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 가입자 폭증" 자랑하더니…주가 4%대 하락한 이유는
넷플릭스가 올해 1분기 933만명의 신규 가입자를 확보하면서 영업이익이 54% 급증하는 등 호실적을 냈다. 그러나 내년부터 분기별 신규 가입자 수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주가는 4%대 하락세를 나타냈다.

넷플릭스는 18일(현지시간) 뉴욕증시 장 마감 후 올해 1분기 가입자 수가 전 세계에서 933만명(전년 동기 대비 16.0%) 늘어 총 2억6960만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가입자 증가 폭은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가 추산한 전망치 평균(484만명)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 미국, 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서 가입자 수 증가세가 특히 두드러졌다. 넷플릭스는 “평균 가구 구성원 수가 2명인 점을 고려하면 5억명 이상이 넷플릭스 시청자인 셈”이라고 했다.

지난해 5월부터 시행한 계정공유 단속 정책이 올해 들어서까지 가입자 수를 늘리는 데 기여했다는 설명이다. 당시 넷플릭스는 전 세계적으로 1억명 이상이 계정을 불법 공유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계정공유를 금지하기 이전인 작년 1분기(175만명)와 비교하면 분기 기준 신규 가입자 수는 다섯 배가량 늘었다.
자료=월스트리트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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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의 실적은 가입자 수 추이와 직결된다. 올해 1분기 넷플릭스 매출은 93억7000만달러로, 1년 전(81억6200만달러)보다 14.8%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4% 불어난 26억3300만달러, 순이익은 79% 급증한 23억3200만달러로 집계됐다. 주당순이익(EPS)은 5.28달러로, 월가 예상(4.51~4.52달러)을 뛰어넘었다.

그러나 이날 시간외거래에서 넷플릭스 주가는 4%대 하락세를 보였다. 내년 1분기부터 가입자 수 증가 폭과 회원 1명당 평균 수익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힌 데 대한 반응이었다. 1분기 실적 호조 기대감이 선반영되면서 넷플릭스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25% 넘게 오른 상태였다.

넷플릭스는 그간 지역별, 분기별 구독자 수 증가 폭을 집계하며 자사가 경쟁사를 능가하는 실적을 내고 있음을 홍보해 왔다. 애플, 아마존 등 다른 스트리밍 업체들은 이 수치를 발표하지 않았다.

넷플릭스는 주주 서한에서 “수익이 거의 나지 않던 초창기에는 가입자 수가 미래 잠재력을 가늠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지표였지만, 이제 우리는 상당한 규모의 수익과 잉여현금흐름(FCF)을 창출하고 있다”며 “(기존) 가입자들이 플랫폼에 머무는 시간을 포함한 관여도(engagement)로 초점을 바꾸고, 광고를 포함한 신규 수익원을 개발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가격이 저렴한 대신 광고가 포함돼 있는 요금제를 선택한 비율이 40%까지 높아졌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넷플 가입자 폭증" 자랑하더니…주가 4%대 하락한 이유는
그렉 피터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도 “과거에 해왔던 계산이 사업 현황을 평가하는 데 정확한 지표로 기능하지 않고 있다”며 “비즈니스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핵심 지표에 집중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회의적인 반응이 나왔다. 시장조사업체 PP포어사이트의 파올로 페스카토레 애널리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재무 성과로 초점을 돌리려는 시도와 무관하게 구독자 수 순증 규모는 모두가 알고 싶어 하는 핵심 지표”라며 “이번 조치는 시장에서 쉽게 수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계정공유 단속 이후 신규 가입 유도 방안이 불분명한 상황이어서 투자자들은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데이터 분석업체 M사이언스의 메갈리 그로스하임 수석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몇 개 분기 동안 구독자 수 증가 효과가 지속될 수 있지만, 그다음 촉매제는 알 수 없다”며 “수치를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한 데에는 이런 이유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짚었다. 블룸버그는 “넷플릭스의 실적은 시장 가치가 더 작은 기업들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이 회사 주가가 고평가된 상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재 넷플릭스 주가는 이날 종가 기준 611.15달러로, 2021년 11월 찍었던 정점(691.69달러)에 못 미치고 있다.
자료=월스트리트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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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넷플릭스는 오는 2분기 신규 가입자 수가 1분기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했다. CNBC방송도 “무임승차하고 있던 고객 대부분이 돈을 지불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 오랜 기간 가입자 수 증가 둔화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넷플릭스는 올해 2분기 매출 증가율을 16%로 제시했지만, 연간으로는 이보다 다소 낮은 13~15%의 가이던스(목표치)를 내놨다.

다만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앞다퉈 넷플릭스 목표주가를 상향하는 분위기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실적 개선세와 더불어 레슬링·복싱 등 스포츠 경기 중계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데 근거해서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