무시되다시피 했지만, 유가에 하방 지지선을 제공할 것”이라며 “올해 남은 기간에는 수요 회복에 대한 우려에 시장의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JP모간체이스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전 세계 원유 소비량은 하루 평균 1억100만배럴로, 시장 예상치보다 약 20만배럴 낮았다. 4월 원유 수요 증가 폭은 하루 146만배럴로, JP모간이 예상했던 하루 170만배럴을 밑돌았다.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질 거란 전망도 석유 수요에 부정적인 뉴스다. 금리가 낮아져야 차입 비용이 줄면서 원유 거래가 촉진되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Fed가 9월까지 피벗(통화정책 전환) 시점을 미룰 거란 예상이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힘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7~13일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시장 예상(21만5000건)보다 적은 21만2000건으로 집계되는 등 노동시장은 견조한 흐름을 유지했다.
올해 1분기 중국의 성장률이 시장 예상을 뛰어넘은 5.3%를 나타냈지만, 3월 산업생산이 4.5% 증가하는 데 그치는 등 세계 2위 경제국인 중국 내수 경제는 여전히 취약하다는 평가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산 석유에 대한 제재를 복원했지만, 미 원유 재고가 4주 연속 증가세를 유지하는 등 특별한 공급 충격은 예상되지 않고 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美 금리 인하 연기설…수요 둔화로 무게추 옮겨가
국제유가가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미국과 영국이 동시에 이란에 대한 제재를 가했지만, 석유는 타깃에서 제외되면서 원유 시장 불안은 완전히 잠잠해졌다는 평가다. 시장의 관심은 지정학 리스크보다는 중국 등 주요국 수요가 여전히 취약하다는 우려로 옮겨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6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0.2%(0.18달러) 내린 배럴당 87.1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4거래일째 내림세를 유지하며 지난달 27일(배럴당 86.09달러) 이후 약 3주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한 지난 13일 이후 현재까지 브렌트유는 약 3.5% 하락했다.
미국 유종은 소폭 상승하며 혼조세를 보였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 인도분은 전일 대비 0.05%(0.04달러) 오른 배럴당 82.73달러에 마감했다. 그러나 WTI 역시 지난달 27일(배럴당 81.35달러)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미국에선 특히 디젤(경유) 선물 가격이 1월 초 이후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크랙스프레드(정제 마진)가 작년 4월 이후 가장 낮게 형성됐다. 이란과 이스라엘 간 갈등은 더 이상 유가를 움직이게 하는 동인으로 여겨지지 않고 있다. 이란의 본토 공습이 가해진 이후 이스라엘은 아무런 맞보복에 나서지 않았다. 이날 미국과 영국이 대(對)이란 제재를 동시에 발표했으나, 표적이 무인기(드론)와 철강·자동차 산업에 국한돼 석유 부문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에서 세 번째로 큰 산유국이다.
석유 중개업체 PVM의 타마스 바르가 애널리스트는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에 신중하고 온건한 방식의 대응을 강요하고 있다”며 “러시아 정유 시설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도 줄어드는 추세여서 강세론자들은 점점 지정학적 위험 프리미엄에 무관심해지고 있는 상태”라고 분석했다.
상승·하방 압력이 혼재해 당분간 유가에 큰 변화는 없을 거란 관측이다. 독립 연구기관 세븐스리포트리서치의 타일러 리시 공동 편집자는 “유가에 근본적인 영향을 주는 요인들이 서로 상충돼 있다”며 “고금리 장기화 기대와 달러 강세, 그리고 이에 따른 경제 성장의 지속가능성 우려 등이 역풍으로 작용하고 있는 동시에 중동에서의 지정학 리스크가 공포 심리를 자극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지정학 리스크가 시장 관심에서 비켜나게 되면서 수요 측 하방 요인에 더욱 힘이 실릴 거란 전망도 나온다. 마켓워치는 국제유가가 앞으로 2주간 하락세를 유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트레이딩 플랫폼 트레이드네이션의 데이비드 모리슨 수석 애널리스트는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적대 행위가 격화할 거란 우려는 시장에서 무시되다시피 했지만, 유가에 하방 지지선을 제공할 것”이라며 “올해 남은 기간에는 수요 회복에 대한 우려에 시장의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JP모간체이스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전 세계 원유 소비량은 하루 평균 1억100만배럴로, 시장 예상치보다 약 20만배럴 낮았다. 4월 원유 수요 증가 폭은 하루 146만배럴로, JP모간이 예상했던 하루 170만배럴을 밑돌았다.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질 거란 전망도 석유 수요에 부정적인 뉴스다. 금리가 낮아져야 차입 비용이 줄면서 원유 거래가 촉진되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Fed가 9월까지 피벗(통화정책 전환) 시점을 미룰 거란 예상이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힘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7~13일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시장 예상(21만5000건)보다 적은 21만2000건으로 집계되는 등 노동시장은 견조한 흐름을 유지했다.
올해 1분기 중국의 성장률이 시장 예상을 뛰어넘은 5.3%를 나타냈지만, 3월 산업생산이 4.5% 증가하는 데 그치는 등 세계 2위 경제국인 중국 내수 경제는 여전히 취약하다는 평가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산 석유에 대한 제재를 복원했지만, 미 원유 재고가 4주 연속 증가세를 유지하는 등 특별한 공급 충격은 예상되지 않고 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