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놀자] 알레르기 유발 분자 억제…당뇨·비만에도 효과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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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 '식품 알레르기' 치료제 첫 승인
"이 음식에 땅콩 들어 있나요?" 식품 알레르기 환자들의 메뉴 주문은 늘 질문으로 시작한다. 음식을 조금만 잘못 먹어도 온몸에 두드러기가 올라오고, 입술이 부푸는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심한 경우 호흡곤란까지 일어난다. 피하는 것 외에는 마땅한 치료법도 없다. 알레르기 환자들이 외식할 때마다 조마조마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최근 환자들의 걱정을 덜어줄 소식이 나왔다. 식품 알레르기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치료제가 등장한 것이다.
몸은 해로운 물질이 체내에 들어오면 이를 항원으로 인식하고 항체를 만들어내면서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식품 알레르기는 면역계가 해가 없는 특정 음식 성분을 항원으로 인식하면서 비정상적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식품 알레르기는 성인보다 소아 유병률이 높으며, 일반적으로 소아의 6~8%, 성인의 1~2%가 앓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음식은 다양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우유, 달걀, 땅콩, 견과류, 생선, 갑각류, 콩, 밀, 참깨 등 아홉 가지를 식품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다. 나라마다 차이가 있는데 미국과 영국은 땅콩·갑각류 알레르기가 흔하지만, 국내에서는 우유·달걀이 알레르기의 주요 원인이다. 과학자들은 국가마다 유전적·환경적 이유로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식품에 차이가 난다고 보고 있다.
식품 알레르기 반응은 피부가 가렵거나 두드러기가 나고, 입술이 부풀어오른다. 구토와 설사 증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심하면 호흡곤란과 어지럼증, 혈압 저하 등 아나필락시스까지 나타날 수 있다. 아나필락시스 환자의 약 35%는 식품 알레르기가 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제껏 마땅한 치료법이 없었다.
지난 2월 미국 FDA는 식품 알레르기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치료제를 승인했다. 이 약은 알레르기 유병률이 높은 17세 이하 어린이에게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연구팀은 면역글로불린 E(Immunoglobulin E, igE) 매개 식품 알레르기가 있는 1~55세 소아 및 성인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진행했다. 캐슈너트, 우유, 달걀, 호두, 밀, 헤이즐넛 중 2개 이상의 주요 알레르기 유발 식품에 민감한 사람들로 선별했다. 이후 노바티스의 ‘졸레어(성분명 오말리주맙)’ 투약 치료를 진행했다. 실험 결과 졸레어를 투여받은 참가자는 알레르기 반응이 개선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말리주맙이 알레르기 유발 분자인 면역 igE가 활성화되지 않도록 억제한 것이다.
인체 면역체계에서 생성되는 항체 igE는 혈중에 극소량 존재하지만, 항체 중 가장 강력한 염증반응을 유도하는 능력이 있다. 아토피피부염, 천식 환자들은 혈중 igE 농도가 높으며, 꽃가루 알레르기, 기생충 감염이 일어나면 혈중 igE 함량이 상승한다.
그런데 승인된 약이 낯설지 않다. 사실 졸레어는 2003년에 FDA 승인을 받고, 국내외에서 이미 천식·두드러기 치료제로 사용하고 있는 약물이다. 천식 치료제가 식품 알레르기 반응 완화에도 효과를 나타내며 알레르기 신약으로 변신한 것이다.
졸레어가 식품 알레르기 치료제로 승인받으면서 다른 질병 치료에도 희망이 움트고 있다. igE 농도 상승으로 유발되는 다른 질병에도 졸레어가 치료제로 효과를 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다. igE 체내 농도 증가는 당뇨병, 대사증후군, 비만과도 유의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기존에 존재하던 약물이 다른 질병 치료제로 효과를 본 사례가 있다. ‘GLP-1(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 계열 약물이 대표적이다. GLP-1은 혈당이 떨어지면 췌장이 인슐린 분비를 늘리도록 하는 호르몬이다. 본래 당뇨병 치료제였으나, 체중 감소에 효과를 보이자 비만 치료제로 주목받았다.
최근에는 GLP-1 계열 약물을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의 신약으로 개발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식욕과 혈당을 억제해 비만·당뇨 치료에 사용하고 있지만, 체내 염증을 조절하는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이 약물의 염증 완화 효과가 뇌 속 염증에도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치료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더군다나 GLP-1은 심각한 부작용도 없어 퇴행성 뇌질환 치료의 희망으로 관심이 집중된다.
조혜인 과학칼럼니스트·前 동아사이언스 기자
식품 알레르기 반응은 피부가 가렵거나 두드러기가 나고, 입술이 부풀어오른다. 구토와 설사 증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심하면 호흡곤란과 어지럼증, 혈압 저하 등 아나필락시스까지 나타날 수 있다. 아나필락시스 환자의 약 35%는 식품 알레르기가 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제껏 마땅한 치료법이 없었다.
지난 2월 미국 FDA는 식품 알레르기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치료제를 승인했다. 이 약은 알레르기 유병률이 높은 17세 이하 어린이에게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연구팀은 면역글로불린 E(Immunoglobulin E, igE) 매개 식품 알레르기가 있는 1~55세 소아 및 성인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진행했다. 캐슈너트, 우유, 달걀, 호두, 밀, 헤이즐넛 중 2개 이상의 주요 알레르기 유발 식품에 민감한 사람들로 선별했다. 이후 노바티스의 ‘졸레어(성분명 오말리주맙)’ 투약 치료를 진행했다. 실험 결과 졸레어를 투여받은 참가자는 알레르기 반응이 개선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말리주맙이 알레르기 유발 분자인 면역 igE가 활성화되지 않도록 억제한 것이다.
인체 면역체계에서 생성되는 항체 igE는 혈중에 극소량 존재하지만, 항체 중 가장 강력한 염증반응을 유도하는 능력이 있다. 아토피피부염, 천식 환자들은 혈중 igE 농도가 높으며, 꽃가루 알레르기, 기생충 감염이 일어나면 혈중 igE 함량이 상승한다.
그런데 승인된 약이 낯설지 않다. 사실 졸레어는 2003년에 FDA 승인을 받고, 국내외에서 이미 천식·두드러기 치료제로 사용하고 있는 약물이다. 천식 치료제가 식품 알레르기 반응 완화에도 효과를 나타내며 알레르기 신약으로 변신한 것이다.
졸레어가 식품 알레르기 치료제로 승인받으면서 다른 질병 치료에도 희망이 움트고 있다. igE 농도 상승으로 유발되는 다른 질병에도 졸레어가 치료제로 효과를 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다. igE 체내 농도 증가는 당뇨병, 대사증후군, 비만과도 유의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기존에 존재하던 약물이 다른 질병 치료제로 효과를 본 사례가 있다. ‘GLP-1(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 계열 약물이 대표적이다. GLP-1은 혈당이 떨어지면 췌장이 인슐린 분비를 늘리도록 하는 호르몬이다. 본래 당뇨병 치료제였으나, 체중 감소에 효과를 보이자 비만 치료제로 주목받았다.
최근에는 GLP-1 계열 약물을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의 신약으로 개발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식욕과 혈당을 억제해 비만·당뇨 치료에 사용하고 있지만, 체내 염증을 조절하는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이 약물의 염증 완화 효과가 뇌 속 염증에도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치료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더군다나 GLP-1은 심각한 부작용도 없어 퇴행성 뇌질환 치료의 희망으로 관심이 집중된다.
√ 기억해주세요
우리 몸은 해로운 물질이 체내에 들어오면, 이를 항원으로 인식하고 항체를 만들어내면서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식품 알레르기는 면역계가 해가 없는 특정 음식 성분을 항원으로 인식하면서 비정상적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번에 식품 알레르기 치료제로 승인된 졸레어는 면역글로불린 E(Immunoglobulin E, IgE) 매개 식품 알레르기가 있는 환자에게 효과적이다. igE는 인체 면역체계에서 생성되는 항체 중 하나로, 알레르기 질환 면역에 관여한다. 혈중에 극소량 존재하지만, 항체 중 가장 강력한 염증반응을 유도하는 능력이 있다.조혜인 과학칼럼니스트·前 동아사이언스 기자